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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삶 '연명' 아냐!", 14년째 병상 누운 한 경찰가족 이야기

중앙일보 2018.01.22 00:01
2004년 6월 취객검거 과정서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장용석(48) 전 수원중부경찰서 경장의 손을 부인 황춘금(44)씨가 잡고 있다. 김민욱 기자

2004년 6월 취객검거 과정서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장용석(48) 전 수원중부경찰서 경장의 손을 부인 황춘금(44)씨가 잡고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 요양 병동. 4인실 창가 안쪽 병상에 장용석(48) 전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경장이 누워 있었다. 그는 지난 2004년 6월 2일 수원시 장안구 내 한 식당에서 난동을 피우던 취객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2004년 취객 체포과정서 불의의 사고
14년간 보훈병원 요양병동 못 벗어나
부인이름이나 신혼추억에 '웃음' 보이기도

의식적인 행동인지는 분명치 않아
그동안 가족들 받은 고통 상당히 커
각자 위치서 노력하며 남편, 아빠지켜
옛 경찰 동료들 덕분에 새희망 품기도

 
피의자에게 변호사 선임권리 등을 담은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피습을 당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인도와 차도를 구별하는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쳤다. 진단은 외상성 뇌출혈. 해(年)가 14번이나 바뀌었지만, 요양 병동을 벗어나지 못했다.
투병생활 전 건강한 모습의 장용석 전 경장. 순경 임용 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부인 황춘금씨]

투병생활 전 건강한 모습의 장용석 전 경장. 순경 임용 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부인 황춘금씨]

 
짧은 머리카락 사이로는 고통스러웠을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스스로 호흡하지만, 코에는 하루 세 번 영양식을 공급하기 위한 튜브가 연결돼 있다. 손은 계속 무언가를 꼭 쥔 채다. 관절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굳었다. 하지만 외부자극에 일부 반응을 나타내는 그다.  
 
이날 부인 황춘금(44)씨가 장 전 경장의 손을 꼭 잡은 채 얼굴 쪽에 가까이 대고 “자기야, 김치볶음밥에 술 한잔할까? 소주·포도주·막걸리·양주! 응?”이라고 말하자, 무표정했던 장 전 경장이 신기하게도 활짝 웃어 보였다. 2000년 4월 결혼한 부부는 넉넉하지 못한 신혼살림에 김치볶음밥을 즐겨 해 먹었다고 한다. 추억 이상의 음식이다.
 
앞서 이날 장 전 경장은 안기남 현 수원중부경찰서장이 방문했을 때도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사고 후 줄곧 함께했다는 윤성남(63) 간병인이 “조금 있으면 사랑하는 부인 춘금이 온대. 황춘금!”이라고 말한 뒤다. 장 전 경장은 간혹 문병 온 손님들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상대방에게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사이 14년이라는 잔인한 시간이 흘렀다. “1~2년 지나면 TV 속 드라마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털고 일어날 것만 같았다”던 황씨나, ‘아빠와 공원 가는 게 소원’이라던 첫째 연호(18)군·막내 혜리(16·)양 모두 깊은 상처를 받았다.  
 
황씨는 “병원에서 ‘남편이 앞으로 연명하게 될지 모른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며 “가망 없다던 한 대형병원 의사의 말에 ‘꼭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하겠다’는 믿음, 다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이런 믿음이 견디기 어려운 상처가 됐다”며 “어느 날 누군가 깊고 어두운 곳으로 날 무작정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불의의 사고 당시 어렸던 자녀들은 현재 청소년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사진 부인 황춘금씨]

불의의 사고 당시 어렸던 자녀들은 현재 청소년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사진 부인 황춘금씨]

 
황씨는 억척스럽게 살며 상처를 견디고 있다고 한다. 일과 병간호, 양육을 병행하려 보험설계사 일을 택했다. 간혹 현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수원 권선동에 작은 쌀국수 전문점을 새로 열기도 했다. 다행히 이런 엄마를 이해하듯 연호군은 축구선수를 목표로 성장하고 있고, 혜리양은 엄마에게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다. 
 
황씨는 “남편이 자신이 이렇게 사는 것을 가족들에게 ‘죄악’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당한 공무 수행 중 벌어진 일이다. 결코 남편의 잘못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또 그는 “지금처럼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남편이 봐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며 “다시 일어나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남편의 인지능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라도 하게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장용석 경장의 자녀들이 2015년 케이티위즈 경기에서 아빠 힘내세요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사진 수원중부경찰서]

장용석 경장의 자녀들이 2015년 케이티위즈 경기에서 아빠 힘내세요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사진 수원중부경찰서]

 

장 전 경장 가족들이 이런 희망을 버리지 않은 데에는 수원중부경찰서 옛 동료들의 관심과 지원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2014년 말 당시 고기철 수원중부서장(현 제주지방청 차장) 취임 뒤 장 전 경장을 잊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수원 중부경찰서 직원들은 매주 수요일 휴무 자를 중심으로 문병 릴레이를 하고 있다. 장 전 경장은 자신의 실제 생일보다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더 끔찍이 여길 정도로 열혈 경찰관이었다고 한다. 동료들의 방문에 그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도 힘을 얻었다는 게 부인 황씨의 설명이다.  
부임 뒤 장용석 전 경장을 문병온 안기남 수원중부경찰서장. [사진 수원중부경찰서]

부임 뒤 장용석 전 경장을 문병온 안기남 수원중부경찰서장. [사진 수원중부경찰서]

 
옛 동료들은 성과상여금의 일부를 떼 장 전 경장 가족에게 전달도 하고 있다. 경찰서 내에는 그가 잊히지 않기 위해 장 전 경장 이름을 딴 카페도 운영 중이다. 새로 부임하는 경기남부청장도 장 전 경장을 찾는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연평균 순직자는 13.6명이고, 공상자는 1940.4명이다. 공상자의 경우 장 전 경장처럼 피습부상이 29.27%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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