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뢰의 위기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에 경찰 수사 의뢰

중앙일보 2018.01.22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매일 1300만 명 이상이 보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댓글 조작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댓글 조작을 방조한다는 의심을 받은 네이버는 최근 “댓글 조작 여부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네이버 댓글은 지난해 7월에도 현 정부 인사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이 다른 사용자들의 요청으로 가려져 (댓글 접기) 논란이 됐다.
 

남북 단일팀 비판 글 공감 폭주에
“내부 도움 의혹” 청와대 잇단 청원
추미애 “악성 글 방조 포털도 공범”

뉴스 배열, 실시간 검색어 등 잡음
“권한만 있고 책임 없는 게 문제”

21일 네이버 관계자는 “청와대 게시판에 네이버 댓글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 진상을 밝혀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댓글 조작을 돕는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자체 조사를 하지 않고 경찰에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앞서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매크로 및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여러 개의 네이버ID·비밀번호로 로그인·아웃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IT업계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VPN(가상사설망 서비스)과 연동하면 컴퓨터 IP 주소 조작도 가능하다.
 
해당 글 작성자는 지난 18일 보도된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의 댓글을 예로 들었다.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라는 댓글에 ‘공감’ 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이 댓글은 21일 오후 3시 현재 전체 2만 5798개 댓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공감(4만2281개)했다. 청원자는 공감 수가 올라가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도 첨부했다.
 
이번 댓글 조작 의혹은 네이버가 가진 국내 뉴스 유통산업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방증한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일주일에도 한 번이라도 네이버 웹·앱을 쓰는 사람은 33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매일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이 1300만 명 이상.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124곳)가 보내온 2만여 건의 기사 중 일평균 200건 정도를 추려 네이버 메인에 노출한다. 그 선택 기준은 네이버에 달렸다. 네이버가 자체 설계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뉴스를 묶고(클러스터링), 그중에 뉴스 편집 에디터가 메인에 노출할 기사를 선택하는 식이다. 특정 기사를 네이버 메인에 노출해달라는 사용자 요청(클릭)이 많으면 네이버 에디터가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청와대 청원 글에 언급된 기사도 메인에 노출됐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이미 메인 노출 기사를 선택하고 뉴스의 배열을 결정함으로써 여론의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는데 네이버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 유봉석 전무는 “장기적으로는 (사람의 개입을 줄이고)100% 알고리즘 기반으로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알고리즘도 현재는 비공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네이버의 신뢰도에 적잖은 금이 갔다. 네이버 스포츠뉴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임원이 뉴스 배열에 외부의 청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했다. 네이버에 많은 트래픽을 가져다주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나 연관검색어 서비스도 종종 논란이 된다. 불법 로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실급검과 연관검색어를 조작하는 범죄 집단이 있다.
관련기사
 
네이버의 이번 경찰 수사 의뢰는 인터넷 뉴스 댓글에 대한 여당 대표의 원색적인 비난 이후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는 포털 댓글을 언급하며 “(댓글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넘쳐난다. 묵인하고 방조하는 포털도 공범”이라면서 네이버를 몰아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해는 6월 지방선거도 앞둔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 네이버 댓글에 대한 의혹을 이참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강기헌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