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야 모두 네이버 댓글,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확산

중앙일보 2018.01.22 11:15
네이버가 논란이다. 자의적인 뉴스 편집으로 한성숙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한 지 채 100일도 안 돼 댓글 조작 의혹 때문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네이버가 관할서인 경기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밝힌 이유는 “댓글 추천 수가 급속히 올라간다는 등 의혹 제기에 관해 명확한 사실 규명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거였다.
 
네이버가 수사를 의뢰한 건 19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7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네이버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 방조하는 포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지 이틀만이다. 추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강도 높은 비난을 한 배경에 대해 한 측근은 “매크로를 이용해 새벽 2~4시 사이에 댓글 추천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에 대한 제보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매크로란 인터넷상에서 특정 행위를 할 때 여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실행시키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암표상이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을 사재기하는 등에 사용되지만,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에선 기사 조회 수보다 댓글 찬성 수가 더 빨리 오르는 장면이 담긴 이른바 ‘짤방’이 돌아다닌다.
 
문재인 정부 열성 지지자들의 네이버에 대한 불신은 크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에 “‘매크로질 백날 해도, 여론은 이니 편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같은 글을 올리며 ‘반(反) 네이버’를 주장한다. 인터넷 활동이 활발한 이정렬 전 판사는 트위터 등 SNS에 “3ㆍ1절을 기해 모두 네이버에서 로그아웃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네이버_매크로_조작’, ‘#네이버를_수사하라’ 같은 해시태그(#뒤 문구를 클릭하면 같은 주제의 글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기능)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일부는 과거 특정 매체를 대상으로 벌어졌던 ‘절독 운동’의 연장선에서 네이버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야당쪽 시각은 정반대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네이버 댓글 공작의 주범은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층인 이른바 '문꿀 오소리'들"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가 올라오면 자기들끼리 SNS로 '좌표'를 찍고 일제히 달려들어 베스트댓글을 점령하고 여론을 왜곡시키는 행태가 반복되는데 경찰이 이런 걸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한국당 당직자도 "문빠(문 대통령 지지층)들이 댓글 공작을 할때는 네이버가 모른 체 하고 있다가, 최근 암호화폐와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등으로 젊은층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자 경찰을 끌어들여 이를 막아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11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고발하기도 했다.
 
어쨌든 네이버 댓글은 여론 수렴의 장이나 토론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네이버가 논란이 될 만한 기사를 상단에 노출하면 ‘지지자 vs. 반대자’간 댓글 전쟁이 벌어진다. 특정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면서 찬성이나 반대를 누르자고 권유하거나 독촉하는 ‘일점사’ 양상도 띤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네이버가 타깃이 되는 것은 뉴스 생태계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매체 합산 영향력 순위에서 네이버는 20.8%로 1위였다. 그 전해에 18.1%로 1위를 차지했는데 그 격차를 더 벌렸다.
 
사정이 이렇지만 네이버 측은 여전히 “전통 언론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를 생산치 않아 기존의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언론으로 인정하는 순간 각종 규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간 국회에선 ‘공룡 네이버’ 문제를 놓고 논의를 해왔지만 지지부진했다. 19대 국회에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온라인 포털 정상화 TF팀’을 발족하고 관련 입법을 준비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 상태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들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