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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8만원 세대 10년 뒤 암호화폐 세대,청년 현실 바뀐 게 없다”

중앙일보 2018.01.18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10여 년 전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던 우석훈씨는 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대해 ’한국 사회의 현실에 좌절하고 다이내믹한 탈출을 원하는 2030세대가 앓고 있는 열병“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선 기자]

10여 년 전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던 우석훈씨는 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대해 ’한국 사회의 현실에 좌절하고 다이내믹한 탈출을 원하는 2030세대가 앓고 있는 열병“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선 기자]

“한국의 2030세대들이 앓고 있는 열병이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광풍’을 경제학자 우석훈(50)씨는 이렇게 요약했다. 우씨는 2007년 당시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지칭하며 이름을 알렸다. 박권일씨와 함께 저술한 『88만원 세대』에서다. 이 용어는 대학 졸업 후에도 적은 임금에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하는 20대의 미래 없는 삶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젊은 세대 개인의 문제 아닌
한국 사회 시스템의 실패
집값은 비싸고 부모 돈 없으니
2030이 열병 앓고 있는 것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의 2030세대는 10년 전 88만원 세대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씨는 “두 세대의 고충이 비슷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가 안 보이는 한국 청년들의 불안감이 암호화폐 투자 광풍으로 이어졌다”며 “돈도 없고, 무엇을 해도 안 될 텐데 이건(암호화폐 투자) 될 수도 있다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특히 “젊은 세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암호화폐 광풍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
“신기술이 주는 판타지와 한국 사회의 현실에 좌절하는 심리가 결합됐다. 독일·프랑스 등 외국 청년들이 암호화폐를 몰라서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이상하다고 판단해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안이 없다. 집값은 비싸고 부모는 돈 없는 듯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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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생겼다.
“그 프리미엄 비율만큼 한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보다 힘들어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외국에도 암호화폐는 똑같이 존재하는데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괜찮다’는 인식이 높고 미래에 대한 불안·공포·희망이 더 다이내믹하게 섞여 있다.”
 
이런 투기 현상이 처음이 아닌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내가 가르치던 대학생들로부터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다. 돈을 많이 잃어 자기들 인생이 끝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차이나·브릭스 펀드에 빚내서 투자했다가 반 토막이 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해 본 적은 없나.
“지난해 초 지인이 암호화폐에 투자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오를지는 몰라도 오를 거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걸로 돈 벌어서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투자를 해서 얻는 지식도 없겠더라. 주식은 투자를 하면 특정 회사에 대해 깊게 알 수 있는데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 암호화폐 투자는 극단적 단타 투자다. 장기간 가치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암호화폐를 10년 갖고 있을 사람이 있겠나.”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거래소 폐쇄가 살아 있는 옵션’이라고 했다. 정부 입장에서 죽은 옵션이라는 건 없다. 거래소 폐쇄는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정부는 ‘외환거래법’을 정비할 것이다. 암호화폐가 외환이냐, 수출 상품이냐가 규정돼야 한다. 복잡한 일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막는다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의 성격을 규정지어 제도권 내로 들여오는 게 중요하다. 다른 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어느 정도의 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규모에 비해 돈이 지나치게 몰린 게 사실이다.”
 
암호화폐의 미래가 어떨 것이라 보나.
“사라지거나 안정화될 거다. 안정화돼도 수익 변동성이 줄어 안정화되면 더는 지금처럼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닐 것이다. 제일 마지막에 뛰어드는 사람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폐는 영속성을 지닌 국가가 지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치가 생긴다. 안정화된다 해도 ‘상품권’ 역할 정도만 하게 될 듯싶다.” 
 
조한대·최규진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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