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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AI 설계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퍼져 있지 않을 뿐

중앙선데이 2018.01.21 01:00 567호 27면 지면보기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인공지능 ①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하나하나 앞지르며 약진 중이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상 도우미까지 온갖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픽사베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하나하나 앞지르며 약진 중이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상 도우미까지 온갖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픽사베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매우 고르게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이 2003년 이코노미스트에 전한 말이다. 미래에 일상적으로 행해질 일이 현재에도 이미 존재하지만 일부에서만 실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말은 인공지능에 잘 들어맞는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가 그렇다.

인간의 능력 하나씩 앞지르는 AI
GM,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
구글보다 빨리 내년 중 대량 생산
알리바바 AI, 인간의 독해력 추월

 
지난주 GM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허용해 달라고 연방정부에 청원했다. 현재는 운전대에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만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GM은 대량생산, 판매 시기를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운전보조자가 아예 없는 차량을 미국 피닉스시의 공공도로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양산은 자동차 제조사와 제휴 문제 때문에 내후년으로 연기됐다. 테슬라는 올해 말까지 완전 자율운행차를 시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운행되는 자율차량은 대부분 인간 보조자가 탑승한 형태로 개발됐다. 우버는 피닉스를 포함한 4곳에서 이 같은 차량 215대를 운행 중이다. 매주 8만 마일 운행하면서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이미 5만 회의 유료 운행을 마쳤다.
 
인공지능(AI)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전자쇼(CES)’가 이를 잘 보여 줬다.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는 TV, 전등, 실내 온도조절기, 샤워기, 지능형 변기…. ‘인공지능이 CES 2018을 지배했다.’ 지난주 이 행사를 보도한 이코노미스트의 제목이다. CES는 스마트 홈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알렉사·코타나 등 가상 도우미 대약진
신경망은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일부 모방하려는 일종의 계산 시스템이다. 딥 러닝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픽사베이]

신경망은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일부 모방하려는 일종의 계산 시스템이다. 딥 러닝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픽사베이]

모두가 가상 도우미(virtual  assistant)를 매개로 작동한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애플 시리… 이들 프로그램은 스마트 폰뿐 아니라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의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돼 있다. 웹을 서핑하고 다른 장치를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이달 초 구글은 어시스턴트가 4억 개의 장치에 탑재돼 있다고 밝혔다. 공기정화기, 스마트 쿠커, 경보장치 등 1500여 개의 스마트 홈 장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아마존이다. 지난 연말 한 달여 동안에만 알렉사 탑재 장치 수천만 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사용자는 알렉사를 이용해 수만 잔의 칵테일을 만드는 것을 돕고 집안의 전등을 켜고 끄며, 웹에서 요리법과 음악과 유머를 검색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도 2020년까지 TV 냉장고 등 모든 가전에 인공지능 빅스비와 사물인터넷 스마트싱스를 탑재할 것이라고 이번 CES에서 밝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하나씩 앞지르는 중이다. 지난 15일 뉴스위크는 “중국 인공지능이 독해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주역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소속의 데이터 과학 연구소가 만든 신경망 모델이다. 기계 독해력 검증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탠퍼드 대학이 만든 시험을 치렀다. 위키피디아의 기사 500여 건을 읽고 1만여 건의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100점 척도에서 인간의 기존 기록 82.304를 앞서는 82.44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셜 미디어 광고 및 직접배달형 광고에 사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사회 정치적 이슈를 분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나 정책상의 의견 차이가 이에 해당한다. 당장은 고객의 질문이나 요구에 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인공지능 분야는 지난해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혁신한 알파고 제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바둑 규칙 이외의 데이터를 전혀 입력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게임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 실력을 쌓았다. 생물의 뇌 구조를 일부 모방한 심층 신경망 모델을 사용했다고 한다. 앞선 프로그램이 인간이 두었던 수십만 건의 기보를 학습한 결과인 것과 대비된다. (이후 구글은 바둑에 국한되지 않은 범용 학습 프로그램 ‘알파제로’를 스스로 학습하게 만들었다. 훈련 하루 이내에 그에 앞선 바둑, 장기, 체스 분야의 최고 프로그램 모두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던 기존의 통계적 학습방법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딥마인드의 책임자 데미스 하사미스의 자체 평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진전은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인공지능의 성과다. 지난 10월 구글은 자신들의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로 하여금 뛰어난 ‘자식’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자동화 기계학습(AutoML) 프로젝트에서 설계한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NASNet) 얘기다.  임무는 비디오에 등장하는 물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 자동차, 교통신호, 핸드백, 백팩…. 부모 인공지능은 자식 인공지능의 인식 결과를 평가해 이를 반영해 자식의 설계를 개선한다. 이 과정을 수천 번 되풀이한 결과를 보자. 최고 권위를 지닌 이미지넷(ImageNet)의 이미지 분류 검사에서 82.7%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인간이 만든 기존 프로그램의 최고기록보다 1.2% 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 2020년 모든 가전에 AI 탑재
기계 학습은 인공지능 시스템에 특정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부여하는 방법의 하나다.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주입하는 것이 요체다. 다만 그 결과를 계속 보정하는 일은 숙련된 전문가에게도 매우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다.  
 
구글은 NASNet의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많은 기계학습 연구자들이 이 모델을 기반으로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컴퓨터 시각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현재 이미지 인식 분야의 전문가는 세계를 통틀어 몇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의 자동 설계 프로젝트도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구글은 밝혔다. 구글은 때로 수십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이 분야 인력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연재.
 
용어설명
알고리즘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무리의 방법론적 단계를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수행할 수 있는 규칙의 집합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당신의 사진을 올리면 규칙에 따라 이것이 당신의 ‘담벼락’ 맨 위에 뜨는 것이다. 혹은 구글 지도에서 어느 지점으로부터 다른 지점으로 가고 싶으면  알고리즘이 최단 경로를 계산해 줄 수 있다. AI가 등장하는 것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이들 규칙을 약간 변경하는 지점에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 스스로 규칙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구글 지도는 특정 도로가 차단됐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이에 따라 최단 경로를 수정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기계학습을 이루는 벽돌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지능을 말한다. 어떤 장치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특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지능을 지닌 것이다. 기계가 학습이나 문제해결 같은 인간의 인지기능을 모방하는 경우에 흔히 사용된다. 아이폰의 시리가 진짜 사람처럼 당신에게 답을 하거나, ‘구글 포토’가 고양이의 생김새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다. 오늘날 인공지능으로 분류되는 능력은 다음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자연어 이해,  바둑이나 체스 같은 전략 게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 자동차 자율 주행, 콘텐트 공급망의 지능적 연결(라우팅), 군사 시뮬레이션, 정지 이미지와 비디오를 포함한 복잡한 데이터의 해석… 
 
딥 러닝 기계학습의 유형 중 하나다. 좀 더 많은 뉘앙스와 레이어(층)를 갖추고 좀 더 똑똑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된 기계학습이다.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딥 러닝은 신경망 분야에서 20년 이상 존재해 왔다. 최근의 진전은 대량의 데이터가 이용 가능해진 데다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컴퓨터들을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시각적 물체 인식과 구어 인식 같은 업무에서 큰 진전을 이룩했다. 
 
인공 신경망 생물의 신경세포가 지닌 기본 속성에서 영감을 얻은 일종의 계산 시스템이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이해하는 인간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가능한 한 모방하려는 시도다. 딥 러닝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고성능 프로세서가 등장한 최근에 와서야 발달할 수 있었다. 신경망은 많은 개별 단위로 구성되며 각 단위는 일부 단위로부터 입력을 받아 또 다른 단위들로 출력을 내보낸다. 개별 단위 간의 연결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경험을 기반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하나의 이미지를 보고 그것이 고양이라고 판단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신경망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당 이미지 및 고양이가 지닌 다양한 특징을 검토해서 각각의 특징에 각기 다른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한다. 
 
범용 인공지능, 초(인공)지능 범용 인공지능이란 다용도의 지능적 시스템을 건설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강조하기 위한 용어다. 최소한 인간에 비견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응용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초(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AI를 말한다. 초지능 시스템은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고려해 더욱 멀리 내다보는 높은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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