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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현송월 관심이 지나치다

중앙일보 2018.01.22 07:00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과하다. 은여우털, 캐시미어 코트, 가방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스타일을 스캔하듯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북한 대표인 데다 가수 출신의 미녀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과연 그의 모든 동선이 뉴스를 탈 정도의 인사인가 싶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우리측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우리측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실무접촉 내용보다 현송월에 더 관심
공연 점검하러 온 북한 대표단장에 지나쳐
루머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면서 유명세
예술단,응원단은 평창의 주연 아닌 조연

정치권도 기다렸다는 듯이 흥분하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북한 대좌(대령급) 한명 모시는데 왕비 대하듯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현송월 신드롬’은 그가 지난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의 북한 대표단으로 참석하면서 생겼다.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한다는 공동보도문보다 현송월이 누구인가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는 확인이 안 된 ‘김정은 애인설’부터 ‘음란 동영상 처형’ 까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은둔의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을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루머가 사실처럼 번졌다. 루머가 사실인지 아닌지 그것이 중요할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현송월은 그냥 가수 출신의 북한 예술단장일 뿐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대표단 일행을 태운 차량이 21일 오전 경찰들이 일반인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대표단 일행을 태운 차량이 21일 오전 경찰들이 일반인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과거 서울에서 열린 남북총리회담이나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하러 온 북한 대표단이 아니다. 서울과 강릉에 있을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위해 사전점검하러 왔다. 뉴욕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공연하더라도 좋아하는 팬들만 관심을 가진다. 하물며 그 지휘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를 타지는 않는다.
 
현송월을 포함한 사전점검단이 지난 19일 오기로 했다가 12시간 만에 번복하자 이를 놓고 소란이 일었다. 급물살을 탔던 남북 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후 다시 북한이 입장을 바꾸면서 현송월이 21일 서울로 내려왔다. 이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이틀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만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앞으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런 북한을 지혜롭게 대처하려면 그들의 행동에 덜 예민해져야 한다. 예술단이든지 사전점검단이든지 오면 오는 것이지, 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이유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예정대로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면 된다. 북한이 함께 참여하면 좋은 일이다. 북한의 참석 여부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 아트센터에 도착하자 취재진과 시민들이 다가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 아트센터에 도착하자 취재진과 시민들이 다가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대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은 “북한의 참가로 평창 올림픽이 남북한 화해를 넘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흥행을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참가가 특별해서는 안 된다. 다른 참가국들과 똑같으면 된다. 예술단이나 응원단이 오더라도 뉴욕필하모닉의 축하공연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이들이 한국에서 열린 국제스포츠 행사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다.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남북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송월이 서울·강릉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멀지 않아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과 응원단 230명이 내려올 예정이다. 이번 현송월의 방한보다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방한은 환영을 받아야 하겠지만, 평창의 ‘조연’이어야지 ‘주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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