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식별장치 끄고 북한 항구 진입 … 중국 선박, 미국 위성에 딱 걸렸다

중앙일보 2018.01.20 01:18 종합 5면 지면보기
대북 제재의 틈을 노리는 북한과 중국 선박의 밀거래가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왼쪽)가 북한 삼정 2호에 석유를 옮겨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NYT 홈페이지]

대북 제재의 틈을 노리는 북한과 중국 선박의 밀거래가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왼쪽)가 북한 삼정 2호에 석유를 옮겨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NYT 홈페이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제재 국면의 틈새를 노리는 북한과 중국 선박의 밀거래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밀거래 실태를 위성사진 등을 통해 집중 분석했다.
 

미국서 블랙리스트 요청 선박 6척
중국 반대로 유엔 제재 대상 빠져
WSJ·NYT“북, 석탄·석유 얻는 통로”

WSJ는 주로 중국인(홍콩 포함)이 소유하거나 운영해 온 선박 6척의 대북 불법 거래 행태를 소개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했다.
 
6척의 선박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말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청했던 10척 가운데 중국의 반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던 글로리호프 1, 카이샹, 신성하이, 위위안,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 당시 안보리에서는 중국의 거센 반발로 중국과 관련 없는 4척에 대해서만 블랙리스트에 올려졌다.
 
문제가 된 6척 대부분은 선박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 선박 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비켜 왔다. 중국인 소유 글로리호프 1호의 경우 지난해 8월 5일 대북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직후 평양 인근 송림항에 정박해 있었다. 파나마 깃발을 달고 AIS를 끈 상태였지만 미 정보당국의 위성 카메라에 포착됐다. 글로리호프 1호는 북한산 석탄을 실은 뒤 중국 쪽 해안으로 나와 AIS를 다시 켰다. 마치 중국에서 화물을 선적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롄윈(連雲) 항구 주변 해역에서 일주일 이상을 배회하던 글로리호프 1호는 베트남 깜빠항으로 이동, AIS를 다시 끄고 북한에서 실어온 석탄을 하역했다.
 
NYT는 미 정찰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이전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이 선박은 여수항을 떠난 뒤인 지난해 10월 19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삼정 2호를 바짝 붙인 채 600t의 석유를 옮겨 실었다.
 
NYT는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필요한 연료를 얻거나 달러를 벌어들이는 통로로 이 같은 불법 밀거래에 많이 의지하는 중”이라며 “이 같은 밀거래가 대북제재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웃는 밀거래 현장이 적발되면서 미국의 대북 해상 압박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행위가 마지막 항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