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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책임은 저에게…”MB 성명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입장문과 비교해 보니

중앙일보 2018.01.18 09:19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17/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17/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와 10년 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문을 비교한 게시글이 화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수사와 17일 김백준·김진모 구속과 관련해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건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66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수사에 대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며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 수행에 임했다. 퇴임 후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며 "최근 역사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 마지막에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더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으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전 대통령의 성명서와 노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해당 성명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청와대 서버 유출이 논란 당시 노 대통령의 입장문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강조한“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와 “더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으라”는 주장은 2008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문과 거의 같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8년 7월 16일 국가기록원의 고발 방침이 알려지자 노 전 대통령은 “기록 사본을 돌려드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라는 장문의 공개편지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6월 1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당시 심경글과 유사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도입부.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도 들었습니다”는 표현이 2004년 탄핵정국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와 유사하다는 주장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김종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심경을 소개했는데, 여기에 이 대통령이 한 말과 비슷한 어구가 나온다.
 
그는 2004년 탄핵 촛불집회 때 노 전 대통령이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저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저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 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 무 현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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