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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무료, 과잉대응 아닌 헛발질”

중앙일보 2018.01.17 13:34
올해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서울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서울의 모습. [연합뉴스]

 
이틀 만에 다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처가 내려진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버스정류장. 흰색 마스크를 끼고 출근하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였다. “비상저감 조처가 내려진 것을 알고 있냐”고 묻자 한 시민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마스크를 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시민들 무기력 호소
"버스비 무료가 무슨 '시민 위한 대응'이냐"…서울시 비판
"중국의 책임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연구에 돈 써야"

 
연이은 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젠 산책조차 마음 놓고 할 수가 없다. 너무나 살기 힘든 세상이다”고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시는 비상저감 조처가 내려지는 날 자율적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출·퇴근 시간에 무료로 운행한다. “미세먼지를 자연 재난으로 규정해 시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비판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미세먼지 많다고 세금 50억원으로 지하철값 깎아주는 걸 ‘시민을 위한 과잉 대응’이라고 했다는데, 이건 과잉 대응이 아니고 헛발질이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처음 실시된 서울시의 조처에 “시내 교통량을 고작 1.8% 감소시키고 하루에 세금 50억원을 쓰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 시장은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무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앞으로 계속 이 조처를 시행할 의사를 밝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지면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행된다. 김경록 기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지면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행된다. 김경록 기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다양한 미세먼지 대응 노하우’들이 올라왔다. 미세먼지양을 보여주는 다양한 앱과 사이트들을 비교하며 정확성을 논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정부가 측정하는 수치를 믿을 수가 없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일부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구매해 실내·외의 먼지양을 측정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에 달린 댓글들은 “이래 봤자 중국발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별 소용 없다.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다”는 결과로 귀결됐다.  
 
시민들이 구매한 측정기로 실내 미세먼지양을 측정하거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양을 보여주는 사이트들을 공유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카페 캡처]

시민들이 구매한 측정기로 실내 미세먼지양을 측정하거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양을 보여주는 사이트들을 공유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카페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들썩였다. 
한 시민은 “대중교통 무료화에 하루 50억원을 쓰느니 그 돈으로 중국의 대규모 공장들이 배출 먼지를 줄일 수 있는 집진기를 달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는 중국에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관련 연구들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데 돈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 내년에도 똑같이 버스비 깎아줄 테니 마스크 쓰고 버티라고 할 것이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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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아픈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 지역별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다 다를 수 있다. 몇몇 연구들이 있지만 결과의 차이가 커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세부 정책 시행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7일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과 고통이 지속되고 있어 주무장관으로서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한·중 정상 간의 미세먼지 문제 논의를 바탕으로 대기 질 공동조사·연구, 저감기술 이전 등 양국 간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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