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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 청소노동자, '열차'에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 논란

중앙일보 2018.01.18 08:03
[사진 박모씨 페이스북 캡처]

[사진 박모씨 페이스북 캡처]

수서역 청소노동자가 들어오는 열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 모습은 시민 박모씨가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박씨는 "종점인 수석역에 들어오는 열차를 맞이하는 분들이 있다"며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용역회사 직원들로 모두 중년의 여성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8량 열차인 수서역 SRT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여덟 명이 객차 길이 간격으로 도열한다. 기관차가 20m 정도 앞에 다가오면 청소노동자들은 허리를 구부려 공손하게 인사한다. 기차가 멈출 때까지 인사는 거듭된다.
 
박씨는 "처음에는 장거리 운행하느라 고생한 기관사에게 드리는 헌사의 성격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기관차가 자신 앞을 지나가도 움직이는 객차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구부린다. 지나친 행위다"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또 움직이는 열차를 향한 청소노동자의 인사는 예의도 친절도 겸손도 아니고 차별적인 대우에 순응하게 하는 압박의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박씨는 "자칫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노동자의 자아에 심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친절과 겸손을 강제함으로써 사실상 노동자의 차별에 순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본다"고 봤다.  
 
그러면서 "평범하게 서 있는 것으로 자신의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하겠다는 다짐으로 충분하다. 보는 내가 참으로 불편하다"고 말해 SRT 청소노동자의 인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일으켰다.
 
한편 인사는 객실 청소 담당 용역업체와의 계약서에 공식 업무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소 용역업체는 SRT를 운영하는 SR의 입찰을 따낼 때 깔끔하고 정연한 청소 서비스를 제안했고, 이 인사 역시 '정연한 청소 서비스'의 일환이었다. 이를 위해 SR은 업체 측에 통상보다 비싼 용역료를 지불했다고 한다.
 
SR 측은 한 매체에 "과거에도 비슷한 항의가 있어 한두 달 정도 인사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공손한 서비스로 홍보해 놓고 이젠 왜 안 하냐'는 식의 민원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인사를 재개했다"고 해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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