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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밴쿠버의 한미일 미묘한 대북 해법 차이

중앙일보 2018.01.17 15:21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회의(밴쿠버회의) 진행 도중 세션 휴식시간에 가진 패밀리 포토타임. 앞줄 왼쪽 두번째 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상,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차례로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회의(밴쿠버회의) 진행 도중 세션 휴식시간에 가진 패밀리 포토타임. 앞줄 왼쪽 두번째 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상,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차례로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20개국 외교장관은 '남북대화는 지지, 대북 압박은 강화'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일본, "남북대화는 시간벌기" 가장 강경
미국, "대화하려면 도발말라. 쌍중단 거부" 원칙 재확인
한국, "남북관계 복원 첫 단계" 대화-제재 투트랙
20개국 외상, "남북대화 진전 지지하나 대북제재 더 강화하자"

 
회담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남북 대화가 지속적인 긴장완화로 이어질 것이란 희망을 갖고 남북대화에서의 진전을 지지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유엔결의를 넘어서는 일방적 제재와 추가적 외교 조치를 고려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포함 북한의 해상 밀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큰 맥락에서 국제사회의 기존 대북 정책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각국이 어디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지는 이번 회담 곳곳에서 드러났다.   
 
"남북대화는 시간벌기 작전이다. 북한의 미소작전에 눈이 팔려선 안 된다."(고노 다로 일본 외상)

 
"지금은 대화할 때이지만 대화를 하려면 도발의 지속적 중단이 필요하다. 우린 '쌍중단'을 거부한다."(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국제압박에 동참한다. 하지만 현 남북대화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첫 단계다."(강경화 외교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저녁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남북대화 제안이 한미동맹을 이간질하기 위한 것이란 일각의 지적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현 상황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관여'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스스로 군사옵션의 방아쇠를 당기는 셈이 될 것"이란 묵직한 경고도 던졌다.
 
 로이터통신은 "군사행동 옵션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껏 틸러슨이 취해 온 '기꺼이 대화할테니 적당히 나와라'란 메시지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위다. 
 20개국 외교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섣불리 '최대의 압박'기조를 느슨하게 했다간 국제 공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에 앞선 오전의 개회 연설에선 '국제사회 대북 압박 공조'의 원칙을 보다 선명하게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틸러슨은 "북한이 결정적인 비핵화 단계를 밟을 때까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믿을만한 협상을 위해 테이블에 나올 정도로 북한 정권의 행태에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에 대해 "우린 (한미의) 합법적인 방어와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과 같은 선상에 놓는 접근법을 거부(reject)한다"고 못을 박았다.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가적인 군사훈련 연기 및 중단을 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틸러슨은 이날 지난 12일의 동북아 지역 일반 여객기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참석자들에 보여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16일(현지시간) 밴쿠버 회의가 끝난 뒤 결과를 기자들에 설명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16일(현지시간) 밴쿠버 회의가 끝난 뒤 결과를 기자들에 설명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북한이 ICBM을 발사했던 지난해 11월28일 그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여객기 탑승객들은 ICBM이 하늘을 날고 있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했다. 당시 주변에 9대의 민간항공기가 더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일 그 항로를 716대의 항공편이 지나치게 돼 있었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그 716대의 탑승 승객은 15만 2110명이다. 여러 국가의 많은 승객들이 무책임한 ICBM 실험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이건 세계 모든 나라의 위협이다.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이날 회의에서 가장 강한 톤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고노 외상은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섰으니 제재 완화와 원조와 같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 주장하는 데 이는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라며 "북한이 '몇몇 국가'들이 제재를 해제해주길 바라며 대화에 나온 듯 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유연한 대북 대응을 견제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받아 강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 정부의 확고한 목표란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리한 조건,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구축을 위한 돌파구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와 대북압박을 별도의 투트랙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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