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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컬링 방민자 “꿈의 무대 나가는 것 만으로도 행복”

중앙일보 2018.01.18 00:12 경제 11면 지면보기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방민자.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방민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예기치 못한 사고와 하반신 마비 장애. 충격으로 세상과 소통을 끊은 10년. 그리고 스포츠 통해 만난 새로운 세계.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을 앞둔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홍일점’ 방민자(56) 이야기다.
 

평창 겨울패럴림픽 D-50
교통사고 뒤 10년간 칩거 생활
스포츠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밴쿠버 이후 8년 만에 메달 도전
4강 플레이오프 진출 땐 해볼만

‘장애인의 스포츠 축제’ 패럴림픽은 3월 9~18일 열흘간 열린다. 개막까지 이제 꼭 50일 남았다. 한국은 5개 전 종목에 39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010 밴쿠버패럴림픽 은메달의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8년 만에 또 한 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휠체어컬링은 일반 컬링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빗자루 모양의 브룸으로 얼음판을 문지르는 스위핑이 없다. 또 손 대신 ‘익스텐디드 큐(extended que)’라는 장대로 스톤을 민다. 그리고 혼성경기(엔트리 5명, 경기는 4명 출전)만 있어 남녀선수가 적어도 1명씩은 포함돼야 한다. 한국 팀은 서순석(47)·정승원(60)·이동하(45)·차재관(46) 등 남성 4명과 여성인 방민자로 구성됐다. 리드인 방민자는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진다. 따라서 변하는 빙질을 파악해 동료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초시계로 동료들의 투구 시간을 재서 알려주는 일도 맡는다.
휠체어컬링 대표팀. [이천=연합뉴스]

휠체어컬링 대표팀. [이천=연합뉴스]

 
방민자는 1993년 차량 전복사고로 하지마비 장애를 당했다. 20대였던 그는 사고 충격을 견디기 힘들었다. 퇴원한 뒤에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미래를 약속했던 사람과도 헤어졌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그는 “너무 힘들었다. 병원에서 2년을 보냈는데 장애인이 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컬링 대표선수 5명 모두가 중도장애인이다.
 
방민자는 “장애인복지관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동생의 권유로 세상에 나왔다. 십자수·수공예 등을 취미로 하다가 2001년 론볼을 처음 접했다. 론볼은 잔디에서 공을 굴려 표적 가까이 보내는 경기다. 그는 “론볼을 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숨을 헐떡였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2004년 컬링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20㎏짜리 스톤을 미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쾌감이 있었다. 패럴림픽에 대한 꿈도 키웠다. 그는 지난해 패럴림픽 대표로 최종선발돼, 종목 입문 14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팀 훈련 중 이동하(왼쪽)가 정승원의 휠체어를 잡아주고 있다.휠체어컬링은 투구 뒤 중심을 잃지 않도록 다른 선수가 잡아줄 수 있다. [이천=연합뉴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팀 훈련 중 이동하(왼쪽)가 정승원의 휠체어를 잡아주고 있다.휠체어컬링은 투구 뒤 중심을 잃지 않도록 다른 선수가 잡아줄 수 있다. [이천=연합뉴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출전국은 12개국이다. 한국은 4~5위 정도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전력은 6강 6약인데 우리는 6강 쪽이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1위인데 이번 패럴림픽엔 불참할 수도 있다. 우리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라고 말했다. 4강에 오른 뒤에는 플레이오프라서 해볼 만하다는 게 백 감독 설명이다. 대표팀은 핀란드 친선 대회에 출전한 뒤 마지막으로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밴쿠버패럴림픽 준비 때만 해도 대표팀은 이천훈련원 수영장을 얼려서 훈련했다. 패블(얼음알갱이)도 없는 맨얼음에서였다. 이젠 훈련환경도 좋아졌다. 북미와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스태프도 백 감독, 권영일·황봉경 코치, 설예지(훈련보조), 추종우(매니저), 심리학박사인 장창용(멘탈코치), 김석현(트레이너), 이윤미(전력분석관)까지 8명이다. 2016 세계선수권에서는 강호들을 물리치고 3위에 올랐다.
 
방민자는 “이번엔 패럴림픽이 국내에서 열려 가족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 참 행복하다”며 “불의의 장애를 입은 분들도 나를 보며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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