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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 썰매길 만든다, 다국적 ‘얼음장이’ 45인

중앙일보 2018.01.18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얼음을 다듬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평창=김지한 기자

얼음을 다듬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평창=김지한 기자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새롭게’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에 위치한 ‘썰매 전용 경기장’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 국민의 시선이 더 쏠리는 이유다.
 

슬라이딩센터 트랙 관리자들
스켈레톤은 5㎝, 루지는 3㎝ 적당
얼리고 깎고 쓸어내는 작업 반복

작은 알갱이 하나에도 사고 위험
얼음 표면 고르는 일 가장 중요

윤성빈 등 한국 선수 하루 6~8회
올림픽과 같은 조건서 실전 훈련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스켈레톤의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과 봅슬레이 ‘듀오’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가 실전훈련을 소화하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엔 대표팀 이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슬라이딩센터 트랙을 관리하는 사람, ‘아이스 메이커(ice maker)’다. 이들은 요즘 평창올림픽을 치를 최적의 얼음 상태를 위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트랙 안팎을 오가고 있다.
 
아이스 메이커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때 최적의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얼음은 올림픽에 맞춰 준비된 상태다. 현재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엔 총 45명의 국내외 아이스 메이커들이 배치돼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양성한 국내 30명 아이스 메이커들과 캐나다, 미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온 15명 아이스 메이커들이 뭉쳤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아이스 메이커들. 캐나다 휘슬러, 캘거리의 아이스 메이커들과 함께 한 김태래(왼쪽 둘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슬라이딩센터 매니저. [김지한 기자]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아이스 메이커들. 캐나다 휘슬러, 캘거리의 아이스 메이커들과 함께 한 김태래(왼쪽 둘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슬라이딩센터 매니저. [김지한 기자]

2011년까지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태래 평창올림픽 조직위 슬라이딩센터 매니저는 “슬라이딩센터에서 얼음이 가장 중요하다. 강도, 온도, 깎여있는 상태에 따라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면서 “이런 얼음을 소중하게 다루는 아이스 메이커들을 ‘얼음장이’로 부른다”고 소개했다. 콘크리트 트랙 밑에 매립된 냉각 파이프에 냉매를 흘려 얼음을 얼린다. 표면 온도를 영하 10도까지 낮춰 얼음이 얼면 그 위에 아이스 메이커들이 반복해서 물을 뿌려 3~5㎝ 두께의 얼음을 만든다. 무거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5㎝ 정도, 가벼운 루지는 3㎝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 얼음장이들의 설명이다. 외부 공기 온도가 영하 5도 안팎이 되면 최적의 얼음 상태가 갖춰진다.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약 120톤이다.
 
이들은 작은 얼음 조각까지 관리한다. [김지한 기자]

이들은 작은 얼음 조각까지 관리한다. [김지한 기자]

얼음이 지나치게 두꺼우면 각종 도구로 이를 깎고 치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트랙 폭이 좁은 데다 경기장 길이가 1857m나 되는 만큼 16개 각 커브 구간마다 3~6명의 아이스 메이커들이 작업한다. 정빙기 등 기계 장비로 얼음을 정비하는 빙상 경기장과 달리 슬라이딩센터는 중장비 없이 브룸(빗자루)과 평탄작업용 스크레이퍼 등으로 얼음을 정비한다.
 
아이스 메이커들의 일상은 선수들보다 3시간 먼저 시작된다. 김 매니저는 “오전 9시에 훈련을 한다면 우리는 새벽 6시에 경기장에 나와서 얼음을 만든다”고 말했다. 얼음장이들은 세심해야 한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조지아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가 루지 연습 레이스 도중 썰매가 전복돼 사망했는데 당시 고르지 않은 얼음 표면이 문제였다. 김창환 아이스메이커 팀장은 “안전은 물론이고 얼음 상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100분의 1초 차로 순위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을 다듬을 때 쓰는 스크레이퍼. [김지한 기자]

얼음을 다듬을 때 쓰는 스크레이퍼. [김지한 기자]

브룸과 삽을 활용해 깨진 부분이나 작은 얼음을 제거하는 마지막 작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슬라이딩센터에서 일했던 아이스 메이커 조니 로프건(미국)은 “매끄럽게 출발하는 스타트 부분, 속도를 줄여서 원만하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피니시 부분이 가장 예민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아이스메이커들은 “추우면서도 건조한 평창의 1월~2월 기후 덕분에 역대 올림픽 중 최고의 얼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스 메이커들의 세심한 작업 속에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은 올림픽 때 탈 얼음 트랙과 같은 조건에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이달 말까지 하루 6~8회 실전 훈련한다. 김태래 매니저는 “숙달된 운전자도 초행길을 가면 헤맬 수 있다. 같은 길을 500차례 간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게 홈 이점”이라면서 “후배 선수들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안전하게 영광의 순간을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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