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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예산 늘어도 미국이 가로채".. FMS 계약체계 '불만'

중앙일보 2018.01.18 14:53
“미국 무기를 사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F-35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다”
 

대외유상군사원조(FMS) 5년새 10배 급증
미국이 가격 결정, 대금 선납 등 '불평등 거래'
일 방위산업계 "국방예산 미국이 가로채"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공동기자회견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미국산 무기구매를 대놓고 요구한 것. 
실제 일본은 2018년도 예산안에 역대 최고액의 방위비를 편성했다. 그러나 방위비로 책정된 예산을 미국이 낚아채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1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정부가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등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국내 방위산업 업계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불리한 계약 형태 때문에 수익은 물론 관련 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미국산 방위장비(무기)를 조달할 경우, 일본이 미국업체의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하는 일이 많았다. 일본 기업은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조립과정에서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비용 관리 측면에서나 일본내 방위산업 업계의 생산·기술 기반 강화에도 공헌할 수 있어 ‘호혜적’ 거래로 볼 수 있었다.
 
미국의 신형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이지스 어소요.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미국의 신형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이지스 어소요.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그러나 최근에는 대외유상군사원조(FMS)라고 불리는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FMS는 중요한 기밀을 포함한 무기를 다룰 경우, 미국 정부가 창구가 되어 계약을 진행한다. 사실상 정부 간 거래인 셈이다. 
 미국은 국외로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거나 자국 방위산업의 보호를 위해 FMS 계약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왔다. 실제 미국의 일본에 대한 FMS 조달액은 2011년에 431억엔(약 4138억원)에서 2016년에는 4858억엔(약 4조6648억원)으로 10배 이상 튀어 올랐다.
 
 
FMS는 미국이 거래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형태다. FMS로 계약을 하면 가격을 미국 정부가 결정할뿐더러, 일본은 대금을 선 납입해야 한다. 납품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계약 내용이 도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 과 지급된 비용이 생기더라도 정산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라이센스 공여도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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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평등 거래’에 대해선 일본 정부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감사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일본 회계감사원은 지난해 9월, 스텔스 전투기인 ‘F-35A’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일본제 부품이 탑재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해냈다. 미국 업체가 제공하기로 했던 소재가 일본 업체 측에 제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계감사원은 방위장비청에 미국과 교섭을 통해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교도통신 가맹사 편집국장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부 차원의 방위 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의 개정을 통해 진짜 필요한 방위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교도통신 가맹사 편집국장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부 차원의 방위 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의 개정을 통해 진짜 필요한 방위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도=연합뉴스]

 
현재 일본 방위산업의 규모는 약 1.8조엔(약 17조 2800억원)이다. FMS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일본내 방위산업 비중은 줄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2019년 이후 도입할 예정인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는 1대당 약 1000억엔(약 9603억원)다. 여기에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할 경우 금액은 더 커진다.
 
일본 방위업계는 울상이다. 미츠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 대기업도 연매출 가운데 방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방위산업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구매 요청을 받아들이자 “이로써 또 일본의 방위예산을 미국이 가로챘다”는 반응이 방위산업계에서 나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F-35A 라이트닝 II

F-35A 라이트닝 II

 
 닛케이는 “미국 정부가 부르는 게 값인 FMS가 늘면 비용관리가 안될 뿐더러 최신기술 축적도 정체될 우려가 있다. 일본 기업에 독자기술이 없으면 미국 이외의 국가와 무기를 공동개발할 때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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