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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만 110차례' 끝 보이는 박근혜 '국정농단 재판'

중앙일보 2018.01.21 16:49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무려 110회 공판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재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불출석 중이지만 주요 증인 신문은 1월 말 마무리 된다. 이르면 2월 말 1심 선고가 나올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도 기소돼 별도 재판을 앞두고 있어 ‘박근혜 재판’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안봉근, 25일 이재만ㆍ최순실 증인
'국정원 특활비 수수' 기소 뒤 시계 빨라져
23일 김기춘ㆍ조윤선 블랙리스트 2심 선고
김ㆍ조 항소심 선고 결과 朴 재판에도 영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22일 안봉근(52)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25일 이재만(52) 전 총무비서관과 ‘비선실세’ 최순실(62)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한다.
두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1998년)돼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한 최측근이다. 청와대 입성 이후 정호성(49)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처음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은 검찰 조사 등에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지만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으로 구속 기소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앞서 특활비 재판에서 이들은 “(특활비 전달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대기업 총수와의 독대 내용이나 특활비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의 공소장과 검찰 진술조서를 이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14일 자신의 결심공판에 출석 중인 최순실씨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14일 자신의 결심공판에 출석 중인 최순실씨 [중앙포토]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어떤 진술을 할지도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1개가 최씨와 일치한다. 앞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 신문은 29일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특활비 기소되자 ‘재판 신속 진행’ 달라진 박근혜
법원은 지난해 10월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초 10월 16일 만기 예정이었던 구속 시한은 올 4월 16일까지 6개월 연장됐다.
 
구속 시한 연장 후인 10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유영하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한 뒤 국선 변호인단과 일절 접촉하지 않았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은 대기업 총수, 관계자 등 증인 소환만 반복되며 ‘공전(空轉)’했다.
 
하지만 ‘특활비 변수’로 박 전 대통령의 처지가 달라졌다. 검찰이 지난 4일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ㆍ국고 등 손실ㆍ업무상 횡령)로 박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면서다. 법원은 11일 검찰이 청구한 추징보전 청구도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이 28억원에 매입한 내곡동 주택, 본인 명의 예금, 유 변호사에게 맡긴 1억원 수표 30장은 특활비 사건 확정 판결까지 처분이 금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국선 변호인단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증거 인부(認否)서’를 제출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과거 검찰 진술서,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재판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에 제출했던 불출석 사유서를 제외하면 보이콧 이후 첫 ‘의사 표시’였다.
 
검찰은 즉각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들의 진술서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한 이상 증인 신청을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공소장도 신속하게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에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도 공소 사실에 반영된 내용인데, 이 부회장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상태다.
 
최진녕 변호사는 “추가 재판을 앞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대기업 총수들이 자신의 재판에 줄지어 소환되는 것을 막고, 국정농단 재판이라도 신속하게 끝내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재판은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 재판을 맡고 있는 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에 배당됐다. 국정농단 재판과는 별도로 ‘투 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 변호사는 구치소에 이 사건의 선임계를 제출했지만 아직 법원엔 제출하지 않았다.
 
‘1심 집행유예’ 조윤선 이번엔?…박근혜 재판에도 영향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김기춘(왼쪽)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앙포토]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김기춘(왼쪽)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앙포토]

오는 23일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7월 1심 판결이 나온 뒤 6개월 만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겐 위증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검은 지난 12월 19일 항소심 재판에서 “권력 최상층에서 견해를 달리하거나 비판한다는 이유로 종북세력으로 몰고 지원을 배제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인정될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은 18개 혐의 중에는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추가 증거로 제시하며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에서 공모 여부가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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