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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호남 울타리' 벗어나 보수 밭갈이 나선 안철수

중앙일보 2018.01.18 13:44
[직격 인터뷰] “영·호남 통합정당은 DJ·YS도 못 한 일” 
 
■반대하는 일부 호남 의원,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따지길
■동서 화합도 못 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 바랄 수 있나
■당이 원한다면 지방선거 나가야… 아마 유승민도 그럴 것
■문 정부 경제정책, 외교·안보정책은 위험 “당장 고쳐야”
■지방선거 지지율 2위, 총선 제1당 발판 삼아 대선 승리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당의 지지기반이던 ‘호남 울타리’를 벗어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손을 잡았다. 당내 호남 의원들 중 일부는 “보수 야합”이라고 비판하지만, 안 대표는 흔들림이 없다.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통합을 결의했고, 양당은 2월 내로 중도통합신당을 띄우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월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대세“라며 ’6월 지방선거에서 지지율 2위, 2020년 총선에서 제1당에 이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월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대세“라며 ’6월 지방선거에서 지지율 2위, 2020년 총선에서 제1당에 이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주변에서는 “중도·보수는 무주공산인데 왜 굳이 진보만 공략하려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안 후보 측 역시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MB 아바타’ 프레임을 씌웠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한 뒤로 안 후보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연합뉴스와 KBS가 4월 8~9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남녀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안 후보는 36.8%로 32.7%를 기록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TV 토론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MB 아바타’ 프레임에 갇힌 안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마저 뒤진 3위로 대선을 마감했다. 대선 후 국민의당 관계자는 “중도·보수 공략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MB 아바타’ 프레임에 막히다 보니 우클릭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대선 패배 후 당의 활로를 모색하던 안 후보는 8월 27일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에 당선됐다. “당이 소멸될 위기인데 편히 앉아 ‘경력 관리’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출마의 변이었다.
 
당대표로 정치일선에 복귀한 안 대표가 이번에는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2월 내 양당의 통합 작업을 마치고 신당 깃발을 세우겠다고 했다. 안 대표가 ‘호남 울타리’를 벗어나 보수 밭갈이를 선언하자 당내 일부 호남 의원들은 “보수 야합”이라고 반발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통합파와 통합 반대파가 마찰을 빚는 등 새해 들어 국민의당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월간중앙이 1월 15일 서울 마포구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안 대표와 만났다. ‘싱크탱크 미래’는 안 대표의 정책 자문그룹이다. 안 대표는 “영·호남 통합정당은 DJ나 YS도 못했던 일”이라며 “통합신당은 개혁을 근간으로 민생·안보·미래를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최근 당 상황을 정리해달라.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아시다시피 우려나 반대가 많았다.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호남 민심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했던 거다. 당대표 재신임을 걸고 전 당원에게 통합에 대한 의사를 묻겠다고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호남 민심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논리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당 당원의 50% 이상이 호남에 있다. 전 당원 투표를 하게 되면 그것이 곧 호남 민심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의당 전 당원 투표 결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 의견이 74.6%로 나타났다. 나흘 동안 진행된 투표에는 전체 당원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해 투표율 23%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8·27 전당대회에서) 약 6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서 저를 대표로 선택해준 2만9000여 당원보다 월등히 많은 4만5000여 분이 통합을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 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로 투표율이 20%대니까, 참여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당규(黨規)에 따라 전 당원 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33% 이상이어야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 부분은 법원이 (문제없다고) 명쾌하게 판단을 내렸다. 사실 전 당원 투표로 (의사를) 물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도부에서 전 당원 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당헌(黨憲)에 따르면 그 경우에는 투표율 33%가 필요하지 않다. 그에 따라서 당대표에도 선출됐다. 2016년 박지원 대표가 뽑혔을 때는 투표율이 19%, 지난해 제가 뽑혔을 때는 24%였다. 그렇다면 이 투표도 전부 무효라는 것인가? 전 당원 투표에서 투표율 33%가 돼야 유효하다는 것은 일반 당원들이 요청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이번에 투표율 23%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전 당원 투표를 하지 않고, 당비를 내는 당원들을 대상으로만 투표를 실시한다. 그 경우에도 투표율은 20%대 중반이 나온다. 평당원을 포함한 전 당원 투표에서 비슷한 투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의당 투표율이 높았다는 얘기다. 투표율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려는 것일 뿐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다.
 
셋째, 나중에 자유한국당과 합당하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주장이다. 저는 그런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의원 수, 당원 수 등 국민의당이 바른정당보다 네 배나 더 크다. 그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의사에 반해서 그렇게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종합해보면 통합을 왜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들이다. 저는 (반대파들에게) 이유를 좀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이유를 대지 못 한다.”
 
통합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건가?
 
“지방선거가 채 다섯 달이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 통합이라고 본다. (일부 의원은) 그냥 국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는데,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만일 통합을 중단한다면 바른정당 의원의 절반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된다. 민주당은 가만히 있겠나?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럼 타깃은 국민의당이기 때문에 의원 빼가기가 이뤄질 것이다. 만일 가만히 있는다면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이 소멸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통합하지 않으면 의원 빼가기 막을 수 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주제의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안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 ‘통합과 개혁의 정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주제의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안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비문(비 문재인) 내지 반문(반 문재인) 세력을 모으겠다는 것인가?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만들 때도 그랬다. 왜 제3정당인가? 기득권 양당이 대한민국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역·이념·진영논리에 빠져서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거대 양당은) 낡은 정당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정당이자 부패한 정당이다. 기득권 정당과는 차별화된 개혁정당을 만들자는 게 국민의당의 출발이었다. 이 개혁정당은 이념·지역·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민생·안보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것이 방향이었다. 이에 더해 통합신당의 비전은 확장돼야 한다. 물론 개혁정당의 틀은 그대로 이어간다. 외연 확장을 하면 힘있게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게 된다.
 
통합신당은 젊고 매력적인 정당이 될 것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합쳐 개혁세력을 이뤄 보다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 그릇에 많은 인재를 담을 수 있다. 또 통합신당은 국민통합정당을 지향한다. 영남에 뿌리를 뒀던 정당과 호남에 뿌리를 뒀던 정당이 합쳐지는 일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못 한 일이다. 저도 해보면서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통합은 국민을 통합하는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일이다. 영·호남 화합도 못 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박지원, 비판도 일관성 있게 하라 
 
지난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중앙선거대책 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왼쪽 넷째부터) 공동위원장, 천정배 공동위원장, 손학규 상임위원장, 박지원 상임위원장, 정동영 공동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필승을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중앙선거대책 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왼쪽 넷째부터) 공동위원장, 천정배 공동위원장, 손학규 상임위원장, 박지원 상임위원장, 정동영 공동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필승을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월 안에 통합 작업은 마무리되는가?
 
“그렇다. 통합은 거스를 수 없다.”
 
지난해 월간중앙 10월호에 실린 9월 11일 인터뷰 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했는데.
 
“이 설명을 먼저 하겠다. 대선 끝나고 100일 동안 혼자서 공부했다. 대한민국 정당사(史)에서 제3당의 운명은 참 처참하더라. 대한민국 정치사는 ‘3당 잔혹사’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들의 엄청난 열기로 제3당은 태어난다. 그런데 대체로 1년 만에 사라진다. 아주 길어도 10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10년이었다. 제3당은 하나같이 외연 확대에 실패했을 때 사라졌다. 제3당 중 어떤 당은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번 선거에는 외연 확장이 어려우니 그대로 치르고, 다음 전국선거에서 확장해보자’. 그랬다가 선거 후 곧바로 사라졌다. 외연 확장은 정말 필수적이다. 외연 확장을 못 해도 사라지지만, 당의 정체성이 흔들려도 오래갈 수 없다. 두 가지 다 갖춰야 한다.
 
월간중앙 10월호 인터뷰 때 부정적으로 답했던 것은 당시 바른정당 구성원 중에 우리 당과 정체성이 너무 다른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또 다선(多選) 위주였다. 그런데 우리 당은 초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합치면 당의 중심이 저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제3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바른정당과 합당을 생각하게 된 것은 정체성이 많이 다른 다선들이 나갈 무렵부터였다. 나머지 분들은 우리 당과 정체성이 굉장히 비슷하다.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1987년 헌법 개정과 함께 국회의원 선거 제도가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은 지금까지 범진보와 범보수, 양당을 중심으로 형성돼왔다. 총선 때마다 제3당이 등장했지만 수명은 그리 길지 못 했다. 가장 화려했던 제3당은 자민련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만든 자민련은 96년 제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자리했다. 이듬해에는 DJ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손잡고 정권교체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밀려 17석에 그쳤고, 2004년 총선에서는 김 전 총리마저 낙선하며 소멸의 길에 접어들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통일국민당은 92년 제14대 총선에서 32석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서 정 회장이 낙선한 뒤로 붕괴하고 말았다. 이 밖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끌던 자유선진당,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창조한국당도 오래가진 못 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제3당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꼽는다. 확실한 지역 기반을 갖춘 양당이 지역구에서 1위를 다툴 경우 사표방지심리 내지는 견제심리가 작동하게 되고, 결국 제3당은 3등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는 유승민 아바타’라고 비판하던데.
 
“박지원 전 대표는 워낙 명석한 분이다. 정곡을 찌르고 촌철살인의 유머도 있다. 그런데 요즘엔 좀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너무나 감정적이고, 논리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일관성도 없다. 하루는 ‘유승민 아바타’라고 했다가 다음날엔 ‘박정희·전두환처럼 자기 고집만 부린다’고 한다. 어떤 말이 맞는가?”
 
신당의 중심은 개혁, 비례대표 출당은 없다 
1월 12일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통합 반대파 장정숙 의원이 안철수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월 12일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통합 반대파 장정숙 의원이 안철수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의 극중(極中)주의는 통합 이후에도 유효한가?
 
“여전히 안철수의 중심은 개혁이다. 저도 신당도 합리적인 개혁을 지향한다. 기득권 대개혁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극중주의는 ‘radical centrism(래디컬 센트리즘)’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radical’은 근본적인·철저한·급진적인·과격한·기막히게 좋은·끝내주는 등으로 해석된다. ‘centrism’은 중도주의다. 해석하기에 따라 ‘끝내주는 중도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흔히 중도라고 하면 좌우의 중간쯤을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중도, 실천적 중도개혁 노선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호남 의원들과 최근 들어 멀어졌다. 이유는 뭔가?
 
“당이 어떻게 하면 잘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생각의 차이라고 믿고 싶다.”
 
일부 호남 의원은 안 대표의 통합 행보를 ‘탈호남’ ‘햇볕정책 폐기’라고 비판한다.
 
“우리 당 의원이 39명이고, 바른정당은 10명인데 우리가 중심을 다 버리고 갈 리 있나? 대북정책만 봐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북관계를 좀 ‘거칠게’ 표현하면 압박정책과 유화정책 둘로 나눌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증명된 것이 압박정책만으로도, 유화정책만으로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혼합해서 사용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임박했다. 이에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고 대북제재 수위를 높임으로써 북한을 ‘힘으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건 좋은 일이다. 북한에서 그렇게 해야 다른 나라에서도 안심하고 참가할 것이고,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 때문에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면 절대 안 된다. 분리해서 봐야 한다.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두고, 결국은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의원을 가리켜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호남 의원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해드렸다. 호남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자구도다. 그런데 다른 지역은 모두 4자 구도다. 그렇지 않아도 기득권 양당이 큰데 제3지대가 둘로 쪼개져 있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호남에서 몇 명 붙는 정도로 끝난다. 그러면 호남도 국민의당을 버릴 것이다. ‘호남 자민련’마저도 어렵게 된다. 통합해야 이번 선거를 치를 수 있고, 다음 총선에서 호남 의원들도 당선을 노릴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렇게 부연했다. “호남 의원들 중 국민의당 간판으로 지방선거 때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또 일부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안철수 대표와 경쟁 후 감정이 상했다고 들었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소속 의원 39명 중 35명 정도가 함께하리라고 본다. 안 대표가 이미 천명했듯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黜黨)시키는 일은 없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안 대표의 통합 행보를 평가하면서도 ‘정치는 기업 CEO와 다르다’고 지적했는데.
 
“손학규 의장도 통합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신 분이다. 통합의 정치를 추구하신 분이다. 우려하시는 부분들을 제대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손 의장은 1월 8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용기를 낸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창당 당시,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대표를 따랐던 상당수 호남 정치인이 왜 지금 배신감을 말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라는 게 사람을 상대로 하는데 (안 대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적었다. 정치는 기업의 CEO가 아니다. ‘내가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정성 없는 개헌 추진은 대국민 사기극일 뿐
통합하면 지방선거에 희망이 있을까?
 
“(통합은 지방선거 승리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통합해서 개혁정당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대안은 없다.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면 지방선거에서 평가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그동안 결심하지 못 하셨던 분들도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당 관계자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통합신당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민비한(非民非韓, 비민주당·비한국당) 인사들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당에 참여하는 분들의 깊이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가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한다는 요청도 나오던데.
 
“지난해 당대표 경선 때부터 일관되게 말씀드렸다. 당이 지방선거를 잘 치르게 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유승민 대표도 같은 생각일까?
 
“유 대표 이야기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데… 아마 그분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 대표가 맞붙는다면 얄궂은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그 질문은 가정의 가정인데, 박 시장이 민주당 경선을 통과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2월 4일(전당대회 개최일) 당원을 믿고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해달라.
 
“지난 정부에서 잘못했던 것을 고치려는 노력, 즉 탈권위적인 행보는 평가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높은데, 각각의 정책 지지율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미지와 정책의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이다. 경제를 보면 굉장히 걱정스럽다. 지금은 반도체 호황이지만, 내년이면 반도체 호황이 끝날 수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풀장에서 누가 수영복을 안 입었는지는 풀장 물이 빠지면 드러난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우리 경제의 취약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지금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점은 고치지 않고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최저임금을 비롯해 이런 부분들이 정말로 우려된다.”
 
이 대목에서 안 대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할 얘기가 많다는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안 대표의 답변이 이어진다. “(이야기)하려면 많은데…. 지금 물가가 올라간다, 금리도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서민경제에 직격탄 아닌가? 올해 들어 가속화될 것이다. 반도체 호황에 취하면 곤란하다. 서민경제는 급격히 안 좋아지는데, 외교·안보 생각하면 안타깝다. 우리와 관계가 좋은 강대국은 하나도 없다. 미국의 신뢰도 얻지 못 했는데,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로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겨울올림픽에 오지 않겠다고 한다. 중국·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인사를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쇄신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진다.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
 
최저임금 등 현 정부의 정책을 두고 국가주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 보수정부에서 진보정부로 바뀌었다기보다는 여전히 국가주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 같다. 시대를 못 따라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바뀌었는데 국가주의적인 접근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다. 이 정부는 일자리 만드는 주체가 정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일자리 현황판을 청와대 집무실에 켜둔다고 하더라. 그러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공무원을 늘린다고 하니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창업자 100만 명을 만드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공시생 100만 명 만드는 정책만 편다.”
 
신당의 비전은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 
지난해 9월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대표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대표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여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찬반투표의 동시 실시를 추진하는데.
 
“(대통령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서 중재하고 안(案)을 만들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 개헌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 청와대의 안이 나올 것이다. 국회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개헌안이겠지. 그러면 국회는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여론몰이를 할 것이다. 개헌을 지방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면 되겠는가? 약속을 지키려면 여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국민 사기극이다.”
 
가장 바람직한 개헌 방향과 시기는 무엇일까?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기본권 향상 3가지가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권이다. 이 시대에는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 국가가 계획을 세워서 인재 양성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했던 방식 답습하면 실패할 수 있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키워드는 분권이다 대통령 주도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권한을 주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헌은 아니지만 선거 제도 개편도 해야 한다.”
 
6월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에 반대한다.
 
“우리 당이 지난해 말 관철시킨 것 중 하나가 정치개혁특위와 개헌특위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편은 자유한국당이 계속 반대했다. 개헌특위에서는 민주당이 반대했다. 결론이 안 났다. 국민의당 중재안을 낸 게 한 위원회로 합친 것이다. 이걸 합치면 협상이 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관철시켰다.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통합신당의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3대 비전은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이다. 그걸 통해 선거를 잘 치르겠다. 지지율로는 지방선거에서 2위로 올라서고, 그 동력을 바탕으로 2020년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겠다. 최종적으로는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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