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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자동차노조, 응답하라 2018

중앙일보 2018.01.22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2015년 여름철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유행으로 1만명 이상이 격리되고 40여명이 사망했는데, 면역력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개방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하면 격리되고 도태되어 가는 길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 50년간 기업·근로자 모두 열심히 국제경쟁력을 키워 오면서 자동차 생산 세계 6위, 메이커별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생산 세계 5위로 성장했다. 1960년 후반에서야 걸음마를 뗀 한국 자동차산업이 30년 앞선 일본, 60년 앞선 유럽·미국의 자동차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면역력이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파업·선명성 경쟁하는 한국 노조
노사 머리 맞댄 선진국 못 당해
3년 단위 임단협, 유연근로 도입
인건비 비중을 매출 10% 이하로

국산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에 466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4년간 45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년에 420만대로 큰 폭으로 떨어진 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2013년부터 내리 5년간 하락세를 보인다. 내수에서도 수입차가 디젤게이트로 잠시 주춤거리고는 있으나, 계속 시장을 확대하면서 국산차의 입지를 압박하고 있다. 수입차의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판매 대수로는 15%, 판매금액으로는 30%나 차지했다. 한국의 생산·내수·수출의 3각축이 모두 위축세인 데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도 2015년 800만대를 달성한 후 지난해는 725만대로까지 감소하며 중국·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홀로 뒤처졌다. 따라가야 할 미국·독일·일본은 더 앞서가고, 중국·인도·멕시코 등 개도국들은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규모 조립생산 구조인 자동차 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생산 유연성이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체이기 때문에 세계 최악인 고비용 저생산 구조인 노사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우리 자동차산업이 부활하긴 커녕 병세가 더욱 악화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공장 자동화로 일은 단순해지고 일감은 줄어들고 인력은 남아도는데도 제자리를 고수하는 노조, 생산성은 낮아지는데 임금은 매년 올려받는 노조, 구닥다리 누더기 임금 체계의 항목별로 사측과 건건이 아웅다웅하면서 노사합의도 저버리고 통상임금 쟁송으로 불로소득까지 챙기려는 노조, 회사와 연중 내내 소모전을 벌이면서 걸핏하면 파업을 일삼는 노조, 2년마다 선거하며 선명성 경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노조로는 이미 타협적·협력적으로 변한 노조와 함께 체력을 보강하는 다른 나라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우리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을 관철했으나 파업기간 무임금, 생산 물량과 잔업 축소, 성과급 감소로 실수령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어 노사 모두 상처투성이만 남겼으며 해외투자 확대로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는 다른 나라에 빼앗겼다. 매출액 중 인건비 비중이 13%나 되는 과대비만증 임금부담으로는 달리기 경주에서 중도탈락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미래기술 투자나 중소협력업체에 돌아갈 몫은 줄어들어 생태계적인 면역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여건도 원화강세, 유가상승, 미국발 금리인상, 한·미 FTA 협상 등으로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다시 활기차게 일어서기 위해서는 40년전 포니 시대의 투쟁적·소모적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우리 노조가 2018년 새 시대에 맞추어 선진국 노조보다 더 선진화된 모습으로 변하는 수밖에 없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최소 10% 이하로 낮춰 건강 체질로 바꾸어야 한다.
 
일본과 독일은 1년, 프랑스 3년, 미국은 4년 주기로 임금 교섭하면서 파업 없이 타결되며 노조가 경영진만큼 회사를 걱정한다. 늦었지만 이제 우리도 노사가 손을 잡고 평화협약을 맺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임금과 복지 임금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 아닌가. 국제 경쟁력을 위해 선진 경쟁국과 같이 3년 단위의 임금협상, 생산 차종과 생산물량에 따른 유연한 근로, 생산성과 기업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 마련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댄다면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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