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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격퇴’ 공신인데 토사구팽? … 터키, 쿠르드군에 공습

중앙일보 2018.01.22 17:03
터키 정부가 쿠르드 무장세력을 소탕하겠다며 시리아를 공격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20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터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격퇴하겠다며 ‘올리브가지 작전’이란 이름으로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주(州)를 공격했다. 아프린주는 쿠르드 인민수비대의 거점으로, 터키 공군은 이날 전투기 70여 대를 동원해 YPG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고 이어 지상군도 투입했다.  
 
YPG 등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쿠르드군 수 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민간인도 2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에서도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터키 정부는 YPG를 자국 내 쿠르드 노동당(PKK)과 연계된 테러 조직으로 보고 있다. PKK 또한 불법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터키의 이같은 정책은 독립을 원하는 자국 내 쿠르드족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이란·이라크 등에 약 35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독립국가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쿠르드 민병대가 그간 미국ㆍ터키 등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싸워온 ‘공신’이란 점이다. 하지만 IS 소탕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터키의 쿠르드에 대한 반감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YPG는 21일 “터키군이 아프린으로 진입했다는 발표는 거짓”이라며 터키군이 아직 이 지역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지에 흩어져 있는 쿠르드인들이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의 자국 영토 공격에 시리아의 반발도 거세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며 침략행위”라고 규탄했다. 혼란스런 내전 상황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터키군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 외교부도 21일 성명을 내고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주권 침해다. 테러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또 “군사적 해결책은 형제 국가인 시리아에 고통만 더 줄 것”이라 덧붙였다.  
 
이란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함마드 바게리 이란 참모총장은 21일 훌루시 아카르 터키군 총사령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터키는 시리아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작전을 중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인도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유엔 안보리가 22일 이 사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20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이 중동에서 IS 격퇴에 힘을 쏟을 때 앞장선 이가 바로 쿠르드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터키 정부에 “IS 격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터키 정부는 쿠르드 세력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자칫 미국과 터키 간 외교 관계 악화로 치달을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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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란과 함께 시리아 평화협상을 주도해 온 러시아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암묵 하에 터키가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프린 지역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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