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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객 울리는 해외 항공·호텔 예약 사이트] 46만원짜리 항공권 취소하니 8만원 환불?

중앙일보 2018.01.20 00:02
지난해 해외 예약 사이트 관련 피해 4700여건 ... 청약철회권 등 국내 법률 적용 어려워
지난해 설 명절 연휴를 앞둔 인천공항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지난해 설 명절 연휴를 앞둔 인천공항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1. 직장인 박혜미(28)씨는 1월 말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다. 박씨는 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숙박비 36000엔을 후지불 방식으로 결제했다. 엔화 약세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여행 직전 카드 결제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여행 2주를 앞둔 시점에서 자동 결제된 숙박비는 예약 사이트에서 본 예상 금액을 훨씬 웃돌았다. 당일 원·엔 환율이 96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34만~35만 원대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카드 결제 금액은 38만원에 달했다. 해당 사이트는 “실제 가격에 해외 원화 결제 수수료와 환전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해 숙박비의 5~10%가량 비용이 더 청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이 제시한 엔화 금액을 예약 사이트의 현지통화인 달러로 결제한 후 다시 원화로 환산하는데 이중 환전수수료가 발생하고, 카드사 수수료 역시 별개로 청구된다는 것이다. 박씨는“엔화 가치가 떨어져 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예약 사이트가 과도한 수수료를 물어 결국 평소 가격과 다르지 않다”며 “사이트에서 제시한 예상 금액이 실제 금액보다 월등히 낮으면 과대 광고 아니냐”라고 말했다.
 
#2. 대학생 이성훈(가명·24)씨는 지난해 여름 해외 항공 예약 사이트에서 홍콩 왕복 항공권을 46만원에 구입했다. 결제 직후 여행 일정을 착각한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바로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씨가 돌려받은 돈은 세금 8만원뿐이었다. 이씨는 “결제 직후 취소했으니 요금 일부라도 돌려달라”고 항의했지만 이 사이트는 소비자 실수를 이유로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항공뿐 아니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의 호텔을 예약한 20대 회사원 홍지원(가명)씨는 나중에 더 저렴한 호텔을 발견했다. 그는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으려고 했지만 ‘환불 불가 상품’을 계약했다는 이유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홍씨가 다시 살펴보니 이 사이트는 객실 리스트에 마우스 포인트를 올려놓아야 영어로 환불 불가 메시지가 떴다.
 
지난해 내국인 해외 출국자 수는 2600만 명에 달한다. 해마다 두 자리 수 증가세를 거듭한 결과다. 해외 여행객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이와 관련한 피해 사례도 증가했다. 특히 자유여행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해외 항공·호텔 사이트를 통해 직접 예약·결제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아닌 탓에 피해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관련 법규를 적용받지 않아 어려움이 따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 항공·호텔 관련 상담 건수는 11월까지 4646건으로 2016년(3144건)보다 48%가 증가했다. 2015년(2454건)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소비자원은 1월 10일 “최근 해외 항공·호텔 예약 사이트와 관련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 사이트는 앞선 사례처럼 소비자의 착각이나 변심을 이유로 예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거나 취소할 때 과다한 수수료를 물리는 경우가 많다. 해외 업체라 7일 이내 예약 취소를 인정하는 우리나라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트마다 계약 조건을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고 중요한 조건은 교묘히 숨기는 등 꼼수도 적지 않다. 이에 소비자원은 해외 항공·호텔 이용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주요 피해 유형을 분석하고 예약 단계별 유의사항 및 대응 방안을 정리한 ‘해외 항공·호텔 예약가이드’를 제작·발표해 소비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해외 여행객 늘면서 항공·호텔 예약 피해 사례도 급증
 
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 항공·호텔 예약 사이트의 경우 검색 단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일한 항공편이라도 운임 규정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항공 운임 외에도 세금·유류할증료·공항이용료 등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수화물 추가나 좌석 지정, 기내식 서비스 등 추가 옵션마다 금액이 붙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적지 않다. 박미희 한국소비자원 국제거래지원팀장은 “종종 좌석 금액보다 추가 옵션 비용이 큰 경우가 발생하는데 취소할 경우 옵션 비용은 환불 불가인 상품도 있다”며 “항공권 환불시 신용카드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는 사례도 있어 예약 전 거래 조건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항공권 예약 사이트는 국내 예약 사이트와 달리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나 과실 등에 의한 예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글로 표시된 사이트라도 해외 사업자라면 청약철회권 등 국내 법률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환불 불가 상품의 경우 저렴한 대신 결제나 취소 요청 시점과 무관하게 계약 체결 이후부터 환불되지 않아 신중하게 결제해야 한다. 기상 악화나 항공사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될 경우 안내 메일을 발송해 소비자의 동의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외 발송 e메일을 스팸처리하거나 미처 확인하지 못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경우 수시로 e메일을 체크해 변경 사항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스팸메일로 분류돼 불이익 당할 수도
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사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예약 사이트는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다음 예약시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리성은 높였지만 중복 결제 등 의도치 않게 결제될 위험성도 있다. 소비자원은 “해외 호텔 사이트는 표기법이나 한국어 번역 과정에서 표현 등의 문제로 해석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예약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캡처해두는 것이 좋다”며 “해외 사이트는 한 번 계약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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