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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수련병원 취소될까…"애꿎은 학생만 피해"

중앙일보 2018.01.17 17:48
이화여대 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며칠 새 잠을 설쳤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뒤 뉴스에 연일 모교 부속 병원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부쩍 잠이 줄어든 탓이다. 
며칠 전에는 모교 교수와 전공의(레지던트) 선배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A씨는 최근 이대목동병원의 상황을 “살얼음판”이라고 표현하며 “종합병원 강등 얘기가 나오며 전공의 취업을 앞둔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학년 동기들까지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보류돼 종합병원으로 잠정 강등
인증원 "수시 조사"…'불인증'시 상급종합·수련병원 지위 상실
최악의 경우 자대 의대생 전공의 교육 어려워져

 
상급종합병원 재지정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의 불인증 결정 여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경찰 조사가 끝나야 인증원의 수시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위와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상세 기준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12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이 보류돼 종합병원으로 잠정 강등된 상태다. 복지부는 3년마다 의료기관의 시설·인력·장비 등 필수 요건과 중증환자 진료실적, 환자 대비 의료인력 비율, 의료서비스의 질 등을 평가해 최고 등급의 종합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30%의 건강보험수가 가산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이 따른다. 종합병원의 가산율은 25%, 병원급은 20%, 의원급은 15%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신생아중환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신생아중환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하나의 변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이다. 
인증원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병원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인증 ▲조건부인증 ▲불인증 등의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 병원이 ‘인증’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영역별 평가 항목의 80% 이상을 통과해야 하고, 필수 항목인 환자안전과 직원안전에 관한 항목에서는 과락에 해당하는 ‘무(無)’ 또는 ‘하(下)’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
 
이 두 개의 필수 항목에는 ‘의료 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위생을 철저히 수행한다’ ‘직원건강과 의료 관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직원안전 관리활동을 설계하고 수행한다’ 등 감염 관리와 관련된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대목동병원은 감염 관리에 실패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인증 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목동병원은 2015년 2월 감염관리 분야 51개 조사 항목 중 50개에서 ‘상(上)’ 또는 ‘유(有)’ 평가를 받으며 인증 결정을 받았다. 인증원의 인증 결정은 우수 병원의 상징이자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수 요건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이 ‘불인증’ 결정을 받게 되면 상급종합병원 지위뿐만 아니라 인턴·레지던트를 선발할 수 있는 수련 병원의 지위 또한 상실된다. 
 
최악의 경우 병원 내에서 자대 의대 졸업생들을 전공의로 키울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모교 병원에서 수련하고 그곳에서 교수나 전문의로 남는 것이 의대생들의 가장 큰 꿈”이라며 “수련병원 자격이 없어지면 대학병원의 존재 근거가 흔들리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애꿎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5년 2월 인증을 받아 2019년 2월까지 인증이 유효한 상태다. 인증원은 경찰 조사가 끝나는대로 병원에 대한 수시 조사에 나서 인증 적정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는 의료진 처벌보다 의료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신생아중환자실의 인력·장비·근무 요건 기준을 재정비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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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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