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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는 “서로 때려라”…지휘관은 “번호 모른다”며 방치한 공군

중앙일보 2018.01.18 09:47
[연합뉴스]

[연합뉴스]

사병들을 향해 “서로 때리라”고 시키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공군 간부가 형사입건됐다. 공군은 또 이를 방치한 부대 지휘관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렸다.
 
공군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수사를 실시한 결과 부대 내의 가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대공방어대 정비 반장A(45) 상사는 폭행 강요, 가혹 행위, 폭언, 사적심부름, 직무 태만, 군기 문란 행위 사실이 확인돼 11일 형사입건됐다. 현재 기소 의견으로 공군본부 법무실 보통검찰부로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 상사는 수시로 술이 덜 깬 채 출근해 병사들의 뺨을 때렸으며 자리를 피해도 따라와서 때리거나 의자에 앉혀놓고 때렸다. 또 병사 두 명을 불러 서로 때리라고 시키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한 병사의 볼에 난 체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핀셋으로 뽑았고, 3월 부모 초청행사를 앞두고 병사들의 여동생이나 누나가 있으면 오게 하라면서 희롱성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개인 빨래나 설거지 등 심부름을 시키고, 행정병에게는 A 상사가 직접 해야 하는 장비정비정보체계(DELIS) 업무를 맡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속 지휘관인 대공방어대장 B(32) 대위는 폭행, 가혹 행위 등을 인지한 경우 군 인권 보호관이나 군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나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징계 입건했다.  
 
감찰과장 C(40) 소령은 감찰조사 과정에서 피해 병사들로부터 폭행 및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을 듣고도 감찰조사 결과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찰안전실장 D(48) 대령은 감찰과장에게 감찰조사만 지시하고 피해자들의 신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고, 가해자의 폭언 및 사적심부름과 직무 태만 행위 등을 일부 확인하고도 단장에게 가해자의 처분을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징계 입건됐다.  
 
단장 E(51) 준장은 피해자들이 쓴 글의 본문만 읽고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담긴 첨부 파일은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이유로 열어보지 않은 채 감찰 조사만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지 않는 등 지휘관리에 소홀했던 점이 드러나 처분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참모총장 서면경고 처분을 받았다.  
 
공군은 “이번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앞으로 사고예방 및 병영생활 실태 현장점검과 병영 내 악·폐습 예방,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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