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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드 수수료, 스타벅스는 내리고 미용실은 올린다? 정부의 최저임금 보완책

중앙일보 2018.01.22 14:00
22일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News1]

22일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News1]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큰 소매업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추진하겠습니다.”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
밴사 수수료 정액제서 정률제로
객단가 5만원 안되는 가맹점은 인하
5만원 넘는 가맹점은 인상 효과

커피 전문점은 객단가 낮아 수수료 인하
동네 미용실은 객단가 많아 수수료 인상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를 열고 7월로 예정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18일 서울 신림동 김밥집을 찾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와 비슷한 설명을 했다. 당시 장 실장은 “2000원을 팔아도 카드 단말기 공급하는 회사(밴사)가 95원을 가져가는데 이제 0.2%로 하기 때문에 4원만 내면 된다”며 카드수수료 인하를 홍보했다.
 
그런데 이러한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정부의 약속이 반쪽짜리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수수료가 내려가는 가맹점만큼 수수료가 올라가는 가맹점도 상당수다. 정부 정책대로 하면 오히려 일부 소상공인은 되레 카드 수수료가 크게 올라갈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지난 18일 최저임금 인상 보완대책으로 내놓은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안의 핵심은 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부과방식을 정률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장하성 실장 말대로 지금은 건당 결제금액이 얼마이든 밴사가 약 100원을 가져간다(정액제). 그런데 7월 말부터는 전체 가맹점에 대해 카드 결제대금의 0.2%를 밴 수수료로 떼기로 했다(정률제). 
 
예컨대 지금은 1만원씩 10번 결제하면 밴 수수료가 1000원, 10만원짜리를 1번만 결제하면 밴 수수료가 100원이다. 그런데 정률제로 바꾸면 결제 횟수와 상관 없이 10만원의 0.2%인 200원을 떼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정률제로 바꿨을 때 가맹점의 밴 수수료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기준선은 건당 평균 결제금액(객단가) 5만원이다. 평균 객단가가 5만원이 안 되는 가맹점은 수수료 인하, 5만원이 넘는 가맹점은 수수료가 인상되는 구조다. 
 
금융위 관계자는 “(객단가) 5만원이 넘는 홈플러스·이마트 같은 대기업이 부담을 지고, 다수의 편의점·슈퍼마켓·제과점의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며 “누군가는 수수료를 손해 보는 것이 맞지만 일종의 ‘대·중소 기업 상생’의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의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제도 개선으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가맹점은 약 10만 개, 가맹점당 평균 0.3%포인트(연간 270만원)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체 카드 가맹점은 266만 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10만개가 수수료가 인하된다는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여신금융협회에 확인한 결과, 전체 266만 개 가맹점 중 연 매출액 5억원 이하인 225만 개 가맹점은 어차피 0.8% 또는 1.3%의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정책의 영향이 없다. 그래서 여신금융협회는 나머지 41만 개의 연 매출액 5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 중에서 평균 객단가가 2만원 이하인 소액다결제 가맹점을 추렸다. 
 
객단가 2만원 이하인 곳은 특히 밴 수수료 정률제로 인한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그 결과 객단가 2만원 이하인 10만 개 가맹점으로 한정하면 수수료율이 연간 평균 0.3%포인트 인하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과정에선 객단가가 2만원이 안 되는 대형 가맹점도 포함됐다. 밴수수료 정률제는 가맹점의 규모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수수료가 오히려 올라가는 가맹점은 몇 곳이나 될까.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인상 가맹점은 따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가 내려가는 가맹점이 있으면 올라가는 곳도 있다고 추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낮은 객단가=소상공인, 높은 객단가=대기업’이란 공식이 항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타벅스·커피빈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도 객단가가 평균 1만원 이하다. 소아과·내과 같은 의원도 객단가는 낮을 수 있다. 이러한 업종은 소상공인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카드수수료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반면 미용실·카센터·학원 같은 업종 중엔 객단가가 5만원을 넘어서 카드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음식점 중에서도 횟집·고깃집처럼 객단가가 높은 곳은 수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맹점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카드수수료 인상 부담까지 가중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전국 미용실 2000~3000곳은 대부분 객단가가 5만원을 넘는다”며 “미용업계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름이 큰데 카드수수료까지 올리면 부담이 과중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작 대형마트 같은 대기업은 수수료 협상에 있어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 부담을 카드사에 떠넘길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대로 하면 이론상으로는 카드사 수익엔 영향이 제로이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에 과연 수수료를 올려 받을 수 있겠느냐”며 “카드 업계로선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불똥이 밴사로도 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꾸는 경우엔 금액으로 상한선을 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100만원을 결제할 때 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정액제일 땐 100원, 정률제(0.2%)이면 2000원이지만 실제로는 2000원까지 올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대형가맹점·카드사·밴사 3자 중 누가 부담을 떠안을지는 시장에서 알아서 정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결국 협상력이 핵심”이라며 “(수수료 인상분을) 대형사가 부담할지, 밴사가 일방적으로 부담할지, 카드사도 일부를 안게 될지는 시장에서 3자 간 협상의 결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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