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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현송월로 주목 끈 뒤 … 회담 주도 노린 ‘밀당전략’ 가능성

중앙일보 2018.01.20 01:49 종합 4면 지면보기
15일 예술단 실무 접촉→정부, 23일 전후 사전점검단 방남 추측→19일 이른 오전 방남 통보→19일 오후 10시쯤 방남 취소.
 

사전점검단 방남 전격 취소 왜
남한 언론의 북 전략 해석에 불만
단일팀 부정적 여론도 영향 준 듯
정부 “오늘 판문점 통해 확인할 것”
예술단 공연 자체엔 영향 적을 듯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파견할 예술단의 공연시설 확인을 위한 사전점검단 파견 문제로 남측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북측은 19일 오전 통지문을 통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포함된 사전점검단을 남측에 보내겠다고 제의했다.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둔 통보였다. 그리고 당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사전점검단 파견 중지’를 통지했다.
 
20일 방남 제의 자체도 정부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사전점검단 파견에 양측이 합의하긴 했지만 정부는 당초 다음주 23일부터 시작되는 상호간의 선발대 교류 때를 전후해 예술단 사전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통지문을 접수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전 9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급히 보고했다고 한다.
 
북측은 파견 중지 통보를 하면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9일 저녁만 하더라도 기자들에게 20일 오전 현송월 등의 동선을 파악해 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을 정도다. 통일부는 “주말에도 판문점 연락관이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으므로 관련 사항을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내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고, 현송월의 방남이 화제를 모으며 북한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언론들이 해석한 것을 문제삼았을 수도 있다. 현송월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옛 애인이라는 설이 한국 내에서 여전한 것에 대한 불만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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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린 15일에 맞춰 논평을 내고 “남조선 보수 언론들 속에서 동족의 성의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고약한 악설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며 “잔칫상이 제사상이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전체 회담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밀당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사전점검단 파견 중지가 예술단 공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현재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 열릴 북한 예술단의 공연 장소로는 서울에선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고척돔이 거론되고, 강릉에선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다.
 
현송월이 이번 예술단 공연의 총책임자가 되면서 그가 단장을 맡고 있는 모란봉악단 단원들도 남측에 파견될 예술단에 포함될지가 관심이다. 남측에 파견될 삼지연관현악단은 기존 악단들을 연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존의 오케스트라 중심 삼지연악단과 모란봉악단, 그리고 다른 악단을 연합으로 구성해 남측에서 공연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직접 기획하고 이끌며, 북한에선 김정은의 ‘친솔(親率)악단’이라고 부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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