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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훔쳐 몰래 나갔는데 4.35달러 청구서 날아왔다

중앙일보 2018.01.22 13:44
 350만 캐셔 일자리 위협하는 무인매장 아마존고 정식 오픈
 
 
아마존의 새로운 실험으로 불리는 ‘아마존 고’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정식으로 문을 연다. 계산대 직원을 없애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마트이다.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아마존캠퍼스 1층에 계산대 직원이 없는 아마존고가 1년간의 시범운영을 끝내고 정식 오픈한다. [AP=연합뉴스]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아마존캠퍼스 1층에 계산대 직원이 없는 아마존고가 1년간의 시범운영을 끝내고 정식 오픈한다. [AP=연합뉴스]

 
2016년 12월 아마존 캠퍼스(본사) 1층에 문을 열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운영에 들어간 아마존 고는 지난해 초 일반에 공개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 여만에 비로소 정식 오픈하는 것이다.
 
아마존고 매장 내에 고객 20명 이상이 있을 경우 물건 추적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꽤 오랜 걸린 셈이다.
 
아마존고는 ‘줄 서지않고(No Lines), 계산하지 않으며(No checkouts), 계산대를 두지 않는다(No registers)’라는 ‘3 노(No)’ 정책을 표방한다. 스마트폰에 아마존고라는 앱을 내려받고 신용카드를 저장시키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다.
 
스마트폰에 아마존고 앱을 깔고 QR코드를 스캔하면서 체크인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스마트폰에 아마존고 앱을 깔고 QR코드를 스캔하면서 체크인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트에 들어가면서 앱을 열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자동 체크인이 된다. 입장한 이후 원하는 물건을 집어들면 인공지능(AI) 센서가 고객을 인식해 해당 고객의 아마존고 앱 장바구니 목록에 담는다.
아마존고 내에서 물건을 집어들면 무게센서가 작동해 스마트폰 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로이터통신]

아마존고 내에서 물건을 집어들면 무게센서가 작동해 스마트폰 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로이터통신]

 
이 상태로 마트를 걸어나가면서 앱에 저장된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원래 있던 진열대에 올려놓으면 앱의 장바구니에서 해당물건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아마존고에서 쇼핑을 끝내고 그냥 걸어나가면 앱에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통해 계산이 완료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고에서 쇼핑을 끝내고 그냥 걸어나가면 앱에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통해 계산이 완료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의 첨단 쇼핑 기술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이다. 쇼핑을 끝낸 뒤 그냥 걸어나가라는 의미다. 아마존은 21일 “4년 전 우리는 계산대에 길게 줄을 서서 결제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인 마트를 처음 생각하게 됐다”면서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기술과 똑같은 컴퓨터 비전, 센서 퓨전, 딥 러닝 알고리즘 등을 한데 모은 첨단 쇼핑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마존고 천정에 설치된 수백개의 카메라가 쇼핑객의 동선을 추적한다. [사진 테크크런치]

아마존고 천정에 설치된 수백개의 카메라가 쇼핑객의 동선을 추적한다. [사진 테크크런치]

 
실제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천정에 설치된 수백대의 카메라들이 쇼핑객의 동선을 데이터화한다. 당초 안면인식 기능을 적용하려했으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동선인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각 진열대에 설치된 무게 센서가 카메라 영상과 합쳐지면서 아마존고 앱 사용자의 장바구니로 정확하게 들어가게 된다. ‘저스트 워크아웃’은 ‘그랩 앤드 고(Grab and go, 물건을 집어들고 가다)’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아마존의 허락을 받아 '몰래 가져나오기'가 가능한지 시험해봤다. 음료수를 선반에서 꺼내기 전에 봉투로 감싸서 몸에 숨기고 나오려고 했으나 결과는 '실패'. 무게 센서가 작동하면서 음료수 값 4.35달러가 정확하게 청구됐다. NYT 기자는 아마존고에서 물건을 집어들고 계산도 안하고 나오는게 "도둑질하는 기분"이라고 했지만, 실제 도둑질을 허용할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 도둑질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 주변에 직원이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와인이나 맥주를 살 경우 미성년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상주하지만, 170㎡(약 50평) 크기의 마트는 전반적으로 3∼6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즉석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필요물품을 진열대에 옮기는 직원 정도다.
 
아마존의 이같은 실험이 주목받는 배경은 마트와 식료품점 운영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미국내 계산대 직원은 350만 여명. 이 가운데 90만 여명이 식료품점에 근무중이다.  
 
아마존 고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들 350만 여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게다가 아마존은 지난해 137억 달러(15조 원)를 내고 최고급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터라, 아마존 고의 무인 계산대를 홀푸드에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아마존 고를 추가로 어디에 설치할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으며, 홀푸드에 이 기술을 추가할 계획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분석 자료를 보면 아마존이 이같은 무인 시스템을 홀푸드에 적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홀푸드의 평방피트당 투자 비용이 387달러인 데 비해, 아마존 고는 매장 크기에 따라 182~319달러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내 마트ㆍ식료품점의 평균 직원 수가 8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마트 점주들 또한 이같은 시스템을 무시하기 힘들다. 
 뉴욕포스트가 아마존 고를 가리켜 ‘차세대 일자리 없애기 대표 선수(the next major job killer)’라고 쓴 이유기도 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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