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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민소득 3만달러 … 행복하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2018.01.22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동요 ‘곰 세 마리’는 화목한 중산층 모습을 상징한다. 영국 전래동화에도 곰 세 마리가 등장한다. 숲 속에서 길 잃은 소녀 골디락스가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이 사는 집에 들어간다. 소녀는 식탁 위 세 가지 스프 중 뜨거운 스프, 찬 스프 대신 약간 따뜻한 스프를 선택하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소녀의 이름을 따 높은 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를 ‘골디락스 경제’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근 10년만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상승했다. 포브스는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이 ‘新골디락스 경제’성과를 남겼다 한다.
 
주가가 상승하고 각종 경제의 위험지표는 낮아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아진 수치와 달리 세상이 여전히 각박하고 살벌하다 한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자리의 풍경이 화목한 중산층 모습과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2010년 옥스퍼드 사전이 ‘쪼그라든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중산층 위기가 부각되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일자리와 소득 개선을 크게 체감 못하는 사람들에게 세계 경제 호조는 남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2006년 1인당 소득 2만불을 달성했다. 올해는 3만2000불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는 전쟁 후 초근목피로 끼니를 떼웠던 극빈국가가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다. 그런데도 중산층조차도 미래를 불안하게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보자. 우리는 38개 국가 중 29위로 2012년 24위에서 나빠졌다. 1인당 소득 순위는 올랐는데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내렸다. 하위권이었던 삶의 만족도 순위는 최하위를 다툰다. 실마리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냐’는 항목이다. 이 질문에 우리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산 정(情) 많은 우리가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속에서 산다. 일과 삶의 여유를 나타내는 ‘워라밸’ 역시 최하위권이다.
 
국제연합(UN)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의 반에도 못 미치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더 높다. 우리보다 더 화목한 가정이 많고 취업시장에서 남녀간 불평등도 낮다. 기부문화도 우리가 그들보다 못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메말라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생존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 정부도 경제지표를 넘어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분명 소득 3만불 달성은 큰 성과고 파이는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누리는 지속가능한 포용의 경제를 일구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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