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기도 돈 주고 마시는 시대 온다"…하츠 김성식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2018.01.22 05:00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부활동을 삼가고 실내로 들어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실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창문을 닫고 지내다 보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각종 세균과 유해가스ㆍ먼지ㆍ유기화합물ㆍ이산화탄소 등이 쌓이면서 아토피ㆍ알러지ㆍ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공기 속 유해물질과 전쟁을 선언한 기업인이 있다. 실내 공기 종합 관리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하츠’의 김성식(51) 대표다.  
그는 지난 주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이 이제 물만큼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미세먼지ㆍ대기오염ㆍ황사 등이 심각해지면서 공기도 물처럼 돈을 주고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드 시장 국내 1위…공기 질(質) 관리 업체로 변신
환기형 공기청정기, 탁해진 실내 공기 내보내고
외부 공기 걸러 유입…기존 공기청정기 단점 보완
식물 활용한 ‘버티컬 에어가든’, IoT 이용한 후드 등

 
하츠 김성식 대표가 식물을 활용한 공기 정화시스템인 '버티걸 에어가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벽면에 식물을 길러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김상선 기자

하츠 김성식 대표가 식물을 활용한 공기 정화시스템인 '버티걸 에어가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벽면에 식물을 길러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김상선 기자

사실 하츠는 주방용 후드 시장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후드는 가스레인지 위에 설치해 냄새ㆍ연기를 빨아들여 제거해 주는 주방가전제품으로, 거의 모든 가정에 설치돼 있다. 김 대표는 “그간 공기를 순화시키는 후드를 팔아 이익을 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깨끗한 공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공기의 질(質)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현대인은 생활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낸다. 공기를 정화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다.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방법. 그러나 요즘 같은 때는 미세먼지 등 외부 오염 물질이 여과 없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실내 공기를 재순환해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드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공기 질 관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AQM’(Air Quality Management)이다. 대표적인 게 ‘환기형 공기청정기’다. 환기 덕트(공기가 흐르는 통로)에 설치해 나빠진 내부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외부 공기는 필터로 걸러내 실내로 유입시킨다. 그는 “집ㆍ사무실 등에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데다, 집 안의 온기나 냉기가 빠져나갈 위험도 없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획기적인 방식의 공기청정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제품 출시에 앞서 몽골 울란바토르의 유치원 등에 제품을 후원했다. 몽골은 황사ㆍ미세먼지 등으로 한국보다 공기 환경이 더 나쁘다. 날씨가 춥다 보니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더 길다.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이다. 환기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유치원에서는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마시기 위해 아이들이 열심히 나오다 보니 결석률이 급감하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제 학교에선 미세먼지가 심하면 실외 수업ㆍ활동을 삼가고 실내수업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내 공기가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며 “이런 학교 수요뿐 아니라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ㆍ요양원, 새집증후군ㆍ호흡기 질환을 우려하는 가정, 사람이 밀집된 사무실ㆍ도서관 등을 염두에 두고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츠 김성식 대표가 식물을 활용한 공기 정화시스템인 '버티걸 에어가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벽면에 식물을 길러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김상선 기자

하츠 김성식 대표가 식물을 활용한 공기 정화시스템인 '버티걸 에어가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벽면에 식물을 길러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김상선 기자

하츠는 다른 획기적인 제품도 많이 내놓았다. 업계에선 유일한 실내공기 전문 연구실 AQM랩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것이다. ‘버티컬 에어가든’은 식물을 활용한 친환경 공기 정화 시스템이다. 벽면에 식물 등을 길러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정화한다. 산소를 공급하고 습도를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벽면을 활용하므로 공간상의 문제로 녹지를 가꾸기 어려운 곳에도 설치할 수 있다. 스마트 후드 ‘퓨어’는 광센서로 주변의 빛과 열을 감지해 스스로 작동한다. 요리할 때는 후드 기능이, 유해가스를 감지하면 환기 기능이, 평소에는 공기청정 기능이 작동되는 스마트 환기 시스템이다.
  
SK텔레콤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에어 케어 레인지 후드’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장착했다. SK텔레콤의 공기 질 측정기인 에어큐브가 주방 내부 공기의 질을 측정하고, 공기가 나쁘면 레인지 후드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위치정보ㆍ기상정보ㆍIoT 플랫폼 등을 연계해 고객의 외출과 귀가에 맞춰 스스로 주방 내 적정 공기 품질을 맞춘다. 하츠는 전통적인 후드도 예전과 달리 다양한 디자인ㆍ사이즈ㆍ컬러로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정수기 렌털을 벤치마킹해 후드 렌털사업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주방을 넘어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며 “거창하지만 인류의 공기 질을 담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야구광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깨 부상 때문에 쉬고 있지만 한 때 벽산의 사회인야구팀 ‘파이어 스톰’,  하츠의 야구팀 ‘허리케인’에서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하루에 두 게임을 던질 때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우리 선수가 실책을 범하더라도 항상 격려하고 스스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의연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경영자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벽산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인득 회장의 손자이자 김희철 전 벽산건설 회장의 장남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2001년 ㈜벽산에 입사해 구조 조정과 기업 회생을 진두지휘하다 200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8년 건축자재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하츠를 인수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