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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시골학교, 1인 1악기 오케스트라로 다시 날다

중앙일보 2018.01.18 00:59 종합 22면 지면보기
충남 서산 팔봉중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달 26일 강당에서 환히 웃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마다 한 가지씩 악기를 연주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산 팔봉중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달 26일 강당에서 환히 웃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마다 한 가지씩 악기를 연주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6일 오후 3시 충남 서산시 팔봉면 팔봉중학교. 정규 수업이 끝났지만 음악실에선 연주가 울려 퍼졌다. 학생 50여 명이 오케스트라 합주 중이었다. 유효선 음악교사의 지휘에 따라 학생 각자가 바이올린을 켜고, 트럼펫을 불며 실로폰을 두드렸다.
 

대상 받은 서산시 팔봉중학교
트럼펫·첼로 등 20종, 학교가 지원
66명까지로 학생 줄어 통합될 뻔
입학생 늘어 8년 만에 두 배로 증가
영어·요리 익혀 외고·특성화고 진학

“박자 너무 빨라지면 안 돼. 감정 살려 다시 가보자.” 악기는 바이올린·트럼펫·첼로·플루트·클라리넷·오보에 등 20종이 넘었다. 각각의 악기에서 나오는 음이 화음을 이루며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나갔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방과 후에 악기 한가지씩을 배운다. 모든 학생은 목요일 7, 8교시에 자신이 선택한 악기를 익힌다. 졸업 즈음엔 능숙한 연주자가 된다. 강사는 외부에서 초빙하고, 악기는 모두 학교에서 지원한다. 3학년 문호빈(16)군은 “입학해서 유포니움이라는 금관악기를 알았다. 처음엔 소리 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지금은 연주가 정말 신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오케스트라는 2011년 생겼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2016년에 금상, 지난해 동상을 거머쥐었다. 유 교사는 “여기는 농어촌이라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악기를 배우며 예술을 접하고, 타인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 대상 수상자·수상 기관

방과후학교 대상 수상자·수상 기관

팔봉중은 18일 교육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삼성꿈장학재단·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관하는 ‘제9회 방과후학교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는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잘 운영해 학생의 소질·특기를 길러주는 학교·개인·지방자치단체를 뽑아 격려하는 행사다.
 
1966년 개교한 팔봉중은 전교생이 줄어 2010년엔 66명뿐이었다. 농어촌 학령인구 감소로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이 매년 줄면서 팔봉중 재학생 숫자도 줄었다. ‘학생이 너무 적어 인근의 큰 학교와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지금은 전교생이 150명으로 늘었다. 80%가 팔봉면 바깥에 살며 통학한다. 2008년부터 서산시 부춘동·동문동·수석동·석남동 등이 공동 학구에 포함돼 시내에 거주하는 학생도 이 학교에 올 수 있게 됐다. 학교는 서산 전역으로 통학 버스를 2대 운영하고 있다.
 
팔봉중학교 학생들이 26일 오후 정규수업을 마친 뒤 교실에서 손글씨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팔봉중학교 학생들이 26일 오후 정규수업을 마친 뒤 교실에서 손글씨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무학년제다. 조영선 교장은 “초등학교 15곳의 졸업생이 우리 학교에 오기 때문에 초반에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방과후수업에서 학년 구분 없이 어울리며 배려심이나 협동심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 장한나양은 “플루트를 연주하는데 선생님보다 언니·오빠에게 배운 게 더 많다. 방과후수업에서 악기를 배우고 언니·오빠들과도 친해져서 참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를 통해 적성을 찾고 진로도 개발한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적합한 강좌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영어회화·영어신문·영어연극캠프 등에서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얻은 엄빅토리아(17)양은 지난해 충남외고 영어과에 진학했다. 졸업생 김영재(18)군은 팔봉중에서 1학년 때부터 요리 관련 방과후수업을 듣고서 한국조리과학고에 들어갔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교육과정 만족도가 2013년 61.4%에서 지난해 95.5%로 상승했다. 방과후학교 만족도도 2014년 91.7%에서 지난해 97.8%로 올랐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윤호 교사는 “몸이 아파 조퇴하려던 아이가 ‘방과후학교에 참여해야 한다’며 학교에 남은 적도 있다. 방과후학교 덕분에 학교 다니는 것을 재미있어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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