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통비 아끼려 차 두고 나올까요” … 50억 쓰고도 대중교통 이용 3~4%만 늘어

중앙일보 2018.01.18 01:26 종합 8면 지면보기
“오늘도 무료지요?”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을 뒤덮은 17일 오전 7시. 서울 정릉에서 시청 앞을 오가는 1711번 시내버스에서 70대 남성이 마스크를 벗으며 버스기사에게 물었다. 기사 이모(45)씨는 “이 시간대에 승객이 꽉 찬 것으로 볼 때, 평소보단 이용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내 진입 차량도 1%대 감소 그쳐
박원순 “시민 건강, 50억이 문제냐”
오늘도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
시민들 “효과 의문, 근본 대책을”

17일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올해 두 번째 시행됐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8일에도 발령되면서 서울 출퇴근길 대중교통은 이틀 연속 무료 운행된다. 무료 운행 둘째날 서울시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대중교통 이용객은 첫 시행일인 지난 15일에 비해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오전 6~9시) 지하철 승객은 지난주 수요일(10일)보다 4.4% 늘었다. 시내버스 승객은 3.2% 증가했다. 지난 15일 같은 시간대 지하철과 버스 승객 증가율은 각각 2.1%, 0.05%였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관련기사
서울시 관계자는 “기대했던 20% 증가에는 못 미쳤지만 무료 운행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상저감조치는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당 50㎍ 초과)에 해당하고, 이튿날도 ‘나쁨’으로 예상되면 시행된다. 이날 오전 7시 현재 서울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94㎍(마이크로그램)으로 나쁨의 기준인 50㎍을 훌쩍 넘었다.
 
출근시간대 시내 진입 차량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날 새문안로 등 서울시내 주요 14개 지점 교통량을 분석해 보니 1월 첫째 주 대비 1.71% 줄었다. 앞서 지난 15일 무료 운행 땐 1.8% 감소했다.
 
승용차로 금천구 가산동에서 시청 쪽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여모(45)씨는 “출근하는 데 승용차를 타면 30분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 걸린다. 교통비 무료가 이런 불편함을 감소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한 직장인 박모(36)씨는 “오늘 회사 주차장을 보니 이전보다 차가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차량 2부제에 자율적으로 참여한 시민도 있다. 직장인 김상렬(58)씨는 “평소에는 승용차로 출퇴근하는데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했다. 번호판 끝자리가 짝수여서 동참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말싸움은 이날도 이어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7일 미세먼지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경기도·서울시·인천시 간 3자 긴급 정책회동을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 해에만 1만7000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상황에서 돈 50억원이 문제냐. 돈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15일에만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효과 없이 혈세만 낭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지자체의 협업과 중앙정부 차원의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지현(25)씨는 “교통요금만 해도 경기도와 서울시의 정책이 달라 헷갈린다. 안 그래도 풀기 힘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머리를 맞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44)씨는 “어떤 식으로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실행에 대한 효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초 올 한 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연간 7회 정도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약 350억원을 계획했다. 하지만 비상저감조치는 이번 주만 벌써 세 번째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7회가 넘어가도 재원을 더 마련해 계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선영·이태윤·송승환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