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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구치소서 나오시면…" 朴 "아휴, 그런 날 오겠어요"

중앙일보 2018.01.26 01:39 종합 4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유영하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 인터뷰…“박 전 대통령 얼굴 너무 부어 놀라, 허리 아파 자다깨다 반복”  
 
박, 최순실 사건 2016년 9월 알아 
비덱 문제 터졌을 때 전화했는데 
최순실 “비덱이 뭐죠” 잡아떼 
최, 박 전 대통령 속인 것 털어놔야


순실, 박 전 대통령에 한 번 부탁 
정유라 임신 때 남자 떼어 놓으려 
최순실이 군대 보내달라고 말해 
박 “그런 일 어떻게 하나” 거절했다


본인이 국정원 특활비 쓴 줄 몰라 
“전 정권서도 국정원 특활비 사용”
보고 받고 “알아서 하라” 했을 뿐
자기가 쓴 돈 대통령 특활비로 알아
 
유영하 변호사는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부세계와 잇는 유일한 끈이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재판이 본격화된 이후 한 번도 공식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24일 중앙일보와 만나 요즘 박 전 대통령의 근황과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미리 인터뷰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를 통한 박 전 대통령의 대리 인터뷰 성격이 강했다. 인터뷰는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3시간30여 분간 진행됐다. 유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의 첫 인터뷰인 점을 감안해 가급적 그대로 반영했다.

 

# 박 전 대통령 근황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사실상 재판 거부 선언을 한 뒤로 언론에 전혀 노출이 안 되고 있다. 요즘 건강은 어떤가.
“추위를 많이 타는데 요즘 날이 추워 걱정이다. 허리에 디스크가 있고 왼쪽 무릎에 물이 차 다리를 잘 구부리지 못한다. 부신 기능이 나빠 얼굴도 많이 부었다. 청와대 있을 땐 주사로 관리를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지난 1월 4일 두 달 만에 면담했을 때 얼굴이 너무 부어서 깜짝 놀랐다.”
 
수감 생활을 힘들어 하나.
“매트리스에서 자는데 허리가 아파서 밤에 한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고 한다. 통증이 가실 때까지 서 있다가 다시 잤다가 또 깨고 한단다. 내가 허리 때문에 구치소 측에 침대를 넣어 달라고 했는데 특혜라고 안 된단다. 병사(病舍)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침대 좀 놔달라는 게 왜 특혜냐. 식사도 짠 음식이 많아 김치를 물로 씻어서 조금 먹는 정도라고 한다. 구치소 측에 물어보니 매번 3분의 1 정도밖에 못 드신다고 한다.”
 
지난해 3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나서는 유영하 변호사. [뉴시스]

지난해 3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나서는 유영하 변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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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 자체가 특혜라고 말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 여군 군속들이 구속됐을 때 수감되는 방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샤워 시설이 있는 건데 그게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있는 게 아니고 원래 미군 때문에 만든 거다.”
 
요즘 재판 안 나오는데 뭘 하며 생활하나.
“주로 독서를 한다. 내가 넣어드린 『대망』 얘기가 언론에 잠깐 나오기도 했는데 『지리산』 『객주』 『토지』 같은 소설을 보셨다. 문화 관련 책이나 영문 잡지도 보신다. 얼마 전엔 허리가 아프니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힌 책을 좀 구해 달라고 하시더라. 구치소에서 잠깐 틀어주는 방송 말고 신문이나 일반 방송은 일절 안 보신다.”
 
그럼 외부 소식은 어떻게 접하나.
“지지자들이 구치소로 편지를 많이 보내는데 거기에 이런 저런 기사들이 들어 있다. 외국에서 온 편지도 있다. 편지가 줄지않고 계속 온다. 박 전 대통령은 배달된 편지는 다 읽으신다.”
 
 
# 최순실 국정농단
 
검찰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박 전 대통령이 공모 내지 묵인했다는 시각이고 많은 국민도 그렇게 보고 있다.
“최순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몇 번이나 ‘내가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고 했다. 최순실이 대통령 앞에선 다소곳했고 심부름도 잘 했기 때문에 자기 앞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게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ㆍ경찰ㆍ민정수석 등 보고받는 데가 많은데 최순실 보고가 전혀 없었냐’고 물어보니 ‘그런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왜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라며 안타까워 했다. 몇 번이나 그런 얘기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건 언제쯤인가.
“2016년 9월께 ‘비덱’ 문제가 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있던 최순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대뜸 최순실이 ‘비덱이 뭐예요’라며 잡아뗐다고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한때 언론에서 없는 일을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삼성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스크린해 달라고 한 건 뭔가.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반짝 하는 건 있다’고 하더라. 대선 때도 용어 선택할 때도 톡톡 튀는 말을 잘 찾아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정 전 비서관이 물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검찰에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적 공동체라고 하는데.
“최순실이 딱 한 번 박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 부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딸 정유라씨가 신주평씨 사이에 애가 생기자 신씨와 떼어놓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신씨를 군대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고 딱 잘랐다고 한다. 그것 말고는 최순실이 개인적 청탁을 한 건 전혀 없다. 최순실도 대통령 성격상 자기가 개인적으로 뭘 꺼냈다간 그날로 끝장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최씨는 자기가 박 전 대통령을 속였다는 걸 털어놔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
 
만에 하나 최씨 국정농단을 몰랐더라도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거 아닌가. 박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실망했기 때문에 탄핵까지 간 거 아닌가.
“인정한다. 그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과거 대국민 담화에서 모든 게 자기 책임이고 불찰이라고 밝혔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 드린 점에 대해 사죄했다. 지금도 그 부분은 똑같은 심경이다. 최순실 문제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탄핵까지 당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다르다. 철저히 법리적 팩트만 가려서 재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미 결론 내려놓고 요식절차만 밟는 정치재판이다. 왜 이렇게 잔인하냐(어조가 높아지며). 이미 정치적으로 죽은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느냐. 그러면 반드시 되돌려받게 돼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지원 요청 … 0차 독대는 없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3가지 줄곧 강조
이 부회장에 정유라 지원 요청 안 했고
최순실은 삼성 돈 받았다고 말 안해
안종범에 재단 만들라 한 적도 없어

유영하 변호사의 소회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 다른데
결론 내려놓고 하는 정치재판 양상
잔인하다, 반드시 돌려 받게 돼 있다


# 재판의 쟁점들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는 새로 제기된 의혹이다.
“그러잖아도 1월 4일 면담 때 그것부터 여쭤봤다. 박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를 설명했는데 내가 변호인 선임계를 아직 내지 않아 자세히 말할 순 없다. 다만 집권 초에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서 쓴 돈이 있고 우리가 써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뿐이지 그 돈을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보고받은 건 전혀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자기가 쓴 특활비는 국정원 특활비가 아니라 원래의 대통령 특활비로 알고 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앞으로 특활비 재판도 안 나가실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가 전직 대통령 답지 않은 처신이란 지적이 있다.
“나는 법원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서 팩트에 입각한 판결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시간 끌 필요 없이 빨리 재판하자고 해서 주4회 재판도 받아준 거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걸 보고 모든 기대를 접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영장을 발부한다는데 이미 중요 관련자들 증언이 다 끝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증거를 인멸한다는 거냐. 왜 법원이 당당하게 불구속수사 원칙을 못 지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보고 변호인단에게 통보를 한 것 같다.”
 
지난해 3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도착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지난해 3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도착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특활비 문제로 삼성동 자택 매각대금과 내곡동 집이 추징보전 당했다.
“원래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 팔고 남은 돈 중에 한 35억원 정도를 1, 2, 3심까지 갈 재판비용으로 생각하고 변호인을 물색했다. 하지만 액수가 맞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그랬는데 이제 갖고 있던 돈까지 완전히 묶여 버렸으니 항소심 때 변호인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내곡동 집도 윤전추 전 행정관이 인터넷을 보고 찾은 거다. 그 내곡동 집주인이 삼성동 자택 매입자까지 알선해 줬다. 장시호가 ‘내곡동을 최순실이 연결해 줬다’고 한 건 완전히 위증이다.”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다는 이른바 ‘0차 독대’가 최근 공소장에 추가됐다.
“박 전 대통령은 ‘(0차 독대 진술을 한) 안봉근 비서관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네 번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처음은 2013년 5월 미국 순방 때 몸이 불편한 이건희 회장을 부축하고 왔을 때 함께 본 거고 독대는 세 번이다. 그 처음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때다. 9월 12일에 만난 적은 없다.”
 
검찰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나한테 줄곧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첫째,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말을 지원받았단 사실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을 때 승마협회를 맡아 잘 이끌어 달라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정유라나 최순실을 지원해 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 셋째,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거다. 안 수석이 ‘전경련이 재단을 만든다고 합니다’고 하길래 대통령이 ‘그렇게 도와주면 고맙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건 잘 도와주시라’고 한 게 전부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재단 문제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 기록을 보여드렸더니 직접 연필로 몇 군데 대목에 줄을 치더니 그 옆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 ‘재단 프레임’은 엉터리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언젠가 재심이 이뤄지고 바로잡힐 거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입장은 뭔가.
“박 전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서를 받으셨느냐고 물어보니 ‘저한테 보고서를 냈다고 하면 제가 읽어봤을 거예요’라고 했다. 본인은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1급 공무원 바꿨다고 직권남용이라고 하면 앞으로 정권 바뀔 때마다 사표는 어떻게 받느냐. 또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모조리 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은 모든 범죄에 다 연루된다는 얘기다. 어느 정부인들 무사하겠느냐.”
 
# 여러 소회들
 
구속된 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 말고 접견한 사람이 또 누군가.
“이상철ㆍ도태우 변호사와 한 번씩 접견한 적이 있고 전체 변호인단을 만난 적이 한 번 있다. 그 외에 동생이나 친지들, 정치인 등 다른 사람들은 일절 만난 적이 없다. 윤전추 전 비서관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안 만나는 이유는.
“일반인 접견은 구치소 측에서 대화를 기록하기 때문에 편하게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접견실도 크게 말하면 밖에 다 들리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수시로 나 보고 목소리 낮추라고 한다. 또 변호인에게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옷 갈아입은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탄핵심판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자진 하야를 했으면 구속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자진하야를 했어도 결과는 지금과 똑같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임기도 못 마치고 구속까지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심경이 여러 가지로 복잡할 텐데.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일할 때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 내가 ‘너무 일만 하신 거 아니냐’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확인을 안 하면 일이 안 되더라. 확인해야 일이 돌아가고, 나중에 잘 되면 그게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임기를 못 마치고 나올 줄 알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요즘엔 가끔씩 든다’고도 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구치소에서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 당시 음식 얘기가 나와 유 변호사가 “회는 잘 못 드시지 않느냐”고 했더니 박 전 대통령은 “저도 싱싱한 거 잘 먹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유 변호사가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펄떡펄떡 뛰는 회를 모시겠습니다”고 덕담을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아휴 그런 날이 오겠어요”라며 씁쓸해했다고 한다.
 
김정하 기자 wor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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