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표준'? OECD國 83% 검사가 지휘

중앙일보 2018.01.16 11:58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제한하고, 경찰의 1차 수사권을 제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이 실제로는 세계적 추세와 거리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신태훈 동부지검 검사 논문
대륙법계 국가는 모두 검사가 지휘
청와대 개편안과 다른 연구 결과 주목

신태훈(44ㆍ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지난해 말 대검찰청이 발간한『형사법의 신동향』을 통해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에서 검사의 수사권ㆍ수사지휘권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됐는지 비교ㆍ분석한 논문이다. 검찰은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기반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 
 
신태훈 검사

신태훈 검사

 
신 검사의 논문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83%(29개국)에서 헌법 또는 법률로 검사의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독일ㆍ일본 등 26개국은 검사의 수사권ㆍ수사지휘권을 모두 명문 규정으로 만들어놨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국가의 경우, 검사 수사권ㆍ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통해 신 검사는 “이들 국가에서는 기소권을 보유한 검사가 수사 또는 수사지휘를 통해 주도적으로 수사에 관여하고 있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검사가 수사 전반을 통할하고 감독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4일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경제ㆍ금융 등 특별수사만 남긴 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내놨다. 형법 전공자인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부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을 내놨다. 2009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보고서(‘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연구’)를 내놓을 당시 그는 “경찰의 수사권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조 수석의 지론과 달리 영국이나 오스트리아ㆍ스위스는 최근 검찰의 수사지휘 권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법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판례법ㆍ사인(私人)소추제 등 관습법 체계를 따르는 영국의 경우, 2014년 이후 검찰청(CPS)ㆍ중대범죄수사청(SFO) 등 법무부 산하 수사조직을 설립했다. 경찰(자치경찰)이 수사ㆍ기소 권한을 함께 보유하자 이를 견제할 수단으로 중앙정부 산하 수사 조직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검찰 출신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이완규 변호사는 “현재 우리 헌법에서 경찰과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민의 치안을 지키는 역할을 할 뿐이지, 수사 과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역할은 법무부 장관과 그 휘하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헌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일반 국민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미연에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요소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