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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평균 4억 ‘부담금 폭탄’ … 그럼 집값 잡힐까

중앙일보 2018.01.22 01:41 종합 2면 지면보기
정부가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재건축 부담금으로 4억원을 내라고 하는 건 재건축사업을 아예 접으라는 얘기 아닌가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 “연한 확대 검토” 사흘 만에
1인당 부담금 최고 8억원 예고
“조합원들 법적 대응 나설 수도”

강남권 재건축 당분간 위축 불가피
“공급 막히면 집값 되레 오를 것”

“며칠 전까지 매물이 없었는데 지금은 일부 나왔어요.”(양천구 목동 단지 주변 M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재건축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주요 재건축아파트 단지들이 술렁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 확대, 안전진단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조합이 설립된 서울 주요 재건축아파트 20곳의 재건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평균 3억7000만원으로 예상됐다고 21일 밝혔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15개 단지는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이 4억4000만원으로 예측됐다. 이 중 한 단지는 예상 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달했다. 국토부가 단지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부동산업계에선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 잠실 주공 5단지 등이 분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한다.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세금 폭탄’ 규모를 알려 ‘투자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재건축을 과도하게 틀어막으면 주택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건축 부담금은 올해 부활한 환수제에 따라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다. 재건축 기간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분보다 더 오른 금액에 적용된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사업을 시작한 시점부터 준공되는 종료 시점까지 오른 집값 가운데 개발비용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에 10~50%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개시 시점과 종료 시점 가격의 추정치를 어떻게 잡았는지 의문”이라며 “시점에 따라 부담금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정부가 나서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익명을 원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한 산출 근거를 내놓지 않은 채 예상 부담금을 발표한 것을 보면 재건축 연한 강화 등으로 조합이 반발하는 데 대한 사전방어책 성격이 큰 것 같다”며 “재건축을 추진해 봐야 세금이 많이 나간다는 메시지를 줘 시장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5월이면 시·군·구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에 예상 부담금을 통보하는데 정부 입장에서 의도를 갖고 과하게 예측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단지 주민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실제 부담금을 예상보다 많이 내게 된다면 조합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재건축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8·2 대책 이후 쏟아진 재건축 규제에 이어 부담금이 이렇게 많아진다고 알려지면 주민들이 재건축 동의를 꺼려 사업이 올스톱될 수 있다”며 “추격 매수가 사라지면서 집값도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과도한 규제로 주택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권의 유일한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을 틀어막으면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강남 주택의 희소 가치를 높여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윤·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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