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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 산책]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3%로 올린 이유는

중앙일보 2018.01.18 11:57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올해 한국 경제도 장밋빛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3.0%로 높여 잡았다.

한은, 내년 성장률 2.9%로 전망
세계경제 회복에 수출 호조 예상
최저임금 상승 등 소비심리 꿈틀

고유가ㆍ고금리ㆍ원화강세 복병
건설ㆍ설비투자 감소도 불안요인
물가상승률 전망은 1.7%로 낮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3%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2010~2011년 이후 7년 만의 2년 연속 3%대 성장 전망이 나왔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낮은 연 2.9%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완연한 가운데 수출 호조와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에 따른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 2.9%로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5%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다음 주에 발표될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만 기록하지 않으면 연 3.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정부와 국제기구는 한국은행과 같은 수준의 전망을 했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가 연 3.0%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8%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세계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와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세계은행은 지난 9일 발표한 ‘2018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6월의 예상치보다 0.2%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속하면서 수출은 당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교역 신장률을 3.9%로 0.2% 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도 3.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785억)보다 줄어든 75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0억 달러 안팎으로 전망했다. 
 
 소비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7%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망치(2.5%)보다 높아졌다. 
 
 소비심리도 꿈틀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5.6% 증가하며 2009년 2월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 등으로 소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에 복병도 있다. 신3고(고유가ㆍ고금리ㆍ원고)와 대내외 리스크의 파도를 넘어야 한다.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0.26달러에 거래되며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한파의 영향으로 유가는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도 오름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장기금리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30일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뒤 은행의 주택대출금리가 연 5%대에 육박하는 등 가계 빚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419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수출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만큼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원화가치는 지난해에만 13.83% 오르며 유로화(15.3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LG경제연구원은 “원화 절상은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올 초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가시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구조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출 주력산업이었던 조선과 자동차의 부진 속에 반도체가 견인하는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를 수 있어서다. 
 
 신3고 뿐만 아니라 올해 경제성장률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다. 지난해 투자의 성장 기여율이 70%에 달한 만큼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얼어붙으면 성장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는 0.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4.3%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 설비투자는 올해 2.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건물 착공 면적 감소와 SOC 예산 감축 등으로 건설 투자가 줄고 설비 투자는 지난해 IT 부문 투자 급증에 따른 기조 효과로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는 하향조정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7%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1.8%)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도 1.8%로 0.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물가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물가전망치가 낮아지며 1분기 금리 인상의 기대감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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