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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공직사회 혁신 없이는 혁신경제도 없다

중앙일보 2018.01.18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최근 과거 대통령 직속 위원장을 맡았던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의 신분으로 ‘늘공(늘 공무원의 줄임말)’들과 일하며 경험했던 공직사회의 문제점들을 말했다. “우리 사회는 사실상 관료집단이 장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검증된 일 외에는 절대로 안한다. 나중에 책 안 잡힐 일들만 추진한다. 또한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부처 밥그릇을 위해 일한다. 생각이 제대로 박힌 늘공들은 일찌감치 탈락하거나 못 버티고 자기 발로 나온다. 규제 개혁? 아무리 청와대에서 얘기하고 국회에서 법을 바꿔도 이들은 안 한다. 자신들의 파워가 규제에서 나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오랜 사회생활 경험에 근거할 때 이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는 혁신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몸체가 허약하면 공염불이 된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이행과정에서 규제개혁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혁신경제를 추진할 우리 공직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기실 역대 정부마다 집권 초기에는 공직 개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관료 집단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몰아붙인 측면도 있었다. 이념·지연·학연에 의한 인사를 함으로써 사기저하, 복지부동, 실행력 저하를 가져왔다. 장·차관보다는 청와대가 인사를 주도하니 관료들의 정치권 및 청와대 상대 로비가 기승을 부렸다. 이는 능력주의 인사에 역행했다. 이러니 공직사회에만 돌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혁신경제의 성공을 위해 먼저 그 추진 주체인 공직사회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첫째, 공무원 퇴출을 통해서 조직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오직 능력 위주로 평가해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과감하게 퇴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혁신처의 평가지침에 따라 부처별로 자율적이며 철저한 평가를 한다. 초기에는 정원의 2~3% 선에서 시행하되,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폐지해야 한다.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공무원의 진취적 행정을 막는 복지부동의 주요 요인이다. 정책에 대한 책임은 각 장관이 지도록 하되, 감사원의 감사는 회계·비리감사에 국한한다. 셋째, 인사 탕평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전 정부에서 중용되었던 유능하고 청렴한 공무원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민간 부문의 유능한 인재들도 대거 공직사회로 끌어들여야 한다. 넷째, 부처 간 인사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융복합 시대에는 통섭형 인재가 중용되어야 한다.
 
혁신경제는 규제개혁이라는 길을 관통해서 가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규제개혁을 향한 골든타임의 시침은 마지막 한 바퀴만을 남기고 있는지 모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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