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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역주행’ … 브라운관 뚫고 무대로 달려간 안방 스타들

중앙일보 2018.01.22 00:42 종합 25면 지면보기
19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 모인 MBC탤런트극단 단원들. 연습 도중 짬을 내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호준·이해나·조승연·박형준·석정현·이정화·고용화·김미영·윤순홍·정욱·정예훈·황유진·장보규 배우, 정세호 연출, 정은수 조연출, 박소정·이시은·임채원·양희경·오미연·정성모·김선동·김영석 배우, 안지홍 음악감독, 윤철형 배우. 이들은 사진을 찍으며 ’많이 보러 오세요~“를 큰소리로 외쳤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 모인 MBC탤런트극단 단원들. 연습 도중 짬을 내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호준·이해나·조승연·박형준·석정현·이정화·고용화·김미영·윤순홍·정욱·정예훈·황유진·장보규 배우, 정세호 연출, 정은수 조연출, 박소정·이시은·임채원·양희경·오미연·정성모·김선동·김영석 배우, 안지홍 음악감독, 윤철형 배우. 이들은 사진을 찍으며 ’많이 보러 오세요~“를 큰소리로 외쳤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TV 드라마로 친숙한 얼굴들이 대거 서울 대학로에 모였다. 지난해 10월 창단한 ‘MBC 탤런트 극단’ 배우들이다. 양희경·오미연·정욱·정성모·박형준·윤순홍·임채원·허윤정·이시은씨 등 30여 명의 배우들이 매일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만나 다음달 1일 개막하는 창단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MBC탤런트 극단 다음달 창단 공연
양희경·정성모·임채원 등 출연
노개런티로 크리스티 ‘쥐덫’ 공연

드라마 ‘청춘의 덫’ ‘겨울새’ 등을 연출했던 정세호 전 MBC PD가 극단 대표 겸 예술 감독을 맡아 연극 연출을 하고, 극단 창단의 산파 역할을 한 ‘MBC 탤런트 극회’ 윤철형 극회장이 기획·홍보를 담당했다. 이들이 준비하는 작품은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오르며 최장기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연극이다. 드라마 ‘허준’ ‘상도’ ‘올인’ 등을 쓴 최완규 작가가 각색을, ‘M’ ‘홍길동’ ‘짝’등의 음악을 만든 안지홍 작곡가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19일 SH아트홀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배우 양희경(64)씨는 “무대에 서면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배우 서른 명이 매일 함께 연습하면서 서로의 열정을 보고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세호(63) 연출도 “같이 호흡을 느끼니까 엔도르핀이 나온다. 연출 인생 35년 만에 연극 연출은 처음인데, 앞으로는 연극만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최완규(54) 작가는 “5분 내에 뭘 못 보여주면 채널이 돌아가는 TV 드라마와는 다른 세계”라며 설레는 심정을 드러냈다.
 
탤런트들이 극단을 만들게 된 건 ‘연기자로서의 초심’이 그리워서였다. 윤철형(58) 극회장은 “배우는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 하지만 탤런트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연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연기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극단 창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현재 ‘MBC 탤런트 극단’ 단원은 스태프를 포함해 50여 명이다. MBC 공채·특채 탤런트들로 이뤄진 ‘MBC 탤런트 극회’ 회원 중 10분의 1 정도가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MBC 일산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연극 연습을 시작했고, 지난 8일 공연장인 SH아트홀로 장소를 옮겨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8∼9시까지 하루 세차례씩 ‘런(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해보는 연습)’을 돌리고 있다. 출연 배우 중 최연장자인 정욱(80)씨는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을 때는 연기자들의 호흡이 어느 방송사도 못 따라올 만큼 잘 맞았다. 이번 공연이 후배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단 소속 배우 중 유명 탤런트도 상당수지만 이들 모두 출연료 계약을 하지 않고 이번 무대에 서기로 했다. 3억원가량 드는 제작비는 대출받아 해결하고, 공연을 마친 뒤 정산을 거쳐 출연료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수익이 없으면 출연료도 없는 ‘위험한’ 계약이지만, 이들은 “돈을 내고라도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미연(65)씨는 “공부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이렇게 연기를 가르쳐주겠냐”고 했고, 정성모(62)씨는 “익숙해진 연기틀,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매너리즘 등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여주인공 몰리 역의 임채원(46)씨는 “1989년 방송국에 들어온 뒤로 연극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 연기해왔다. 연극 연습 과정이 힘들지만 연기가 발전하는 희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에너지를 얻으며 준비 중인 ‘쥐덫’ 공연은 내달 1일부터 3월 25일까지 진행된다. 극 중 트로터 역을 맡은 박형준(48)씨는 “돈 내고 보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각오를 전했고, 정 연출은 “앙코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흥행 성공’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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