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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가는 돈, 기업으로 물꼬

중앙일보 2018.01.22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 혁신 방안은 크게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이다. 전자와 관련한 대책이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소상공인 대상 카드 수수료 인하, 다중채무자 부담 완화 등이다.
 

금융위 ‘자본규제 3종 세트’
가계대출, 실제보다 많이 계산해
금융기관 추가 대출 여력 줄이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고삐 더 조여

후자와 관련한 대책이 금융위가 21일 내놓은 ‘자본규제 3종 세트’다.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돈을 기업 쪽으로 돌리기 위해 금융회사를 규제하겠다는 방안이다. 목표는 두 가지다. 표면은 기업 활성화지만 내막은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조이기다.
 
3종 세트의 구성은 먼저, 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예대율 가중치를 ±15%포인트 차등 적용하는 규제안이다. 예를 들어 가계대출을 100만원 해 줬다면, 115만원을 대출한 거로 계산한다. 반면 기업대출이 100만원이라면 85만원 대출해 준 거로 치는 방식이다. 즉 가계대출 비중이 크면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이 대출해 준 것으로 집계된다. 이를 적용하면 시중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은 98.1%(지난해 9월 기준)에서 99.6%로 상승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한다. 회사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예대율이 100%를 넘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가계대출 추가 여력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다음으로,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초과하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 가중치를 높인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본 지표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현재는 35%인데 이걸 두 배인 70%로 올린다. 이 경우 은행권 평균 BIS 비율은 약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BIS 비율 하락이 우려된다면 은행은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줄여야 한다. 신규 대출은 안 하고, 필요할 경우엔 기존 대출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풀어 오른 가계대출에 바람을 빼는 효과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도입한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금융위가 ‘적립 비율’을 결정하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자본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자본금을 추가 적립하지 않을 경우엔 이익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성과상여금 지급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다.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도 준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을 새로 만들어 5% 가중치를 부여해 평가한다. 워크아웃 기업에 새로 대출해 줄 경우 우선변제권이 주어지는 만큼, 기존 대출보다 자산 건전성을 높게 분류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대 40조원가량의 가계 대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규제한다고 돈의 흐름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집값이 오르니 가계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공급(은행)을 잡는다고 돈이 기업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란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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