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 경기 북한 선수 3명 출전 … 한국 선수 4명은 못 뛴다

중앙일보 2018.01.22 01:40 종합 3면 지면보기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 올림픽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왼쪽부터)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 올림픽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왼쪽부터)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음달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리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2018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 올림픽 최초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COR’과 한반도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빙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북 대결 당시엔 해외 언론 46개사(기자 79명)가 취재신청을 했다. AP와 로이터는 물론 중동의 알자지라까지 경기장을 찾았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명암
엔트리 35명 됐지만 22명 출전 유지
북 기량 몰라 조직력 무너질 우려
평창서 최고의 흥행 카드로 관심
이기면 경기장 내 ‘아리랑’ 틀기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우리 정부는 ‘북한 선수가 어시스트하고 한국 선수가 골을 넣는 감동적인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左),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右). [연합뉴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左),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右). [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단일팀 전체 엔트리는 우리 선수 23명+북한 선수 12명 등 총 35명으로 확정됐다. 전체 엔트리는 늘었다. 우리 정부는 한국 선수 23명이 모두 전체 엔트리에 포함됐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를 뛸 수 있는 게임 엔트리는 다른 7개국과 동일하게 22명으로 제한됐다. 게다가 IOC는 “단일팀 감독은 매 경기 적어도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련기사
 
아이스하키계 관계자는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다. 세라 머리(30·캐나다) 감독은 울며겨자먹기로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 23명 중 게임엔트리 22명에서 원래 빠지는 1명을 포함해 총 4명이 빙판을 밟지 못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끄는 새러 머리 감독. [중앙포토]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끄는 새러 머리 감독. [중앙포토]

 
머리 감독은 지난 16일 “단일팀이 구성되더라도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이 없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묵살된 셈이다. 한국 최종 엔트리 23명에서 탈락한 이민지는 지난 20일 소셜미디어에 “올림픽 명단 발표 전까지 불이익이 두려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선수에게는 경기에 나가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대결을 펼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빨간 유니폼). [중앙포토]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대결을 펼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빨간 유니폼). [중앙포토]

 
작전 수행력도 문제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22명의 게임 엔트리 중 골리 2명을 제외하고, 2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5명씩 1개 조로 4개 조(1~4라인)가 번갈아 투입된다. 머리 감독은 주력인 1~3라인에 한국 선수들을 그대로 두고, 4라인에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북한 선수들의 실력차가 크기 때문에 공격수 3명과 수비수 2명으로 구성되는 4라인에 북한 선수를 끼워 넣는 것도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아이스하키 남자팀 감독은 “머리 감독이 머리 아프게 생겼다. 북한 선수들이 오늘 내려와 합동훈련을 한다고 해도 개막일까지 20일도 안 남았다. 북한 선수 12명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들. [중앙포토]

 
팀워크 문제는 더 크다. 아이스하키계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민지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자 감독은 물론 선수들 모두가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고 들었다. 한 명 빠져도 분위기가 이런데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하면 팀워크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북한 선수들은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라고 부른다. 용어도, 문화도 다르다. 만약 남북 선수들이 훈련 중 몸싸움 과정에서 충돌해 문제가 불거질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했다.
 
아이스하키 경기는 약 50초마다 선수를 교체한다. 교체 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점 위기가 생긴다. ‘배드 라인 체인지’라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세계 최고선수들이 모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도 벌어진다. 팀워크가 맞지 않는 북한 선수들과 라인 체인지를 할 때 실점할 수 있다.
 
35명으로 늘어난 대규모 단일팀의 생활과 이동도 문제다. 올림픽 경기장 벤치와 라커룸은 모두 선수단 23명에 맞게 건설됐다. 지금 당장 확장 공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40명 이상이 버스 한 대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한국(세계랭킹 22위)은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9위)과 비교해 전력이 처진다. 그렇지만 단일팀이 만약 승리할 경우 다른 나라는 당장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대패할 경우엔 ‘이러려고 단일팀을 만들었는가’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5명 단일팀’이 확정된 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북한 선수 3명을 무조건 기용해야 한다는 게 소통이고 민주주의인가’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등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