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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주 앞둔 '빙속 삼남매' "밴쿠버 영광을 한 번 더"

중앙일보 2018.01.22 11:43
제15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 참석한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가 환한 표정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15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 참석한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가 환한 표정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빙속 3남매 부활해야죠." (이상화)
"친구들과 하는 마지막 올림픽이니까요." (이승훈)

밴쿠버올림픽서 금3, 은2 합작
'절친' 이상화-모태범-이승훈
평창올림픽서 마지막 선전 다짐

"승훈이와 상화를 보며 동기를 얻었어요." (모태범)
 
1988년생 이승훈(30), 그리고 89년 2월생인 모태범(29·이상 대한항공)과 이상화(29·스포츠토토).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선보였던 '빙속 삼 남매'가 다시 뭉친다. 저마다 다른 도전에 나서지만, 이들은 셋이 함께하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멋진 레이스를 펼치자고 마음을 모았다.
 

8년 전 밴쿠버올림픽은 셋을 위한 무대였다.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한 건 이승훈이었다. 이승훈은 2010년 2월 13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첫 메달(은메달)을 따냈다. 이틀 뒤인 15일 모태범이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가 다음 날인 16일 여자 500m에서 금빛 소식을 전했다. 메달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모태범이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고, 이승훈은 1만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쾌속 세대'란 신조어가 탄생했고, 이들은 '빙속 3남매'로 불렸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모태범,이상화, 이승훈(왼쪽부터).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모태범,이상화, 이승훈(왼쪽부터).

 
대회 전까지도 셋을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단거리에선 간판 이규혁과 이강석이 주목받았다. 모태범은 예상 밖의 선수였다. 외신기자들이 기자회견에서 모태범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물을 정도였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자마자 '사고'를 쳤다. 이상화가 그나마 메달 기대주로 꼽혔지만, 종목 '최강자' 예니 볼프(독일)를 꺾을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상화는 "밴쿠버에선 태범이 경기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단숨에 한국 빙속의 '대들보'로 떠오른 세 사람은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14 소치올림픽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상화는 500m 2연패(連覇)에 성공하며 '빙속 여제'로 우뚝 섰다. 이승훈은 개인 종목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주형준·김철민과 함께 나선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땄다. 모태범은 500m에서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위와 0.38초, 3위와는 겨우 0.15초 차였다. 모태범은 "최선을 다했는데 4위란 결과를 받고 나니 모든 게 귀찮았다. 체중이 107㎏까지 불었다"고 고백했다.

 
 2014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함께 한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왼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함께 한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왼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세 사람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겨울올림픽, 평창올림픽이다. 고질적인 종아리 부상 탓에 은퇴를 고려했던 이상화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스케이트화 끈을 당겼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에게 유리한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이 되면서 다시 한번 금메달 도전에 나섰다. 이승훈은 "다른 선수들의 견제가 많아졌지만, 첫 챔피언이란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몇 시즌 부진했던 모태범도 친구들을 보며 다시 한번 해보자는 각오를 다졌고, 25㎏을 감량했다.
 
이상화는 "소치 땐 일부러 (친구들 경기를) 안 봤는데 이번엔 열심히 응원할 거다. 태범이는 단거리라 같이 운동하는데 정말 열심히 한다. 잘 됐으면 좋겠다. '빙속 삼 남매'도 부활해야 한다"며 웃었다. 이승훈은 "(이상화가 올림픽 뒤 은퇴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둘보다 난 부족하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 8년 전처럼 깜짝 사고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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