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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위 오른 “최저임금 쇼는 그만합시다” … SNS ‘좌표’ 찍어 밀어내기 시도

중앙선데이 2018.01.21 00:02 567호 4면 지면보기
문 대통령 호위 댓글 다는 그들
16일 오후 9시40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안착 부탁…中企 측은 애로 건의’ 뉴스1 기사가 네이버 뉴스 톱 화면에 걸렸다. 최저임금 16.4% 인상안을 놓고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업계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문 지지층 트위터에 도움 요청
수천 명 금세 우르르, 순위 뒤집어
평창·암호화폐 댓글선 밀리기도

“상위에 올려 영향 끼치려는 전략
도덕적 우위 심리적 보상 측면도”

 
초반에 댓글에 대한 ‘좋아요’에서 ‘싫어요’를 뺀 숫자(순공감)가 큰, 이른바 상위 댓글을 차지한 건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것들이었다. ‘쇼는 이제 그만합시다’(1위), ‘국민을 개미 취급한 정부’(2위), ‘문가가 기업인들 후려쳐서 생색낸다’(3위)였다. 100분여 지나 순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올릴 때가 됐다’가 2위, ‘코스트코가 시급을 1만원으로 올렸다’가 3위로 올랐다. 정책에 긍정적 기조였다. 반면 비판조의 댓글은 첫 화면(순공감 상위 5개 노출)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역전극’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댓글이 바뀌기 한 시간 전인 오후 10시37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문파(文派·‘문빠’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칭하는 표현) 활동가 중 한 명이 “다른 기사 다녀오신 분들 아래 기사 내려가면서 추비추(추천·비추천)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기사의 링크도 달았다. 이들 표현으론 ‘좌표’다. 이 활동가의 팔로어 4639명 중 33명이 리트윗을 했다. 이들의 팔로어는 350명에서 1만2000여 명이었다. 평균 1000명으로 가정해도 3만3000명에게 리트윗되는 셈이다. 이들 중 일부가 또 리트윗을 했다.
 
트위터 상에선 실시간으로 ‘전황(戰況)’도 공유됐다.
 
“선플 2위까지 갔었는데 순식간에 5위됨.”(@sule****)
 
“비추 폭탄 때리고 있으니 안 오신 분들 많이 와주세요. ㅠㅠ 악플 다시 많이 올라왔어요.”@Jung********)
 
밤 사이 이들의 노력에도 결국 1위 댓글(‘쇼는 이제 그만합시다’)을 교체하진 못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싫어요’를 누르는 속도 이상으로, 기사 내용에 비판적인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이다.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기사를 두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아닌 이들 사이의 혈투다. 과거엔 ‘디씨인사이드’ ‘일간베스트’ 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했다면 최근엔 SNS를 통한 교감하에 움직인다. ‘메신저 단체 대화방’(단톡방)이 꾸려지곤 한다.
 
이 전쟁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압도적 전력을 과시하곤 했다. 댓글을 달고 댓글 내용을 공유하며 순위도 바꾼다. 확산성이 큰 트위터를 매개로 한다. 심주완(46)씨는 “문팬(문 대통령 지지자)들이라고 (트위터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본 사람들이 전파하고 또 전파하면 선거 때엔 베스트댓글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자발적 참여라 정확한 규모는 모르지만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정도는 참여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댓글도 2000여 명이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과격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반대 진영에서 ‘문슬람(문재인+이슬람 극단주의자)’이라고까지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올 초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안 좋은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고 호소한 일도 있다. 이 기자는 이후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더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댓글로 정권 유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적(無敵)’인 건 아니다.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전 정부에 대한 비판 분야에선 여전히 철옹성이지만 다른 주제에선 밀릴 때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여와 관련해선 기사마다 800~1만 개 이상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죄인은 나대지 말아라’ ‘문재앙 zzzzzz’ 등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평창 파이팅’ ‘평화올림픽 되기를 기원합니다’ 등으로 맞서지만 역부족이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이슈에선 아예 힘도 못 썼다. ‘선수들 희생삼아 정치놀음 이게 사람이 먼저인거냐’란 댓글에 ‘좋아요’가 2만9470개 달리는 동안 ‘싫어요’는 7913개만 달렸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화력이 부족하다’ ‘어서 와서 도와주세요’ 등의 독려 트윗을 날렸지만 전세를 뒤집진 못했다. 한 지지자는 “3000명을 넘어가는 인원을 단시간에 동원하긴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지자 “암호화폐 댓글은 방어 안 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이슈도 지지자들 사이 이견이 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을 때 일부는 정부를 두둔하려 했다. 하지만 트위터 상에선 ‘암호화폐 댓글은 방어가 안 된다’ ‘저도 문재인 지지자지만 정책 혼선은 납득하기 힘들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지지자들 중 일부는 최근 “네이버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며 네이버에 수사와 함께 보이콧 운동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문파 활동가는 트위터에 “10년 동안 정치기사 댓글을 넷우익들이 놀이터 삼아 장악했다. 그걸 뺏어야 우리가 주류지 보이콧 하면 그냥 또 소수로 숨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댓글이 여론을 대표하진 않지만 다른 이들의 의견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는 보고 있다. 대중적 정보에 편승한다는 ‘밴드 왜건’ 효과다. 하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굳히거나 지지자를 결집하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조지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이와 관련, “조직 수준에선 자신들의 의견을 최대한 상위에 노출시키면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략일 수 있다”며 “동시에 개인적 수준에서도 댓글을 통해 정치인이나 현안에 대해 비판 의견을 달면서 스스로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심리적 보상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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