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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흥행 불지필 빅카드, 바흐 위원장 평창 승부수

중앙선데이 2018.01.28 01:00 568호 8면 지면보기
IOC, 남북한 단일팀 집착 왜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뛰게 될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 12명에 감독 1명, 지원 2명으로 구성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뛰게 될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 12명에 감독 1명, 지원 2명으로 구성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 단일팀 구성과 개회식 공동 입장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흥행 비상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를 넘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지와 올림픽의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스타들 모인 NHL 불참 만회 카드
출전권 없는 북한에 파격 혜택 줘

소치·리우 등 개최지 후유증 몸살
관심 줄며 TV 시청률도 뒷걸음

재선 노리는 바흐 ‘평화 이슈’ 선점
2000년 시드니 공동입장 때도 큰몫

 
IOC는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평창 회의’를 열고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겠다는 남북한의 공동 요청을 승인했다. 토마스 바흐(65·독일) 위원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IOC는 남북한이 올림픽 출전권을 가진 남한 선수단(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해 35명의 확장 엔트리를 구성하도록 허용했다. 경기별 엔트리는 대회 규정(22명)을 지키고, 매 경기 북한 선수를 최소 3명 이상 기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남북한은 다음달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자국 국기 대신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한다.
 
IOC는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북한에 문을 열었다. 피겨 스케이팅 페어(2명)와 쇼트트랙(2명), 알파인 스키(3명), 크로스컨트리 스키(3명)에서 총 10명에게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부여했다. 피겨 페어는 북한이 출전권을 따고도 포기했고, 나머지는 출전권을 하나도 따지 못한 종목들이다. IOC는 출전권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비와 훈련비 제공도 약속했다.
 
이렇듯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IOC가 북한에 손을 내민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올림픽에 대한 IOC의 정책 지향점이 ‘성공 개최’를 넘어 ‘의미 부여’ 단계로 확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올림픽을 다시 세우기 위해 ‘지구촌에 기여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포장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효과 줄어 공동·분산개최 장려
IOC는 갈수록 또렷해지는 올림픽 열기 감소 현상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승자의 저주’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올림픽을 치르는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개최 도시들이 빚더미에 올라 신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4년 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소치(러시아)는 정부 주도로 510억 달러(59조6000억원)를 쏟아부었다가 재정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올림픽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당초 구상과 달리 스포츠 관련 시설이 방치되며 흉물로 남아 ‘유령도시’가 됐다. 2016년 여름올림픽을 치른 리우는 개최비용 190억 달러(21조7000억원) 중 150억 달러(17조원)를 회수하지 못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물적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곳에서는 올림픽 개최로 인한 신규 투자 효과가 미미하다. 반대로 인구에 비해 과다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엔 관련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며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개최지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비롯해 종합 스포츠대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IOC의 고민거리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TV 시청률은 32%였지만 4년 뒤 런던올림픽은 23%로, 그 4년 뒤 리우올림픽은 20.1%로 줄었다.
 
여름올림픽과 함께 IOC의 양대 수입원인 겨울올림픽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나라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는 당초 스톡홀름(스웨덴)과 크라쿠프(폴란드), 리보프(우크라이나), 뮌헨(독일), 생모리츠(스위스), 오슬로(노르웨이), 베이징(중국), 알마티(카자흐스탄) 등 8개국이 뛰어들었다. 이후 재정난, 의회 반대, 시민투표 부결 등의 이유로 하나둘씩 신청을 철회하더니 마지막엔 베이징과 알마티만 남았다.
 
IOC는 고육지책으로 올림픽 대륙 순회 원칙을 깨고 겨울올림픽을 두 대회 연속으로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방안(평창-베이징)을 승인했다. 올림픽 레거시(유산) 프로젝트, 이웃 나라와의 공동 개최 및 분산 개최 허용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러시아 국가적 도핑 묵인” 바흐에 화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세 건의 대형 악재가 터져 나왔다. 겨울올림픽 흥행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세계 최고 스타들이 뛰는 미국 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선언해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정부 주도 도핑 스캔들의 여파로 러시아가 올림픽에서 퇴출당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태평양에 미사일을 쏘아대자 몇몇 나라들이 “선수단이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며 대회 참가를 주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평창올림픽 흥행을 위한 이슈 찾기에 골몰하던 IOC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의는 천우신조나 마찬가지다. 북한발 안보 위기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인 데다 NHL 불참으로 시들해진 아이스하키 열기를 끌어올릴 호재라서다.
 
토마스 바흐

토마스 바흐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을 앞두고 처음 ‘남북 단일팀’ 화두가 언급된 직후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뛴 인물이 바흐 IOC 위원장이다. ‘세계 평화’를 평창 레거시로 제시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으로 물질적인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해 올림픽의 위상을 지켜 간다는 게 IOC의 복안이다.
 
바흐 위원장이 남북 단일팀에 올인하는 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흐 위원장은 2013년 IOC 수장직에 오른 이후 특유의 불도저식 행정으로 주목과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친분이 두터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해 소치 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들의 조직적인 도핑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있다.
 
IOC 위원장 5년차에 접어들어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2021년에 치를 위원장 선거다. 남북 단일팀을 통해 ‘올림픽 성공 개최’와 ‘재선 기반 다지기’라는 두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흐 위원장은 남북 교류 이슈를 활용해 IOC 내에서 입지를 키운 경험이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물밑에서 남북을 조율해 공동 입장을 성사시킨 인물이 그다. 바흐 위원장은 “IOC 위원 시절 서울과 평양을 수차례 비공개로 오가며 협상을 주도했다. 마지막까지 성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애를 태웠는데, 두 나라가 한반도기를 앞세워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났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대해 “올림픽은 다리를 놓을 뿐 결코 장벽을 세우는 일이 없다”면서 “올림픽 정신은 존중과 대화, 그리고 이해다.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의 더 밝은 미래를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OC가 향후 올림픽에서 평창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리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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