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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정책 혼선에 '침묵'…존재감 안 보이는 집권 여당

중앙일보 2018.01.21 11:00
2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한다는 글이 600개가 넘게 올라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4년간 올림픽을 위해 준비해온 모습이 연일 회자됐고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댓글이 줄지었다. 지난 17일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메달권 밖"이라고 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이틀 뒤인 19일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논란에 대해 일절 논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남녀 아이스하키 선수단 격려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남녀 아이스하키 선수단 격려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혼선을 빚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정책을 두고 정부 부처간 혼선을 빚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했을 때도 민주당은 이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손 놓고 있지 않다"(우원식 원내대표), "조만간 당·정 협의를 거쳐서 당론을 정할 것"(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의 답변을 내놓는 정도였다. 당 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려던 의원들도 "정부가 반대하는데 여당이 나서서 초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정국을 뒤흔든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의 의혹 제기와 청와대의 말 바꾸기 논란으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민주당은 "청와대의 외교 문제에 대해 여당이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며 의혹 해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 특사로 UAE 왕세제와 만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 특사로 UAE 왕세제와 만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연초부터 연달아 터진 정부 정책 혼선에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민주당이 여당으로서의 정당 조직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의견을 모아서 행정부에 건의·견제·비판하는 것이 입법부의 기능이다"며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입법부의 기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나오면 정쟁 확산도 불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UAE 특사 의혹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침묵하던 민주당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을 꺼내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UAE 비공개 군사협정은 전형적인 외교농단, 외교적폐"라며 "자유한국당은 집권 시절에 어떤 또다른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이실직고하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분노" 발언을 한 이튿날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 측에 대한 공격 강도를 한층 끌어올려 집중포화를 쏟아붓기도 했다.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의 반성 없는 성명에 저도 '분노'를 금치 못한다"(우 원내대표), "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죄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양향자 최고위원) 등 참석자 대부분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 [중앙포토]

 
19일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가운데 3000~4000만원을 명품 구입에 썼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김희중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아주 친한 분께 제보를 받았다"며 "김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구입과 관련한 진술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검찰이 수사 중인 내용을 여당 지도부가 폭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박 원내수석부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양측 간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여야의 강경 대치 정국은 2월 임시국회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정국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집권 여당의 존재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아서 그런지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민주당은 국회 구성원이 아닌 청와대 보좌진 같다"며 "정부의 정책 혼선을 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길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안의 목소리를 내고 정국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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