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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회사 회장, 문화콘텐트 수출 나서다

중앙일보 2018.01.21 00:02
계족산 황톳길 개척으로 유명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주조) 회장이 최근 명화·IT를 결합한 체험형 테마파크 ‘라뜰리에’를 오픈했다. 각 공간을 모듈화 해 중국의 대형 쇼핑몰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황톳길 조성해 '한국인 꼭 가야할 100대 여행지' 꼽혀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내 사업은 모두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내 사업은 모두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액자로 된 문에 들어서자 19세기 프랑스가 등장한다. 빈센트 반 고흐 ‘노란 방’과 ‘밤의 카페 테라스’, 에두아르 레옹 코르테스의 ‘테르트르 광장’과 ‘마들렌 꽃시장’, 모리스 위트릴로의 ‘사크레쾨르 대성당’ 등 인상주의 대표 작품 속의 건물과 거리는 물론이고, 작은 소품 하나까지 깨알 같이 재현해냈다. 10월말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오픈한 체험형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의 모습이다. 라이트(light, 빛)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의미하는 아틀리에를 합성한 라뜰리에는 그림 속 풍경을 현실로 가져와 영화 속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각각의 공간은 조명과 날씨(온도), 향기까지 최적화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특색 있는 붓터치 기법을 정보기술(IT)로 구현해 거리가 확장되는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등 생생한 공간감을 완성했다. 방문객은 몽마르트르 거리에서 실제 눈을 맞거나 마들렌 꽃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밤의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긴다.
 
“이건 수출품입니다.”
 
라뜰리에는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현실 세계로 끌어냈다. 밤의 카페 테라스.

라뜰리에는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현실 세계로 끌어냈다. 밤의 카페 테라스.

 
현장에서 만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말이다. 그는 독특한 역발상 경영으로 유명하다. 25년 전 ‘소리를 들려준다’는 발상으로 ‘700-5425’를 창업했고, 2004년엔 주류회사 선양을 인수한 후 산소 소주 ‘O2린’을 출시해 재미를 봤다. 2006년 대전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고는 맨발축제·숲속음악회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이번엔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여왔다. 조 회장은 “이제 문화 공간도 수출하는 시대다. 이곳은 중국·동남아 수출을 겨냥한 일종의 쇼룸”이라며 “각각의 공간을 모듈화 해서 대형 쇼핑몰 등에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림을 단순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뮤지컬·홀로그램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에게 익숙하고 특히 색감이 강해 IT로 구현하는데 적합한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몽마르트르 거리.

몽마르트르 거리.

 
 
미디어아트 쇼와 홀로그램 토크쇼, 뮤지컬 등 관객과의 쌍방향 재미꺼리도 준비했다. ‘에밀 졸라의 서재(명작 엑스파일)’에서는 홀로그램 캐릭터들과 에밀 졸라 역의 배우가 명화 속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라마르틴 광장에서는 고흐가 아를 지방에서 고갱과 우정을 나누는 내용을 담은 뮤지컬 ‘고흐의 꿈’이 공연된다. 조 회장은 “고흐의 자화상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데 한정된 시나리오에 따른 대화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본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며 “빅데이터가 쌓이면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는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IT를 활용해 디테일하게 재현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재현된 방에 들어서면 연못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닥면과 좌우앞뒤 4면에 10대의 프로젝터 빔을 동시에 쏘아 어두운 공간을 한 순간에 환상적인 수련 연작으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장소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두어 해전부터 서울 잠실에 임시 숙소를 마련하고 인사동·일산·과천·성수동 등지를 뒤졌다. 그러나 현존하는 사업 모델이 아니다보니 건물주들은 미심쩍어하며 계약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선택한 곳이 동대문이다. 조 회장은 “결과적으로 가장 적당한 공간을 찾았다. 장고 끝 묘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공간 모듈화’로 콘텐트 수출 나선다
 
모네의 정원.

모네의 정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은 라뜰리에가 위치한 11층을 중심으로 저층은 쇼핑몰, 고층은 비즈니스호텔인 스카이파크 호텔이 들어서 있다. 라뜰리에 바로 아래층엔 영화관 입점 예정으로 한창 공사 중이다. 그는 “동대문이라는 거대 상권에다 쇼핑몰·비즈니스호텔이 한 건물에 있어 집객 효과가 대단하다”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향후 우리가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반응 조사에 최적지”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우리가 향유했던 명화나 뮤지컬 등은 대부분 수입해서 유통하는 것들이다. 이제 역발상으로 문화 콘텐트를 수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석유·철광석 등 원료를 수입·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제조업처럼 비록 외국 콘텐트지만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T)을 결합해 상품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드라마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형 쇼핑몰이 3000개에 달하는 중국이 1차 타깃”이라고 말했다. 벌써 중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귀띔이다.
 
수출 전략은 각 공간의 모듈화(독립적인 구성요소)다. 현재 라뜰리에는 몽마르트르 언덕, 밤의 카페 등 크게 5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개별적으로 모듈화해서 팔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전체 공간을 수출하면 제일 좋겠지만 다소 무리가 있다. 카페·도서관·갤러리 등 장소 특성에 맞게 독립된 세션으로 상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문화 콘텐트 상품 개발에 나선 것은 사업다각화 차원이다. 그는 “지방 소주 브랜드의 수도권 시장 공략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브랜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우리는 충청도 지역 점유율이 괜찮은 편이라 ‘안방 지키면서 사업다각화’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 등 대기업 주류 회사가 전국을 장악하고 있어 이와 정면 승부는 어렵다는 것. 그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형님들이 가격을 올리면 같이 올리고, 내리면 따라 내리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며 “대신 영업이나 마케팅에 있어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계족산 황톳길과 숲속음악회 등을 통해 지역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월말 라뜰리에가 오픈하던 날, 조 회장은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고 한다. 그는 “내 평생 사업을 하면서 4번 정도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700-5425’ 사업 당시다. 700 서비스를 사주·성인 서비스로만 여기던 시절에 그는 과감하게 TV 광고를 진행했다. 당시 700 업체에 대한 인식은 형편없어서 광고대행사에서 지급보증서를 끊어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광고가 방송을 타자 전화가 파도치듯 밀려들어왔다. 그는 “당시 감동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렵더라도 확신 갖고 추진하니 성공
마들렌 꽃시장.

마들렌 꽃시장.

 
 
두 번째 눈물은 황톳길 조성 때다. 당시 수도권 공략이 중요했던 시기라 노동조합이 “쓸데없는 일을 한다”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2007년 두 번째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대 여행지’에 선정되며 매주 3만 명이 방문하는 에코힐링의 대표 명소가 됐다. 황톳길에서 열린 숲속 음악회에서 세 번째 눈물을 흘렸다. 조 회장은 “내 사업은 확신·어려움·결과의 과정이었다. 어렵더라도 확신을 갖고 일을 밀어붙였고 다행히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왔다”며 “남들은 물음표를 그릴 때 나는 느낌표를 쓴다. ‘자기 확신’이 내 사업의 밑천인 셈”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사람들은 ‘생뚱맞다’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700 서비스는 소리로, 주류사업은 술로, 황톳길은 길로, 숲속 음악회는 음악으로 사람 사이를 이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이름도 ‘이을 맥(脈)’과 ‘KISS’를 써서 맥키스컴퍼니로 지었다. 그는 “라뜰리에도 그림과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어 주는 사업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처음 황톳길 조성 때 누가 지금과 같은 성과를 예상했느냐”고 반문했다.
 
 
조득진 기자(chodj21@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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