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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아이 내 손으로 심폐소생술…가해자는 가족여행"

중앙일보 2018.01.17 09:27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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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고가 난 현장에 달려가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 심폐소생술을 해왔지만,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딸을 직접 심폐소생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한 구급대원의 사연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눈물 바다로 만들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전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가해자의 만행과 도로교통법의 허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3일 만에 4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고 있다.  
 
이 청원을 게재한 A씨는 "저희는 15년차 119 구급대원과 소방관 부부로 그날도 일을 마치고 다음날 소풍을 가는 딸 아이를 위해 장을 봤다"며 "딸아이와 엄마(A씨)는 아이들과 장을 보고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건너가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에 치여 쓰러졌다"고 말했다.  
 
눈을 뜬 A씨는 아이부터 찾았다. 자신도 꼬리뼈 골절 중상을 입었지만 피투성이가 된 딸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다. A씨는 "제 딸아이를 제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얼마나 무섭고 무섭던지…"라며 당시 심정을 토했다. 하지만 A씨의 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A씨는 "다시는 그 작은 두 손을 잡지도 못하게 됐다"며 "눈을 감아도 떠도 그날 현장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죽도록 괴롭고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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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날 사고 당시 가해자가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제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해자는 왜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제동도 하지 않고 또 그대로 좌회전하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나 감속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어떻게 우리가 안 보였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에는 엄마와 동생의 사고 모습을 지켜본 아들도 있었다. 자칫하면 세 명이 모두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지금 아들은 상담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펑펑 울고 있고, 혼자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동생이 피흘리며 죽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지만 한때는 정겨운 이웃이었던 가해자 가족은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돼 있던 여행을 떠났다. 이후 A씨는 재판에서 B씨를 만났다. 당초 B씨는 "A씨와 딸을 치자마자 차량을 세웠다"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B씨의 차량은 바로 멈추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또 1심 결과대로 처벌을 받겠다던 B씨는 돌연 변호사를 선임해 처벌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B씨는 잘못된 법을 악용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이용하는 것"이라며 "B씨가 법을 악용해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을 적용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A씨가 낸 청원은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빠른 속도로 청원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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