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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세먼지가 네 탓 공방만 할 일인가

중앙일보 2018.01.18 01:49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미세먼지 비상이다. 마스크를 써도 숨이 턱턱 막히는 대기 상태에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서울시와 경기도가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근본 목표는 고민하지 않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어서다.
 
두 지자체의 수장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연일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남 지사는 16일 “20%가 참여해야 1%의 미세먼지 감소가 예상되는데 실제 참여율은 2%에 불과해 효과가 없으니 무료 운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과잉이 낫다”며 “경기도나 빨리 미세먼지 대책에 동참하라”고 맞섰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상황만 보면 남 지사가 불리하다. 경기도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서울시에 한참 뒤처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유 시내버스다. 서울시는 2012년 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하며 경유차를 모두 없앴다. 하지만 경기도에선 아직 4109대나 운행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을 드나들며 공기를 오염시킨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앞으로 10년 뒤인 2027년에야 이들을 모두 없앨 계획이다. 2016년 서울·경기·인천 3개 지자체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기로 합의했지만, 경기도는 단속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을 칭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번에 50억원씩 들여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 첫날인 지난 15일 승용차 통행량은 2% 미만 감소했다. 17일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무료운행이 미세먼지 유발자인 승용차 운전자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는데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 저감보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선전 효과를 노린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두 지자체장은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무리 6·13 지방선거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도 방향이 한참 잘못됐다. 미세먼지는 한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자체끼리 손을 맞잡고 중앙정부에 체계적인 대응을 요구해야 하는 사안이다. 시민들의 눈·코·입은 미세먼지로 답답하다. 그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귀까지 먹먹하게 만드는 말싸움을 하는 게 옳은지 묻고 싶다.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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