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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중국발 미세먼지…오염 영향 놓고 한·중 신경전

중앙일보 2018.01.18 16:14
올 들어 세번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8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강남지역 도심이 뿌옇다. 김상선 기자

올 들어 세번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8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강남지역 도심이 뿌옇다. 김상선 기자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 대책이 시행됐다.
지난달 30일 첫 시행 이후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벌써 네 번째다. 미세먼지 오염은 더는 '비상'이 아닌 일상화돼버렸다.

북풍 안 불면 영락없이 미세먼지 치솟아
스모그 심할 땐 80% 안팎이 중국발 오염
중국 측 오염 영향 크다는 점 인정 안 해
"온실가스 감축 명분의 협력 전략 필요"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가 최근 한 달 사이에 24시간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것도 8일이나 된다. 나흘에 하루꼴로 ㎥당 50㎍(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을 넘어섰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오지 않는 날이면 미세먼지는 영락없이 치솟는다. 국내 오염도 있지만, 서풍이나 북서풍을 통해 중국에서 넘어오는 오염물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철 한반도의 기후 특성을 나타내는 '삼한사온'이란 말 대신에 요즘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도 등장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지난 한 달 서울과 백령도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했다. 서울은 중국발(發) 오염물질에 국내 오염까지 합쳐졌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에서 중국 오염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전체로 30~50%이고, 겨울철 스모그가 심할 때는 그 비중이 80% 안팎까지 올라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백령도 등 청정지역에서는 중국의 오염 비중이 연평균 60%를 넘어선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한반도 권역별 기류 유입 특성 및 오염물질 별 국내외 기여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68.7%, 백령도 62.3%이고, 수도권도 56.4%였다.
2016년 초여름인 5~6월에 실시된 한·미 대기오염 공동조사에서도 34%는 중국발 오염물질로 분석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도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을 부담스러워 한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부분이 중국발 오염물질인 것은 맞지만, 국외 오염물질이라고 표현해달라"고 주문한다. 다분히 중국 측을 의식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중국 칭화대 환경학원장 허커빈(賀克斌) 교수는 2014년 4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베이징에 오염이 심한 날은 바람이 없는 날이고, 바람이 없으면 베이징 오염물질이 한국까지 바로 가지 않는다"며 "한국과 중국이 모두 오염이 심한 것은 중국의 오염물질 탓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 탓"이라고 말했다.
한·중 정부나 한·중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려대 정서용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 책임을 거론하는 순간 협력이 잘 안 된다"며 "(전 지구 차원의 이슈인)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협력하다 보면 결국 미세먼지 배출도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미세먼지에 갇힌 중국 베이징. 짙은 스모그로 인해 건물 전광판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미세먼지에 갇힌 중국 베이징. 짙은 스모그로 인해 건물 전광판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측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것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미국·서유럽 등 각국에 수출할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이고, 이는 선진국들이 중국에 오염을 수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바로 지난해 3월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다.

어쨌든 중국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 의학저널 '랜싯'의 환경보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경우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연간 18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 정부도 2013년 9월 국무원에서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수립, 본격적으로 대기오염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중국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은 2013~2017년 사이 대기오염을 25% 줄이기로 했다. 징진지 지역 오염도는 2013년에 비해 38.2%가 줄었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해 1~11월 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가 54㎍/㎥로 2015년 80㎍/㎥에 대폭 줄었다.
*2000년 이후 장기 간 오염도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부유먼지(PM-10) 자료를 사용했다. 미세먼지(PM2.5) 국내 자료는 2015년 이후 것만 있다.

*2000년 이후 장기 간 오염도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부유먼지(PM-10) 자료를 사용했다. 미세먼지(PM2.5) 국내 자료는 2015년 이후 것만 있다.

이 같은 개선은 중국 당국이 환경법규 위반 업체를 적발해 시설을 폐쇄하거나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하게 조치하기 때문이다. 석탄 사용을 줄이고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고 있다.

남상민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부소장은 "중국 정부는 2013~2017년 대기오염 줄이기에 우리 돈 400조원을 투자했다"며 "최근에는 중국 내 지역 간에 오염공장 이전 등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스모그로 뒤덮인 중국 베이징 장안가 인근 도로에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해결되려면 앞으로도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스모그로 뒤덮인 중국 베이징 장안가 인근 도로에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해결되려면 앞으로도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리간제(李干杰) 중국 환경보호부장은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2035년까지 생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고, 미세먼지의 전국 평균농도도 35㎍/㎥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 오염 해결을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 한·중 정상회담이나 한·중·일 3국 환경 장관회의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 18일에도 환경부와 중국 환경보호부 관계자들이 베이징에서 만나 협력센터 설립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환경부 김영훈 기후미래정책국장은 "지난해 8월 한·중·일 3국 환경 장관회의 때 합의한 대로 장거리 물질 이동에 관한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모아서 올여름 보고서로 발간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과학자들이 오염 원인을 규명하고, 투자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ESCAP에서는 남·북한과 중국·일본·러시아·몽골까지 참여하는 6개국 대기오염 협력체 출범을 준비하고 있고, 이르면 올해 안에 출범할 수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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