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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서 와인 팔려면 공부를 해야지, 자네 프랑스 다녀오게

중앙선데이 2018.01.28 00:02 568호 20면 지면보기
[SUNDAY MBA] 미국인이 일하고 싶은 기업 2위 웨그먼스
콜린 웨그먼 수석 부사장(오른쪽)이 웨그먼스푸드마켓 매장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웨그먼스는 직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2위로 선정됐다. [사진 웨그먼스]

콜린 웨그먼 수석 부사장(오른쪽)이 웨그먼스푸드마켓 매장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웨그먼스는 직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2위로 선정됐다. [사진 웨그먼스]

회사와 직원간 ‘50대 50’은 가장 공평한 관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찝찝하고 불만족스러운 관계이기도 하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이 관계는 깨지고 만다. 100대 0의 관계는 없다. 그러나 49대 51의 정신으로 직원을 좀 더 배려하면 이 관계는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된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
 

담당구역 안에선 직원이 사장
믿고 맡기니 손님에 최고 서비스

경쟁사보다 급여 25% 더 줘도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높아
1916년 창업 뒤 정리해고 전무

직원을 도구로 생각하면 마음 떠나
사람이 모이면 혁신은 저절로 와

직원들을 좀 더 배려하면서도 월마트에 밀리지 않는 식료품 체인점이 있다. 유통업계 최고 효율 월마트보다 점포당 매출액이 높은 회사다. 웨그먼스 효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웨그먼스푸드마켓 이야기다. 핵심 경쟁력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업계 평균보다 25% 정도 많은 급여를 주고 최고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우리 동네에도 제발 웨그먼스를 열어달라”는 신화를 만든 회사다. 직원들에게는 일하고 싶은 기업인 동시에 매출과 이익, 생산성 측면에서도 최고의 기업이다. 웨그먼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선정된 대표적인 사람중심기업(Humane Enterprise)이다.
 
사람중심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3E 경영’이 필요하다. 권한위양(Empowerment), 직원육성(Enablement), 공감(Empathy)이다. 웨그먼스는 매장 내에서 직원이 사장이다. 권한위양을 통해 최고 수준의 자율권을 보장한다. 직원들은 본사 규정만을 무조건 따르는 매뉴얼의 머슴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구역 내에선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해 고객들에게 서비스한다. 또 웨그먼스는 구조조정보다 직원육성에 힘을 기울인다. 1916년 창업 이래 한번도 정리해고를 해본 적이 없다.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와인 판매 담당 직원을 프랑스 포도 농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직원들에게 “일을 하라”보다 “공부를 하라”고 강조하는 회사다. 대학 진학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스스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자율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웨그먼스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높다. ‘직원을 최고로 대우해야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업 철학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철학에 공감한 직원들이 더욱 몰입해 최고로 친절한 기업을 만들었다. 직원들의 헌신이 끊임없이 고객을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혁신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웨그먼스는 더 이상 식료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솔루션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이 됐다. 매장 내에서 요리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유명 요리사를 불러 시연하기도 한다. 웨그먼스에서 산 칠면조가 너무 커서 요리하기 어렵다는 고객을 위해 육류담당 직원이 매장 오븐을 이용해 대신 요리해주기도 한다.
 
 
미라이, 직원 아이디어 제품으로 활기
이런 사람중심기업과 반대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이 있다. 직원보다 기업 성과에 더 관심을 많이 두는 사업중심기업이다. 사람을 기계 앞에서 기계처럼 일을 시켜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임금은 직원의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인센티브이다. 경영성과를 모든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일을 투입한 비용 대비 높은 효율로 해 내는 최고경영자(CEO)를 유능한 경영자로 평가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기업일수록 저마진으로 고심하고 있다. 월마트는 5%도 되지 않는 영업이익율로 고전하고 있다. 사람은 저숙련-저임금 노동이고, 기업이 어려워질수록 사람을 설비로 대체하는 구조조정을 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전형적인 악순환 경영모델과 동일하다. 직원을 생산성의 도구로 생각하는 만큼, 직원도 기업을 돈을 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노사관계는 늘 아슬아슬한 갈등과 긴장상태다.
 
우리 회사는 사람중심기업인가, 사업중심기업인가 돌이켜 볼 때다. 사람중심기업은 제품보다 솔루션을 파는 특징이 있다. 정수기보다는 깨끗한 물을 판다. 정수기라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늘 깨끗한 물을 마실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이 기업의 본질이다. 사람중심기업은 제품보다 기업의 본질을 강조한다. 이것이 사명(Mission)이 되고 기업의 가치(Value)가 된다. 직원은 고객들이 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의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을 개선해간다. 제품 차별화는 저절로 이뤄진다. 이것은 기계장비가 아니라 직원만이 할수 있다. 연극무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우이듯.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직원인 이유이다. 직원의 솔루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제품 차별화는 어려워져 저마진기업이 되고, 불황이 오면 적자로 전락하고 만다.
 
일본 미라이공업은 다른 기업에서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전기설비재료를 만들지만 1965년 창업 이래 늘 15%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린다. 동종업계의 영업이익률이 3% 전후에 불과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기업 마츠시타 전기공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순한 제품이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소소한 부분에서 편리하게 개선한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들 때문이다. 에를 들어 벽 뒤에 붙이는 콘덴서 박스에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였다. 고장났을 경우 금속탐지기로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가격이 30% 높은데도 건설 현장에서 대환영을 받았다. 이같은 제품은 대부분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고 곧바로 특허가 된다. 이런 회사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 기업의 저가 제품을 양산하더라도 시장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사람중심기업의 선순환경영이다. 이처럼 사람중심기업이 일반기업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을 ‘웨그먼스 효과(Wegmans Effect)’라고 부른다.
 
 
장비로 사람 대체하면 이익 줄어들 수도
웨그먼스의 대니 웨그먼 회장(가운데)과 두 딸 콜린(사장 겸 CEO?오른쪽), 니콜(수석 부사장).

웨그먼스의 대니 웨그먼 회장(가운데)과 두 딸 콜린(사장 겸 CEO?오른쪽), 니콜(수석 부사장).

반면 사업중심기업의 성과가 신통치 못한 이유로 ‘폴라니의 역설(Polanyi’s Paradox)’를 든다. 장비로 인적 자원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장비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할수록 영업이익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명시적 지식이 아니라 암묵적 지식을 가진 사람의 솔루션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오터 MIT대 교수는 ‘사람들은 말할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We can know more than we can tell)’는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의 말을 인용해 폴라니의 역설이라고 이름붙였다. 말로 전할 수 없는 암묵적 작업은 기계로 대체되기 어렵다, 즉 수행하는 많은 작업은 코드화 및 자동화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을 가진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웨그먼스 효과와 폴라니의 역설 때문에 사람자본에 투자한 기업일수록 시장 경쟁력이 높다. 사람이 오랫동안 체화한 암묵적이고 추상적 지식은 컴퓨터와 장비로 대체하지 못한다. 세계은행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부의 약 65 %가 사람자본이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에서는 41%만이 사람 자본이다. 국가가 성장함에 따라 사람자본의 비율이 더 중요해진다. 사람들의 기술, 경험 및 노력으로 구성된 사람자본이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되는 셈이다. 세상은 사람자본이 만들어낸 혁신과 기술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 사업중심기업에서 사람중심기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꿔야할 때다. 사업중심기업일수록 사람을 비용으로 보고, 사람중심기업일수록 사람을 자본으로 본다. 사업중심기업일수록 제품에 관심이 많고, 사람중심기업일수록 솔루션에 관심이 많다. 제품은 생산성기반 경쟁이지만, 솔루션은 아이디어와 특허 기반 경쟁이다. 직원을 제품보다 더 배려하고, 경쟁사보다 급여·복지 수준을 좀 더 높이는 우리 기업인들의 시도가 필요하다. 인건비는 조금 더 들겠지만 인재가 오고,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기업혁신을 만든다. 그만큼 노사갈등이 줄어들고, 기업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이것이 저임금의 악순환을 깨는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기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 분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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