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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국 경제, 혼란 없이 재도약하려면

중앙일보 2018.01.18 01:41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2018년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최대 호황일 것으로 예상한다. 위험과 불확실 요인이 많기는 하지만, 경제 성장은 가속되고 주가는 상승하고 물가는 안정된 이상적인 상태를 전망한다.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전망도 밝다. 내수가 살아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도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고 임금도 오를 것이다.
 

정치인과 비전문가의 개입이
혼란과 부작용을 가져온다
도덕심과 여론에 치우치지 말고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으로
일자리 만들고 성장동력 키우자

작년 이맘때쯤 국내 상황은 정치 혼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했다.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높았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해 정치가 안정되고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남북한이 대화에 나섰다. 많은 국민은 앞으로 경제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국운이 다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새해가 되었지만 경제는 아직 혼란스럽다. 서민 생활과 밀접하고 파급효과가 큰 노동, 주택, 금융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저임금 인상, 강남 집값 잡기, 암호화폐 규제와 같은 경제 정책들이 부작용을 가져왔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16%씩 올린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견디기 힘들다. 무인 자동화, 셀프서비스를 도입하고 경비원과 청소 노동자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고 교육 평준화 정책을 실시하니 주거와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 4구에 집 한 채를 가지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좋은 주택의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투기 광풍이 불어 가격이 급등한 암호화폐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갑자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갈팡질팡하면서 대혼란이 발생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전문가들이 모여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검토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코드 인사로 요직을 차지한 비전문가나 정치인들이 중요한 경제 문제를 직관이나 국민 여론에 따라 해결하려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종화칼럼

이종화칼럼

경제 정책 결정에 너무 도덕심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는 나쁘다’ ‘부동산 투자는 비도덕적이다’ ‘암호화폐 투자는 도박이고 사회악이다’. 이런 도덕적 판단으로 선(善)을 행하려 하면 과도하고 부적절한 정책들이 나오고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분노와 정의감이 지나치게 앞서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다.
 
시장은 선하고 점잖은 사람들이 모인 고결한 장소가 아니다. 때로는 탐욕과 승자 독식의 논리가 지배한다. 시장의 결과는 항상 공정하거나 도덕적이지 않다. 그러나 시장과 사유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오랜 역사를 거쳐 계속 수정되고 발전하면서 경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세계 경제의 번영을 가져왔다. 물론 시장의 결과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를 개선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제 많은 정부가 ‘자본주의 4.0’의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일부 지식인들은 시장을 ‘공공심과 중앙집권 정부의 의사결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시장 자율을 존중하면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 반(反)시장적인 정부의 개입은 시장에서 역풍을 불러온다.
 
집권 2년 차에 주요 경제 정책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고 필요하면 수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률을 내년부터라도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낮추고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강남 집값을 누르기보다는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투기 거래를 규제해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올해는 당장의 성과 못지않게 장기 성장동력을 높이는 정책들에 더 주력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거시적 안목으로 경제에 활력을 주는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모처럼 주어진 경제 재도약의 기회를 잘 살려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2018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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