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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비명 지르며 방어, 코카콜라 마시는 '北 하키 여전사들'

중앙일보 2018.01.22 14:35

'아악!' 비명 지르며 육탄방어, 코카콜라 마시는 '北 호케이 여전사들'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참가차 입국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 전민규 기자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참가차 입국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 전민규 기자

 
"악바리 같다. 경기 중 '아악~'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신소정(28)은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8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한국선수 23명에 북한선수 12명이 가세해 35명으로 구성됐다. 경기에 뛸 수 있는 게임엔트리가 22명 뿐이고, 적어도 북한선수 3명이 출전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호주와 경기를 앞두고 북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호주와 경기를 앞두고 북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는 10년 전만해도 한국보다 훨씬 강했다. 구소련 영향을 받아 북한에는 1950년대 아이스하키가 도입됐다. 북한에서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라 부른다. 하키(hockey)의 러시아식 발음과 비슷하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빙상장 건설을 주도한 뒤 북한여자아이스하키는 2001년 세계랭킹 12위까지 올랐다.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남북대결은 한국에 굴욕적이었다. 북한이 5-0으로 앞서자 3피리어드부터는 퍽을 돌리면서 공격을 하지않고 봐줬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북한정부는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국제 제재로 장비 수입도 어려웠다. 북한은 2011년 참가 경비가 없어 프랑스에서 열린 여자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 모든경기에서 0-5 몰수패를 당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남북대결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었다. 1피리어드에서 박예은의 선제골이 터지자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한국선수들(오른쪽). 북한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남북대결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었다. 1피리어드에서 박예은의 선제골이 터지자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한국선수들(오른쪽). 북한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북한은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에서 한국에 0-3 완패를 당했다. 아이스하키의 0-3 패배는 축구의 0-3 패배보다 실력 차가 훨씬 크다. 북한은 한국과 역대전적에서 4연승 뒤 2연패를 기록 중이다. 세계랭킹도 한국보다 3계단 낮은 25위다.  
 
북한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승(1연장승) 3패(승점 5점)를 기록, 4위로 간신히 4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5전 전승으로 우승해 3부리그로 승격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22명의 게임 엔트리 중 골리 2명을 제외하고, 2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5명씩 1개 조로 4개 조(1~4라인)가 번갈아 투입된다. 1~2라인이 주력 라인인데, '북한 1라인'은 '한국 4라인' 수준이다.
 
새러 머리(캐나다) 한국 감독은 "북한선수 중 수비수 2명과 공격수 1명이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3라인에 들어올만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기억나는 선수로 23번(원철순), 7번(정수현), 6번(김향미). 11번(박선영), 5번(김농금)을 꼽았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북대결에서 한국 조수지와 박채린이 북한 최정희의 슛을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북대결에서 한국 조수지와 박채린이 북한 최정희의 슛을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북한선수 12명이 누가 단일팀에 가세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력한 후보로는 원철순과 정수현이 꼽힌다. 원철순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남북대결에서 한국슛을 육탄방어로 막아낼 만큼 투지가 넘친다. 그는 영국과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3-2 연장승에 힘을 보탰다. 정수현은 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 골을 터트려 4-2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북한은 22명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한채 20명으로 나섰다. 키는 1m60cm 안팎이었다. 최단신은 1m53cm 최운경, 최장신은 1m67cm 김금복이었다. 1997년생 박성심부터 1981년생 김농금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만약 김농금이 단일팀에 가세할 경우 최고참이 된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 강릉=임현동 기자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 강릉=임현동 기자

 
전 세계적으로 아이스하키는 장비가 비싼 편이라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으면 시작하기 쉽지 않은 종목이다. 그래서 북한 당간부 아들과 딸들이 많이 한다는 소문도 있다.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 당시 북한 선수들은 캐나다 브랜드 바우어 장비를 썼다. 당시 선수들은 경포해변에서 맨발로 소녀처럼 펄쩍펄쩍 뛰놀고, 다른나라 경기를 관전하며 자본주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마시기도했다. 이들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즐겨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은 한국 기자 질문에는 대부분 묵묵부답이었다. 북한선수들은 식당에서 한국선수가 오면 눈도 안마주치고 자리를 피했다. 다만 관중석에서 '반갑습니다' 등을 부른 남북공동응원단에는 손을 흔들고 고개숙여 인사하기도했다.
 
 지난해 4월 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북한과 호주 경기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지난해 4월 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북한과 호주 경기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2003년엔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은 탈북선수 한국의 박보영에게 욕설 퍼붓고 경기 후 악수 거절한 일도 있었다. 북한선수들은 2월1일 전에 한국에 내려와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할 가능성이 높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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