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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일회용 플라스틱에 세금 추진한다

중앙일보 2018.01.17 15:42
 “만드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하지만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걸린다.”
 프란스팀머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과의 기자회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는 비상계획을 EU가 마련했다고 밝히면서다.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친환경으로
플라스틱세 도입, 비닐봉지 사용량 줄이기 전쟁 선포
거리 수도꼭지 늘리고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추진
영국 대형 슈퍼도 2023년까지 '플라스틱 프리' 매장 선언
한국 제주도 해안 쓰레기 절반이 패트병 등 플라스틱

 
낚시줄과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자루가 꼬리에 매달려 있는 돌고래 [앤드루 서튼, eco2.com]

낚시줄과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자루가 꼬리에 매달려 있는 돌고래 [앤드루 서튼, eco2.com]

 EU 측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50년 후에는 바다에서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음료수 빨대나 분해되지 않는 선명한 색상의 플라스틱병,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 일회용 나이프나 포크, 일회용 포장지 등을 줄이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에서 설명해줬더니 아이들이 종이 빨대를 찾거나 아예 빨대를 사용하지 않더라"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은 생각의 문제"라고 말했다. CNN은 미국인이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가 5억 개로, 연결하면 지구를 2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종류가 6개나 돼 재활용이 어렵다.
 
 EU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군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수입 부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세를 여행세나 탄소세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라 대신 플라스틱 병을 짊어지고 사는 남태평양 헨더슨 섬의 게. [사진 제니퍼 래버스]

소라 대신 플라스틱 병을 짊어지고 사는 남태평양 헨더슨 섬의 게. [사진 제니퍼 래버스]

 
 플라스틱 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연구에 1억 유로(약 1300억원)를 투입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물의 판매를 줄이기 위해 거리에 수도꼭지를 늘리기로 했다.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EU 측은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55% 줄이고, 2026년까지 현재 회원국 국민이 1년에 90개가량 사용하는 비닐봉지도 40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U 28개 회원국에선 연간 25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지만 재활용을 위해 수집되는 것은 30% 미만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변 쓰레기의 85%를 플라스틱이 차지한다.
 
 EU의 이번 조치는 영국 정부가 추진한 플라스틱 저감 대책의 영향을 받았다. 팀머만스는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폐플라스틱 등 고체 폐기물 수입을 전격 중단해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국 냉동식품 전문 대형 슈퍼마켓 아이슬란드는 플라스틱 포장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AFP]

영국 냉동식품 전문 대형 슈퍼마켓 아이슬란드는 플라스틱 포장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AFP]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영국에선 기업도 플라스틱 저감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냉동식품에 특화된 영국 대형 슈퍼마켓 아이슬란드는 2023년까지 ‘플라스틱 프리' 매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자사 브랜드의 상품들에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랩 포장 등을 없애고 종이나 펄프 쟁반, 종이가방 등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리처드 워커 아이슬란드 공동대표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그 책임은 플라스틱 포장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우리 소매업체들에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빈 플라스틱을 반환하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남태평양 무인도 헨더슨 섬. [ J. Lavers 2015]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남태평양 무인도 헨더슨 섬. [ J. Lavers 2015]

 한국에서도 제주 바다를 뒤덮은 해양 쓰레기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플라스틱으로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17일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제주시 김녕리 해안과 서귀포시 사계리 해안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 2474점 중 플라스틱이 1168개(47.2%)로 가장 많았다. 외국에서 온 쓰레기도 16.9%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은 페트병류였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작은 조각으로 변해 물고기가 섭취하게 되고, 먹이 사슬을 통해 인간의 식탁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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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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