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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하나에 숨은 마음 운전법
백성호의 현문우답

호떡 하나에 숨은 마음 운전법

중앙일보 2018.01.18 01:30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담당차장 vangogh@joongang.co.kr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도오 선사 말입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오랜 세월 참선만 했거든요. 그럼 뭘 먹고 살았느냐구요? 매일 찾아와 끼니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호떡 장사였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만 도오 선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호떡 하나만 먹고 어떻게 종일 버티느냐고요? 달랑 하나는 아니었습니다. 호떡 장사는 매일 열 개의 호떡을 도오 선사에게 건넸으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호떡 장사가 호떡을 건넨 이튿날이면 어김없이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니 글쎄, 도오 선사가 자신이 받았던 호떡 중 하나를 호떡 장사에게 다시 건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호떡 하나를 주어서 공덕을 쌓노라.”

 
 
참 황당하지 않나요. 자신이 준 호떡을 도로 건네면서 공덕을 베푼다니 말입니다. 선사라는 양반이 그런 식으로 생색을 내면 곤란하지 않나요? 그래도 호떡 장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사께서 하시는 일이니 그저 묵묵히 호떡을 받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몇 해나 계속됐습니다. 호떡 장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꾹 참아왔던 말을 마침내 쏟아냈습니다. 폭발하고 만 거죠. 
 
 

아니, 스님! 이 호떡은 제가 드린 겁니다. 그걸 다시 제게 주면서 ‘공덕을 쌓는다’고 하시니 말이 됩니까? 호떡을 처음에 준 사람은 저인데, 스님은 그걸 되돌려주기만 하면서 어째 제가 아닌 스님께서 공덕을 쌓는다 하십니까?”  

 
그렇게 내질렀습니다. 도오 선사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가지고 온 것을 네게 돌려주는데 무엇이 잘못됐느냐.”

 
저는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나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은 언제 제일 편할까?' 텅 비어 있을 때가 가장 홀가분합니다. 편안하고, 여유롭죠. 회사일로 머리가 복잡할 때 사람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액션 영화를 한 편 보면서 아예 잊어버리려 합니다. 까맣게 잊고 있는 동안은 머리가 텅 비고 맑아지니까요.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쌓아놓지 않고 텅 비어 있을 때가 가장 홀가분합니다.  
 
 
호떡 장사 입장도 생각해 봅니다. 그가 날마다 찾아와 호떡을 건네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는 시장에 나가서 호떡을 팔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을 겁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에도 정신이 없었겠지요. 그런데도 호떡 장사는 날마다 찾아와 호떡을 하나씩 올렸습니다.  
 
호떡 장사가 1년간 건넨 호떡은 3650개입니다. 3년간 건넸다면 무려 1만 개가 넘습니다. 그 와중에 호떡 장사의 마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호떡 하나 올릴 때마다 자신의 마음도 그만큼 비워졌을까요. 그래서 호떡 1만 개를 건넸을 때는 엄청나게 비워진 마음이 드러났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호떡 장사의 마음은 호떡을 하나씩 건넬 때마다 오히려 무거워졌습니다. 왜냐하면 ‘뿌듯함’이 쌓였으니까요. 호떡 열 개를 건네면 ‘뿌듯함’도 열 개가 쌓이고, 호떡 백 개를 건네면 ‘뿌듯함’도 백 개가 쌓였습니다. 그래서 갈수록 마음 창고가 무거워졌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엄마가 갓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춥지 않게 옷도 입히고, 맛난 음식도 챙기고, 온갖 사랑을 베풉니다. 그렇다고 엄마의 마음창고에 ‘뿌듯함’이 쌓이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엄마는 아기와 자신을 한 몸이라고 보니까요. 하나의 울타리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 입에 음식이 들어가면, 자신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겁니다.  
 
 
호떡 장사는 달랐습니다. 자신과 도오 선사를 하나로 보지 않았습니다. 따로따로 봤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호떡을 하나씩 건넬 때마다 ‘뿌듯함’이 쌓였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까지 와서, 맛있는 호떡을 무료로 올리고, 그러니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이런 뿌듯함이 호떡 장사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도오 선사의 눈에는 그런 호떡 장사가 빤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깨워 준 겁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말입니다. 어떤 행동이냐고요? 호떡을 받은 이튿날, 다시 호떡을 하나 되돌려 주면서 말입니다. 도오 선사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호떡 하나를 주어서 공덕을 쌓노라.”

 
호떡 장사의 눈에는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은 열 개를 건넸고, 도오 선사는 고작 하나를 건넸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전날 건넸던 식은 호떡을 말입니다. 그런데도 도오 선사는 공덕을 쌓는다고 합니다.  
 
 
호떡 장사와 도오 선사의 차이는 대체 뭘까요. 그렇습니다. 도오 선사는 자신과 호떡 장사를 하나의 울타리로 보았습니다. 따로따로 보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호떡을 건네듯 ‘불이(不二)의 마음’으로 건넸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창고에 아무런 자국도 남지 않았습니다. 반면 호떡 장사는 달랐습니다. 따로따로 보았습니다. 밥 따로, 국 따로, 따로국밥처럼 말입니다. 나 따로, 너 따로라고 보았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호떡을 건네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할까요. 
건네면 건넬수록 마음이 비워지는 호떡과 
건네면 건넬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호떡. 
 
둘 중 어떤 호떡을 고를까요.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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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는
 2007년부터 종교·명상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10년 넘게 칼럼 '백성호의 현문우답'을 쓰고 있다. '종교'라는 외피보다는, 그 안에 흐르는 생명인 '이치'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구체적인 일상에서 직접 써 먹을 수 있는 명상과 건강과 이치에 더 포커스를 맞추려 한다. 저서로 『흔들림 없이 두려움 없이』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만약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생각의 씨앗을 심다』『이제, 마음이 보이네』『현문우답』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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