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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올봄엔 '테니스 왕자' 정현처럼 입어볼까?

중앙일보 2018.01.28 00:01
지난 한 주는 온 국민이 ‘테니스’란 스포츠에 집중했던 시간이다. 지난 26일 정현(22) 선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 4강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하면서 온 국민이 행복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에 진출한 정현 선수. [사진 라코스테]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에 진출한 정현 선수. [사진 라코스테]

 

'정현처럼 입고 싶어' 흰색 피케셔츠 인기
알고 보면 익숙한 생활 속 테니스 패션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흰색 스니커즈
여자 아이돌은 주름치마, 래퍼는 헤드밴드

비록 4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패하긴 했지만 세계 순위 58위였던 그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를 이기고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준결승전을 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더불어 그가 입었던 옷과 고글, 시계 등 패션에도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갑자기 테니스 패션이 주목받는 것 같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정현 선수가 입었던 테니스 패션은 오랜 테니스 역사 만큼이나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테니스’하면 떠오르는 흰색 피케 셔츠
지난 1월 24일 정현 선수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입었던 흰색 피케 티셔츠. [AP=연합뉴스]

지난 1월 24일 정현 선수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입었던 흰색 피케 티셔츠. [AP=연합뉴스]

정 선수의 모습이 신문·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가득 채우면서 그가 입었던 흰색 셔츠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24일 8강전이 끝난 직후부터 주요 백화점의 라코스테 매장에는 그가 입은 옷을 살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그가 경기 중 입었던 옷이 바로 라코스테의 저지 소재 피케 셔츠였기 때문이다. 라코스테는 2016년부터 정 선수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르네 라코스테의 모습. [사진 라코스테]

르네 라코스테의 모습. [사진 라코스테]

그가 입었던 테니스 셔츠는 원래 폴로 선수가 입는 경기용 유니폼에서 시작됐다. 1933년 프랑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테니스 경기에 입을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옷을 찾다가 폴로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팔이었던 테니스 셔츠의 소매를 반으로 잘라 반팔로 만들고, 테니스 매너에 맞게 흰색으로 색을 정했다. 또 움직임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경기 특성에 맞게 신축성과 통기성이 좋은 ‘저지 피케’를 소재로 옷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라코스테 외의 많은 브랜드에서 테니스 셔츠를 만든다.  
 
패피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흰색 테니스화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프레드 페리'의 이름을 딴 테니스화. 요즘은 패션용으로 더 많이 신는다. [사진 핀터레스트]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프레드 페리'의 이름을 딴 테니스화. 요즘은 패션용으로 더 많이 신는다. [사진 핀터레스트]

‘옷 좀 입는다’는 패피(패션 피플)부터 일반 학생까지 납작한 흰색 스니커즈는 세련된 옷 입기를 위한 필수품이 됐다.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유스 컬처가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며 패션계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한 지도 오래. 편하면서도 어떤 옷에 매치해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리니 인기는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이 운동화가 바로 테니스 경기에 신었던 테니스화란 사실을 아는지. 정현 선수는 호주 오픈에서 나이키의 컬러풀한 운동화를 신었지만, 전통적인 테니스화는 바로 이 화이트 스니커즈다. 나이키는 정 선수의 운동화 부문 공식 후원사다.
흰 테니스화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흰색으로 색을 맞춰야 하는 테니스 매너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흰색 캔버스 천이나 가죽으로 만들되 앞코 부분을 넉넉하게 만들어 경기 중에 발가락이 눌리지 않게 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밑창을 붙인 게 특징이다.  
 
여자 아이돌은 다 입었다, 주름치마
여자 아이돌의 유니폼이 된 흰색 주름치마. 이 역시 테니스에서 왔다. 사진은 아이오아이의 모습. [사진 SNL영상 캡처]

여자 아이돌의 유니폼이 된 흰색 주름치마. 이 역시 테니스에서 왔다. 사진은 아이오아이의 모습. [사진 SNL영상 캡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10~20대 여학생들은 짧은 주름치마와 사랑에 빠졌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만 제외하고는 언제라도 거리와 대학 캠퍼스에서 짧은 흰색 주름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V 속 여자 아이돌 또한 유니폼처럼 짧은 주름치마를 입는다. 
걸그룸 AOA의 테니스 패션. [중앙포토]

걸그룸 AOA의 테니스 패션. [중앙포토]

1910년대 테니스 패션을 보여주는 사진. 셔츠에 긴 길이의 주름치마를 입었다. [사진 핀터레스트]

1910년대 테니스 패션을 보여주는 사진. 셔츠에 긴 길이의 주름치마를 입었다. [사진 핀터레스트]

이 치마 역시 테니스 패션에서 왔다. 여성 선수들이 테니스 경기를 할 때 입는 짧은 주름치마를 그대로 생활 속으로 옮겨 왔다고 보면 된다. 한 패션홍보대행사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여자 아이돌의 의상협찬 목록에 테니스 스커트가 빠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더 없이 좋은 옷이다보니 아이돌 스타들이 앞다퉈 테니스 패션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교복패션이라 부르는 ‘프레피 룩’(preppy look)에서도 짧은 주름치마를 입지만 차이점이 있다. 색상이다. 프레피 룩의 주름치마는 체크 패턴이나 남색·회색을 주로 택하지만, 테니스 치마는 흰색이나 연분홍·하늘색 같은 파스텔톤이 주를 이룬다.  
 

스트리트 패션으로 들어온 손목·헤드 밴드 
정현과 호주 오픈 준결승전을 치른 로저 페더러가 착용한 검정색 헤드밴드와 손목밴드. [중앙포토]

정현과 호주 오픈 준결승전을 치른 로저 페더러가 착용한 검정색 헤드밴드와 손목밴드. [중앙포토]

최근 세계 패션계를 주도하는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가 '스트리트 컬처'다. 거리 스포츠라 불리는 스케이트 보드가 가장 세련된 운동이 됐고, 힙합 음악을 하는 래퍼 등 뮤지션들은 추앙받는 패션 리더가 됐다. 이들이 잘 착용하는 액세서리 중 하나가 바로 테니스 선수가 사용하는 손목밴드와 헤드밴드다. 로저 페더러가 즐겨 착용하는 반다나(두건) 스타일의 헤드타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원래 땀이 얼굴로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거나 닦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지만, 스트리트 패션에서는 본래의 기능과는 상관 없이 하나의 액세서리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래퍼 투체인즈(2CHAINS)가 테니스용 헤드밴드를 패션 액세서리로 만들어 내놓은 슈프림의 헤드밴드를 착용했다. [사진 핀

미국 래퍼 투체인즈(2CHAINS)가 테니스용 헤드밴드를 패션 액세서리로 만들어 내놓은 슈프림의 헤드밴드를 착용했다. [사진 핀

 
위대한 도전정신에 어울리는 정현의 시계
경기 직후 인터뷰 장면에서 눈에 띄면서 '정현 시계'로 불리는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사진 TV 캡처]

경기 직후 인터뷰 장면에서 눈에 띄면서 '정현 시계'로 불리는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사진 TV 캡처]

 
‘정현 신드롬’ 덕분에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은 또 있다. 바로 경기 종료 직후 착용하는 정현의 시계다.  
호주오픈 8강 진출 확정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눈에 띈 정현의 시계는 ‘라도 하이퍼크롬 캡틴 쿡’ 45mm다. 1962년 선보였던 다이버 워치 ‘캡틴 쿡’을 재해석한 모델로 18세기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하이퍼크롬 캡틴 쿡은 1962년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 코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로듐 컬러의 슈퍼 루미노바로 처리한 오버사이즈 인덱스, 두툼한 화살형 핸즈 그리고 1960년대 라도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앵커 장식 등 빈티지한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캡틴 쿡의 장난기 가득한 예술미를 가미시켰다.  
 
'정현 시계'라 불리는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1962년 오리지널 모델을 발전시킨 것으로 상단의 앵커와 화살형 핸즈 등이 남성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사진 라도]

'정현 시계'라 불리는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1962년 오리지널 모델을 발전시킨 것으로 상단의 앵커와 화살형 핸즈 등이 남성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사진 라도]

라도는 2015년부터 ‘라도 영스타 프로그램(Rado YoungStars Programme)’을 실시해 전 세계의 젊은 테니스 선수들 중에서 차세대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를 발굴해 후원해 왔다. 총 네 명의 선수가 첫 번째 영 스타 팀에 합류했는데 그 중 한 명이 한국의 정현 선수다.
 
제임스 쿡은 지도 제작학, 인류학, 천문학 등 광범위한 지식을 대부분 독학으로 습득하며 당시 누구도 가본 적 없던 태평양 해안선 수천 마일을 해도로 만든 인물이다. 한국 스포츠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테니스 종목을 세계 정상까지 끌어올린 정현의 노력과 쾌거가 캡틴 쿡의 위대한 도전 정신이 멋지게 어울린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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